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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봄, 혹은 겨울 <시라노 ; 연애조작단> 최다니엘
시라노 ; 연애조작단 |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지쳐 보인다. 릴레이 인터뷰는 처음이지, 아마?
이렇게 많이는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한 자리에 앉아서.

요즘 드라마 <더 뮤지컬> 때문에 바쁘다고.
피아노 연습 때문에 그렇지, 그렇게 정신이 없는 건 아니다. 아직 밤샘 촬영도 없고. 간간이 찍고 있다.

드라마에서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기한다. 작년에 인터뷰로 만났을 때, 키 큰 것도 싫고, 손가락 긴 것도 싫다고 말했었는데, 기억하나?
기억한다.(웃음)

싫어하는 길쭉길쭉한 손가락이 절실해 지는 순간을 만났다.
모르겠다. 빌어먹을 피아니스트를 맡아가지고. 하하하. 솔직히 너무 힘들다. 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도 칠 줄 몰랐던 사람이다. 그랜드 피아노를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고. 그런데 천재처럼 치려고 하니까 이게 너무 힘든 거다.

얼마 전에 피아노 치는 사진이 인터넷에 떴던데. 반응이 너무 좋던걸.
아마~ 드라마가 공개되면 나는 욕을 개같이 먹고, 매장 될 거다.(웃음)

(웃음)피아노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려 했는데, 차마 물을 수가 없네.
매력? 매력 있지. 건반을 하나하나 찢어 버리고 싶은 그런 매력이 있다.(웃음) 농담이고. 과제를 부여 받은 작품은 처음이다.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의 상용이(최다니엘)는 과제가 없잖나. 하지만 피아니스트라는 배역은 뭔가를 계속 배워야 한다. 그런 게 힘들지. 또 작품에 정이 안 붙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정이 안 붙는다고? 처음에 느낌이 없다가도, 촬영 중간에 바뀌기도 하잖나.
바뀌기도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그 느낌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싶다. 저번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 할 때도 처음에는 ‘훈남지훈’ 이미지를 불편해 했잖나.
그래서 <시라노>의 상용이를 했다. 그 이미지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 오해했었다. 훈남 이미지가 불편하다고 한 사람이, 또 훈남 역할을 하는 줄 알고. 그랬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아니더라. 상당히 찌질한 캐릭터던데.(웃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건가?
그런건 아니다. 나도 사람인지라 숲(작품) 보다 나무(배역)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상용이에게 매력을 못 느꼈다. 대사도 별로 없었고,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없고. 설명된 거라곤,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 끝!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미숙’ 끝! 이게 다였다. 그런데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게 읽히더라. ‘코미디’가 ‘로맨틱’ 보다 강조되는 여타의 ‘로맨틱 코미디’에 비해, ‘로.맨.틱(강조) 코미디’로 다가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들은 드라마투르기도 좋고, 코미디에서 멜로로 넘어가는 부분이 상당히 매끄럽잖나. 그런 게 이 시나리오에서 보였다. ‘김현석표’ 로맨틱 코미디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서 선택하게 됐다.

매력 없는 캐릭터라고 했는데, 영화에서의 상용은 상당히 재미있다. 다니엘만의 상용이가 탄생했다는 뜻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갔나?
촬영 들어갈 때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개인적인 문제였는데, 결국 대본도 제대로 못 읽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내 캐릭터를 찾는 게 필요했다. 어떻게 할까 하는데, 그 때 감독님의 습성들이 보이더라. 감독님을 모방해서 인물을 만들어갔다.

