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와 여자캐릭터! 시나리오가 진짜 기발했어요. 처음 딱 읽었는데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고, 여자 해적이라는 캐릭터도 처음 봤죠. 한국에서 영화화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그만큼 기발한, 재밌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고, 여자 해적이라는 게 너무 신선했죠.
작품 선택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밌는 작품의 캐릭터라고 했잖아요.
그죠. 그 두 가지가 딱 맞아 떨어졌어요.
여자 해적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려졌던 여자 해적의 모습은 어땠는지 듣고 싶네요.
사실 딱히 그려진 건 없었어요. 단지 여자 해적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바다위에서 해적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요. 여월은 카리스마 있지만 정의롭고 착한 해적의 느낌이고, 소마는 악한 해적, 장사정은 좌충우돌, 모흥갑은 야망, 각 캐릭터의 느낌들이 다 달랐던 것 같아요. 여자 해적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자료 화면으로 무엇 하나라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역사적 고증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전혀 없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창조했어요. 우리가 아는 건 후크 선장이나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어릴 때부터 봐왔던 해적 이미지밖에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할리우드영화들만 떠올랐어요. 근데 이 영화는 동양적인 이야기라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새로운 역할이 탄생할까, 그래서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조선 시대의 해적이라는 건 정말 상상이 안 돼요. 한복입고 있었을까요? (웃음)
그러니까요(웃음). 그럼 해적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우리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소말리아 해적도 나오고(웃음), 별의별 해적 이야기가 다 나왔는데, 실제로 중국에서 3만 명을 거느린 여자 해적이 있었대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캡처된 사진으로 봤거든요. 굉장히 위엄 있는 포스로, 딱 봐도 동양인인데 굉장히 세게 생겼어요.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봤어요. 헤어, 메이크업, 의상이 정말 중요한 캐릭터였어요. 처음 등장부터 딱 해적이어야 했기 때문에요. 거기다 여월은 소단주일 때와 대단주일 때가 다르거든요. 소마를 치기 전 소단주 시절에는 남루한 옷을 입고 조금 비루하죠(웃음). 소마는 욕심이 많은 캐릭터라 화려하고 블링블링하지만, 여월은 그런 이유로 소마를 치고 대단주가 됐기 때문에 멋있되 너무 화려하지는 않아야했어요. 그래서 의상, 갑옷, 소품, 헤어 등을 다양하게 제작해서 입어봤어요. 동양과 서양을 조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단 자료가 너무 없어서 <캐리비안의 해적>의 키이라 나이틀리나 페넬로페 크루즈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외형적 느낌을 유심히 봤죠. 어쨌든 우리는 동양에 맞춰 그걸 만들어야하니까요. 해적이라고 하면 왠지 멋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떠오르진 않잖아요(웃음).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이었던 거죠. 이렇게 초반 단계부터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만들어간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보통 현대극은 거기서 거기잖아요. 의상도 그렇고 헤어도 길이나 색깔 정도만 고민하는 정도니까요. 이번 영화는 디테일한 눈썹 그리는 것부터 모든 게 다 새로웠죠.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어요.
그렇게 완성된 캐릭터를 봤을 때는 어떻던가요?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어,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웃음),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우리가 하려던 표현에 가깝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새로운 걸 창조하지만 너무 생경하면 안 되고, 첫 등장부터 누가 봐도 해적이라고 인식되려면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해적의 설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또 너무 따라했네, 이런 느낌은 안 들어야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지점들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여월은 극의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동시에 웃음 포인트도 맞춰야하는 완급 조절이 필요한 캐릭터였어요.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비주얼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사극이라는 것부터 걸렸어요. 대사가 별로 해보지 않은 말투더라고요. 사실 시나리오에서 여월의 감정, 과거가 많이 보이지 않거든요.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월이 뭔가 고독한 여자 두목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팜므파탈로 그려지거나, 여성성을 강조해서 사람들을 굴복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두 가지만 갖고 촬영에 임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싶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볼거리가 가득한 오락영화잖아요. 여월의 구체적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지금처럼 한 장면에 고래와 여월이 있는 것만으로 교감이 느껴지고, 액션으로 여월의 강인함이 느껴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여월이 홀로 있는 컷은 두 컷도 안돼요. 그 장면에서는 좀 외로워 보였으면 좋겠더라고요. 요즘 관객들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다 아니까요.
쉽게 사랑을 느끼면 안 됐죠. 그래서 마지막에 장사정이 ‘같이 있어달라고 하면 있어주겠다’고 말할 때도 아주 살짝 흔들리는 눈빛(일동 폭소), 그 정도는 또 있어줘야 하잖아요. 대놓고 장사정을 무시하면 재미없으니까요. 여월도 어떻게 보면 장사정 때문에 유치해지기도 하고 여자로서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도 처음 들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 속에서 자라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여성을 포기했을 거예요. 항상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켰을 거고, 살아남기 위해서 혼자만의 고통이 많았을 거고요. 그래서 더 고독해 보이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여월의 전사가 궁금하기는 하더라고요. 험악한 남자들 틈에서 소단주까지 오르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다 갖춰야했을 텐데 말이죠.
