작년 가을 <공범>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손예진 배우를 촬영한 적 있었다. 촬영 시간은 짧았지만 손예진이라는 배우는 촬영 공간에 들어가는 동시에 사진이 되기 시작했다. 촬영하면서 신이 나 이런 저런 주문을 계속하며 다른 포즈, 다른 표정, 다른 모습을 요구했다. 그리고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올 여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손예진 배우의 어떤 모습을 촬영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 촬영에서 그녀의 표정과 모습이 어떠한지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촬영 콘셉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맑고 밝게 웃으며 장난치듯 천진난만한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다.
촬영이 시작됐고 힘을 주어 많이 웃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손예진 배우는 그렇게 해주었다. 나의 판단 미스였다. 지난 촬영의 서정적인 모습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렇다고 비슷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었다. 그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촬영장 분위기를 처음보다 다소 가라앉혔고, 그녀도 내 의도를 바로 이해해주었다. 지난번과는 다른 손예진의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늘 포토그래퍼에게 집중해서 최선의 연기를 해주는 손예진 배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글,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