어떤 면을?
감독님의 어눌한 말투라든지, 수줍을 때 머리 긁는 움직임들. 병훈(엄태웅)도 감독님과 비슷한 면이 많은데, 결국 우리 영화는 감독님의 갈비뼈 하나를 병훈에게, 또 하나를 상용이에게 이식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그리고 사실, 처음 내가 이 영화에 캐스팅 됐을 때, 관계자분들이 우려를 많이 했다. “상용이는 여자 앞에서 말도 잘 못하고 찌질한 인물인데, 다니엘 걔는 키도 크고 전적을 보면 싱크가 안 맞잖아!” 이러면서. 운 좋게 잘 나와서 다행이다.
웃기지 않나? <하이킥> 들어갈 때는,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에서의 촐싹거리는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훈남지훈’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또 <하이킥>을 찍고 나니까 이젠, 너무 훈남 이미지가 아니냐며 우려한다. 그런 반응들이 웃길 것 같다.
웃기지… 너무 웃기지. 정말 빨리 잊혀지는 구나, 빨리 변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는 뭐… 그냥 그렇다. 그냥 그저 그런.

씁쓸하기도 하겠다.
그런데 그건 자기 기호니까. 내가 ‘말보로’를 피다가 ‘던힐’을 피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겐 그게 전부지만, 대중에게는 ‘엔조이’잖나. 영화 보러 가는 것도 삶에서 잠깐의 놀이를 즐기고 싶은 거니까. 사람들이 그자체로 만족하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거라 생각한다.

저번에 인터뷰 할 때도 그렇고, 다른 인터뷰 한 걸 살펴봐도 그런데, 이미지가 고착화 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 같다.
싫어한다기보다, 굳이 한 이미지 안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캐릭터들이든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거다. 캐릭터를 이용해서 내가 대박이 나거나 떼돈을 벌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규정되지 않은 상태가 좋다.

당신이 좋아한다고 종종 언급하는 지슬라브 백진스키. 그 미술가도 규정 되는 걸 꺼리는 사람이다. 심지어 작품 대다수의 제목이 ‘무제’다. 당신과 닮았다.
아, 그런가? 뭐라고 답해야 하지?(웃음)

내가 너무 의미를 부여했나?(웃음) 백진스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 사람 작품 중에 해골 남녀가 껴안고 있는 듯한 잘 알려진 작품 있잖나. 당신은 그걸 보면서 저 두 사람의 관계가 무엇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작품에 크게 의미 부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잖나. 어떤 것이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멈추게 했다면, 그건 그 자체만으로 힘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건 뭐지? 왜 멈추게 했지?’ 이렇게 파고드는 건, 그 형태를 순수하게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별로다. 물론 나도 사람이다 보니 궁금함에 의미를 파고들 때도 있는데, 전자에 가깝다. 백진스키의 그 그림도 보면, 그로테스크한 두 개가 껴안고 있다. 그런데 그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남녀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야 그런 형태에 익숙하니까,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백진스키가 정말 사람을 표현한 건지는 모르는 거다. 그가 정말로 사람 두 명이 껴안고 있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면, 제목도 ‘포옹!’ 이렇게 했겠지.
대답 중에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시라노>를 보면,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런데 솔직히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해 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자기식대로 보고 판단하는 거지. 당신은 어떤가?
나도 변덕이 심할 때가 있다. 또 내 기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딱 정의 내리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러니까 느낌은 확실한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따위에 함축시키기에는 그 느낌이 너무나 다양하다. 마치 빙어는 바다에서 갓 잡아서 톡 찍어 먹어야 제 맛인데, 그걸 포장해서 서울로 가져 온 후, 회로 떠서 딱 놔진 느낌이랄까. 말로 정리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비유가 여전히 좋다.(웃음) 영화에 여러 인물상이 나온다. 과거의 연인을 못 잊는 사람, 연애에 숙맥인 사람,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등. 등장인물 중 감정이 이입됐던 인물이 있다면?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병훈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상용이에게 많이 이입되겠지.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이 아닌 이상 겉핥기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본다.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겠지. 예를 들어 내가 이별을 했다고 치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죽을 것 같고, 다 팽개쳐 버리고 싶은데, 친구가 와서 “야, 임마! 다 알아!”이러면서 위로를 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모든 걸 이해해서 위로 하는 걸까? 상대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도 그런 적 있었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을 100% 알 수는 없다고 본다. 아, 잠시만! 눈에 뭔가가 들어갔다.(거울을 보며) 아~ 찾았다! (눙치며) 내가 눈이 커서 속눈썹이 잘 들어간다.(웃음)

(받아치며)그러게. 눈이 너무 커서 어쩌나~(웃음)
이게 큰 눈 가진 사람들의 콤플렉스지!(웃음)

만약 당신의 눈이 지금보다 1.5배 더 컸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크면 어쩌라고~ 으하하. 민망하네. 넘어 가자, 넘어가~ 하하.