해적들이 여월의 편을 드는 장면이 여월이 이제껏 형제들과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보여주는 거겠죠. 시작부터 싸움이 시작되고 되게 빠른 것 같아요(웃음). 따지고 보면 과정이 없어요. 결과만 있고(웃음).
오락영화에서는 그런 부분도 필요하죠.
맞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적절했던 것 같아요.
산적단의 코믹 연기를 부러워했다는 후문이 있더라고요(웃음).
제가 코믹의 피가 살짝 흐르기 때문에(웃음). 남 웃기는 거 좋아하고, 웃기는 포인트에 관심 많고요(웃음). 시나리오 읽으면서 가장 재밌었던 건 솔직히 좌충우돌 산적 부분이었어요. 내용 자체는 재밌어서 나도 자꾸 웃기고 싶은 상황이 주어졌으면 싶은데, 여월은 중심을 잡아야하는 무게감이 필요하다보니 그런 부분이 아쉽기는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어설프게 후반부 장면들에서 웃겨야지, 했으면 오버였을 거예요(웃음). 여월이 장사정과 화장실 가는 신도 그 그림 자체로 웃길 텐데, 내가 더 웃기려고 오버해서 표정을 짓고 과한 액션을 했으면 재미가 없었을 거예요. 그 완급조절을 하느라, 계속 참았어요(웃음).
전부터 손예진은 타이밍을 잘 아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깊이를 담아야 할 때와 적당히 치고 빠져야할 때, 힘을 빼야할 때를 본능적이든 노력에 의해서든 잘 캐치하는 배우라고요.
쓸데없이 에너지 쓰는 걸 싫어해요(웃음). 계속 힘쓰기가 힘들어요(웃음).
액션, 처음 도전이었죠. 그동안 액션에 큰 관심도 없었고, 욕심날 만한 작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여월은 놓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한국영화에서 여자 해적을 또 다룬다는 보장도 없고, 다른 배우가 하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드라마를 끝내고 바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어요. 액션 안하던 배우가 어설프게 하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힘들겠어요. 하려면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한 달밖에 없었어요. 무술 연습할 수 있는 시간과 현장에서 합을 맞추는 것이 워낙 타이트해서 그 순간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죠.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운동 신경이 있어서 사실 어느 부분에서는 웬만큼 흉내 내겠지, 생각했는데 액션은 정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동작 하나하나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더라고요. 자꾸 손이 여성스럽게 된다거나(웃음), 넘어질 때도 여자같이 넘어진다거나 그렇게 되는 거예요. 화면에 나의 어설픈 모습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고치고, 다시하고 싶은데 해는 떨어지고, 정말 치열했어요. 말 그대로 전쟁터였어요(웃음).
워낙 욕심도 자존심도 있어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면 허투루 할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액션 연기를 하는데 있어 다른 아쉬움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확실히 표현해보고 싶다, 중점을 두고 싶다, 그런 부분이 있었나요?
무술감독님이 합을 짜는데 여월은 체조 동작 같은 무술이더라고요. 동작이 큰데 남자들보다 날렵하고 빨라요. 그래서 거칠기만 한 게 아니라 우아하고 손동작도 예뻐야 하고, 그게 포인트인 것 같더라고요. 연검도 공격과 동시에 방어가 되는 무기라 유연한 느낌이잖아요. 소마는 무기 자체로 강하고 무서워 보이는 느낌이었고요. 조금 더 여성스러운 무술, 남자의 힘에 상대적으로 빠른 스피드와 유연함으로 대처하는 게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들을 상대로 싸워야했기 때문에 눈빛이 일단 중요했어요. 바스트 숏만 따면 몸은 별로 안 움직여도 그럴싸하거든요. 그렇기에 더욱 그 눈빛에서 뭔가 뿜어내야하는데 그것부터가 저에게는 새로운 시도였죠.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까지 누구를 잡아 죽일 듯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웃음). 자꾸 눈 화장을 진하게 스모키로 더 강하게(웃음), 도움을 받으려고요(웃음).
치고받고 넘어질 때는 걱정한 것과 달리 거칠게 넘어져서 깜짝 놀랐어요.
뛰어가다가 뒤에서 폭탄이 터지면 앞으로 확 넘어지는 장면 있잖아요. 그렇게 기술이 필요한 줄 몰랐어요. 뛰면서 낙법을 해야 하는데 얼굴로 떨어진 거예요. 매트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어요(웃음). 너무 아픈데, 스탭들은 뒤에 폭탄 터지는 거 보기 바쁘니까 걱정해주는 사람도 없더라고요(웃음). 뒤로 굴러 떨어지는 거나 옆으로 넘어지는 것도 요령이 없으니까 내 힘이 실려서 철퍼덕 넘어졌거든요. 낙법만 제대로 배우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준비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냥 무조건 맨몸으로 넘어지고(웃음), 항상 멍들고 근육통에 시달리고, 많이 맞았어요(웃음).
적지 않은 나이인데(웃음).