어제 잠은 충분히 잤나?
늦게 잤다. 별로 한 건 없는데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뭐하나? 혼자만의 시간에.
좋은 글들을 보기도 하고, 센치해 지면 형식 없는 글들을 쓰기도 한다. 컴퓨터도 하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홈피에 쓴, 센치한 글들 나도 봤다.
욕을 쳐 먹었다. ‘허세 작렬이네~’ 이러면서.(웃음)

(웃음)그 글을 본 게, 당신이 <하이킥>으로 인기를 얻어 갈 때였을 거다. 그런데 이상하지. 당신은 사랑받고 있었지만, 그 글들은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그게 맞다. 공책이나 여기저기에 쓴 글들을 정리하다 보니까, 내가 뭔가에 아팠거나, 어두워져 있거나 혹은 사회에 반감이 있을 때 많이 썼더라. 정말 그럴 때 썼더라. 사실 그런 글들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그러지 못할 때, 어디에도 말할 수 없을 때, 그럴 때 쓴다. 대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게 돌려서 쓰지. 내가 아는 관념적인 용어들을 붙여가면서.
속마음을 털어 놓는 사람 없나? 혼자 삭이면 외로울 텐데.
그러니까 마스터베이션 같은 거다. 남자에게 마스터베이션이라는 건, 상대가 없지만 뭔가를 분출하고 싶을 때 하는 거잖나. 그런 거다. 듣는 사람은 없지만, 어딘가에 말은 하고 싶고. 결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면서 뱉어내는 거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거다.

그렇게 글로 분출하면 해소가 되나?
어느 정도.

허세라는 반응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인터뷰 준비하다 보니까, ‘<하이킥> 사인방(최다니엘, 윤시윤, 신세경, 황정음) 중에 당신만 안 되나?’ 라고 보는 시선들이 꽤 있더라. 눈에서 안 보이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나도 빨리 나가서 뭔가를 보여 줘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부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까도 말했듯, <시라노> 시작할 때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휴식을 취했으면 했다. 일단 모든 것을 정지 시키고 싶은 심정이었지. 그런 상황에서 <시라노>를 촬영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이전에는 연기를 할 때, 캐릭터 분석에서부터 모든 것이 너무 무거웠다. 나를 괴롭히면서 연기한 거지. 그런데 <시라노> 찍을 때는 너무 행복한 게 아닌가. 너무 들떠서 연기하는 바람에, 놓치고 간 부분도 꽤 있다. 그런 부분으로 인해 연기가 미숙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연기 했고, 행복을 느꼈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하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다.

처음으로 본인을 위해 연기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태웅 선배도 좋고, 감독님도 너무 좋고. 항상 흐트러지지 말아야지, 하며 살았는데, 그 때 깨달았다. 어떤 것들은 풀어놨을 때, 오히려 더 편해진다는 걸.

엄태웅씨와는 12년 차다. 많이 붙어 다녔다고 들었는데, 인생 상담도 많이 해 주던가?
영화에서 통째로 말아먹은 씬이 하나 있다. (수줍어하며)어떤 씬인지는 비밀이다! 그때 심한 상심에 빠졌는데, 태웅 선배가 그러더라. 괜찮다고. 넌 아직 어리고 미래가 있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술에 취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식의 얘기였다. 그 때 선배의 말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더라. 태웅 선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마음이 마치 하늘의 구름 같아서 핸드폰에, 엄구름이라고 저장해 놨다. 선배 이름을.