진짜 힘들었어요. 20대면 더 멋모르고 했을 텐데, 이제 몸이 다 아니까(웃음).
액션은 솔직히 걱정한 것에 비해 근사하게 잘 나왔어요.
걱정하셨어요? (웃음) 그죠, 어색할까봐(웃음).
어색할까보다 뭔가 손예진이랑 안 맞을까봐요.
그러니까요. 저도 찍으면서 늘 그 생각을 했어요.
없죠. 대부분 피하려고 하죠. 근데 감독님이든 제작자나 투자자든 그 부분을 크게 신경 안 쓰니까 저도 의아했어요. 저는 그 사이 <공범>이 개봉하긴 했지만 촬영 순서는 ‘상어’ 다음 바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거든요. 처음부터 감독님은 두 배우를 생각했고, 너무 다른 장르고 촬영하고 개봉하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리니까 무리가 없을 거라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매력적이지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민폐가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나니까 망설였죠.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하던 차에 남길 오빠는 계약을 하고 빨리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만약 감독님이나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두 배우가 같이 하는 게 새롭지 않다고 느꼈다면 둘 중 하나는 안하게 됐겠죠. 근데 전혀 개의치 않아서 성사가 된 것 같아요.
김남길이 손예진에게 함께 하자고 엄청 꼬였다고, 어필했다고 하던데요.
제가 오빠 때문에 했대요? 남길 오빠는 사실 별 도움 안됐고(웃음), 시나리오를 본 건 몇 년 전인데 그때도 둘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상어’로 만나게 됐고, 한편으로는 같이할 운명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이유가 있어서 안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단지 시기적인 문제로 고민한거였어요. ‘상어’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체력과 정신을 극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너무 없어서 망설였지, 결코 누가 꼬여서 결정한건 아니죠.
<타워> 때 경험하긴 했지만, 후반 작업에서 CG로 처리 되는 부분을 대상 없이 상상에 의존하며 연기하는 건 어떻던가요?
확실히 <타워>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배에서 촬영을 해서 그 공간만큼은 있으니 다행이었죠. 배라는 공간도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배 위에 올라가면 그냥 고독한 해적이 됐던 것 같아요. 너무 춥고 힘들어서(웃음). 궁금했던 건 그런 거죠. 벽란도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나, 롤러코스터 타는 장면이나, 절벽 위로 날아가는데 옆에 새가 보이는 장면이나, 고래가 나오는 장면 같은 것들이요.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고, 찍으면서도 계속 걱정 반 기대 반이었어요. 시뮬레이션 된 것, 입체 모형을 보여주면 큰 그림만 파악하고 상상하며 연기했거든요.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럴싸하게 나왔다고 자부해요. 당연히 시간과 돈이 더 있었다면 더 완벽하게 더 실제처럼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시간에 이 제작비로 정말 퀼리티 있게 나온 것 같아요. 국내 기술도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수로 장면은 촬영하면서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맨몸으로 후룸라이드를 타는 거니까요(웃음). 너무 추웠어요. 실제로 NG날 때마다 물을 뒤집어쓰니까요. 배우들과 함께 찍으면 추위를 나누는 느낌이 드는데, 혼자 찍으면 훨씬 더 춥거든요. 너무 춥고, 외롭고, 서럽고(웃음). 촬영감독님이 한번 직접 올라오셨어요. 바로 앞에서 카메라로 잡겠다고요. 그나마 촬영감독님과 같이 물 맞아서 조금 위로를 삼았죠(웃음).
이번 작품 찍을 때는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처음 찍는 액션에 사극에, 해적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모든 게 행복한 고민이라기보다 고독한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현장이 힘들었다기보다 저 혼자 계속 힘들었던 거죠. 시사회 끝나고 영화를 보니 힘들었던 게 눈 녹듯 다 사라지는 거예요. 뭔가 뿌듯하고, 참여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생각도 들고요. 재밌는 시나리오가 재밌게 나올까, 찍는 사람들도 때로는 의문이 들 때가 있거든요(웃음). 근데 너무 재밌게 나오고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주니 나의 고통과 힘들었던 것, 추위에 떨던 것들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요(웃음).
상업영화에 출연했고 멜로,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번처럼 철저히 오락영화로 기능하는 작품에 참여한 적은 없었어요. 전작들이 점점 손예진의 연기에 깊이가 느껴진다는 측면에서 만족감을 줬다면, 이번 영화는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만족감을 준 것 같아요.
그죠. 깊이 있는 캐릭터보다는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 속에서 내 역할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해서 좋은 건 <타워>로 처음 느꼈는데, 그 경험으로 인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처럼 함께 작업하는 또 다른 장르에도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항상 혼자 아니면 남자와 둘이 주인공인, 제가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영화를 주로 했어요. 그러다 <타워>를 했고, <타워>를 찍으니까 캐릭터에 깊이 몰입하고 싶어서 <공범>을 했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또 나름대로 볼거리가 있고,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그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게 운이 좋은 것도 같고요(웃음).
2014년 8월 6일 수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