엄태웅씨과 뒤엉켜서 싸우는 씬이 기억에 남는다. 일명 개싸움인가? 멋 부리지 않고 싸워서 좋더라.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찍을 때 고생을 했을 것 같던데.
장난이 아니었다. 그게 다섯 테이크 갔나? 처음에는 별 합의 없이 갔는데, 태웅 선배가 진짜 때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정말 물어버렸지. 그랬더니 선배가 내 발 꺾어 버리고~(웃음) 나도 기억에 남는 씬이다. 재미있었다.
그런 개싸움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 <그사세>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데.
엄기준씨랑 싸우니까, 현빈 씨가 말리는 씬이 있었지. 맞다. 개싸움! 하하.

지난 주말(개봉 전 주말) 유료 시사회만으로도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던데.
아~ 나 그거 봤다.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으로 서치 조사도 할 수 있더라. 보니까, 우리 영화가 예매율 1위던데, 홍보가 되게 잘 됐구나, 싶었다.

어떤가? 책임감을 느끼나?
어떤 드라마건 방송이건 내 이름과 얼굴을 걸고 하는 것들에는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촬영할 때, 정성을 많은 쏟는 편이다. 내가 맡은 캐릭에게 미안하지 않게, 또 그 캐릭을 만든 작가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왜곡 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잘 표현된 것 같은가?
음… 대세에 큰 피해는 안 끼치면서 잘 묻어간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상대가 ‘연애조작단’을 통해 접근한 걸 알고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온다. 당신은 어떤가? 누군가가 ‘연애조작단’의 도움으로 다가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 속았다고 느낄까?
그보다는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아~ 그래서 그 때 그 사람들이 나한테 그렇게 했던 거야?”, “그래서 돈은 얼마 들었어?”, “에이~ 그거 나 그냥 주지! 그럼 바로 만났을 텐데!” 이러면서.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군.
잘 됐다면 나도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 들였다는 뜻이고, 이미 사랑이 시작됐다는 의미지 않나. 접근 방법이 잘못 됐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건, 물으나 마나한 질문 일 수 있는데, 지금 연애하나?
보나마나!
보나마나 뭐?
없다, 진짜로. 사실 주위에서 많이 하라고 그런다. 연애를 하면 나의 어두운 면이 많이 사라지지 않겠냐고 말씀 하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된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랑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다가서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더라.

한창 연애할 나이다. 스물다섯. 이 시기를 그냥 지나가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싶은데, 왜 <그사세> 노희경 작가님이 한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있잖나.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다!(웃음)

맞아. 지금 죄짓고 있는 거다.(웃음) 로맨틱 코미디를 찍다보면, 연애를 하고 싶은 감정이 더 커질 것도 같다.
그건 글쎄. 이건 약간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되는데, 살인 영화를 찍으면서 그 배우가 정말 살인을 저지르고 싶을까? 살인 장면을 어떻게 묘사해야 더 리얼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지, ‘살인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은 없을 거다. 물론 살인과 연애는 너무 다른 성질의 것이지만, 연애에 대한 영화를 한다고 해서 연애에 대한 바램이 커지지는 않는다.

영화에 보면, 여러 가지 연애 코치법이 등장하는데, 당신만의 연애 코치법이 있나?
그냥~ 남자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그런 사람을 만나야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좋아해서! 정말 진심으로 대해야지! 안 그러면 안 돼~!

가슴 밑바닥에서 끌어 올라오는 듯한 대답은 뭔가?(웃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가 나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다면?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아닌 건 아닌 건가? 만난 후에 시작되는 사랑도 있잖나.
물론 계속 보면 마음이 열릴 수도 있겠지. 그러다가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고. 그런데 상대가 계속 구애한다고 해서 넘어가는 건, 남자보다 여자들의 경우가 더 많지 않나. 남자들은 단순하다. 남자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가려운 곳 긁어주고, 쓰다듬어주고 하면 길들이기 쉬운 존재들이다.
사랑이라는 게 모호해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표현 한다면?
사랑은 모든 것인 것 같다. 사랑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인데, 사랑을 잃었을 때는 또 모든 것을 다 잃은 듯한 기분이 든다. 밥도 먹기 싫어지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고. 물론 얼마나 깊이 사랑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당신은 요즘 마음 가는 대로 사는 편인가, 아니면 주어진 것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나?
요즘은 전자인 것 같다. 그냥… 그냥, 그러고 있다. 내가 어디까지 개새끼가 되는지 보려고~!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는 건가?
모든 부분에서는, 그냥…, 흠…, 정말 그냥 그렇게, 마음가는대로 해 보고 싶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누가 짜증나게 하든 기쁘게 하든, 내가 짜 놓은 틀에서 움직였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에이~ 나도 모르겠다’ 하는 느낌으로 행동하곤 한다. 나를 놓는다? 어떻게 보면, 내 실험인 것도 있다. 그러니까 굳이 설명하자면, 자유로움을 추구하되, 방탕까지는 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은 잡고 있는 중이다. 지금 그런 상태다.

어쨌든 통제력을 잃지 않은 상태네.
아마, 잃게 되면 나를 9시 뉴스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웃음)

이제까지 살면서 내 통제에서 벗어났다 싶었던 적이 있나?
그런 기억은 없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긴 적도 한 번도 없고.

그럼, 지금 이 시기가 당신에겐 과도기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철이 덜 든 건지, 오춘기인지, 잘 모르겠다. 이게 지나면 알겠지. 나는 고등학교 때, 내가 정말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 때 당시에는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세상의 이치는 모두 나에게로 통한다고 믿었다. 너무 어렸던 거지. 왜, 지금 우리가 고등학생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나. 당시에는 잘 못 보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지난 1년간 시트콤, 영화, 드라마, CF 등 여러 가지를 거치며 바쁘게 살았는데,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얼마나 잘 달리고 있다고 느끼나.
흠…, 별로…. 별로 그런 생각을 안 한 걸 보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흠…, 그런 것 같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쳐 있는 기분이 든다. 뭔가가 압박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그냥 그게…, (긴 시간 말이 없다가)왜 그럴 때 있잖나. 뭔가 나를 놓고 싶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게 다 분산되는 것 같고, 뭐가 뭔지 다 모르겠고. 예전 같으면 쉽게 정의 내릴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과연 그런가?’, ‘그게 꼭 답은 아니잖아!’ 하는 의문이 들고. 그런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다. 정말 많은 것들을 잘 모르겠다.

오늘, 내가 관념적인 질문들을 많이 던진 것 같다. 술 마실 때나 나올 법한 질문들을.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자면, 지금 행복한가?
그걸 잘 모르겠다.(웃음)

꼭 찾기를 바란다. 그 정답들을.
그래야지!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6 )
qhrtnddk1
시라노에 등장한 많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어요. 최다니엘팬이 되어버린 작품입니다.^^ 최다니엘씨 장점은 연기가 연기 같지 않고 정말 살아있는 인물 같다는 것이예요. 그리고 자기 배우에게만 관심 가지면 되지 다른 배우에게까지 악플 남기는 분도 계시네요   
2011-07-19 23:18
doojinmk2
최다니엘 식으로 댓글.
왜 댓글달려면 로긴을 해야하는거니. 귀찮게.
최다니엘 오늘 처음 본 녀석인데, 이 녀석 인물이잖아!   
2010-09-21 17:08
covrah
개자식.. 지뚫하 팬으로서~ ^^;;   
2010-09-20 23:40
ggang003
안경은 꼭 써야...   
2010-09-20 14:43
mvgirl
시라노의 매력적인 인물들중 조금은 자기의 비중을 발휘하지 못한 듯한 캐릭터...   
2010-09-20 11:28
ldh6633
잘봤어요^^   
2010-09-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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