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괜찮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서 얼굴을 본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 것 같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영화를 오랜만에 하게 됐다. 영화의 여유, 만족도, 성취감 등 확실히 배우 입장에서는 영화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더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쪽대본도 나오고 작업 자체가 너무 급하게 돌아가니까.
모니터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신없이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다. 하나하나 꼼꼼히 지켜보고 장면 장면에도 더 신경 쓸 수 있으니까.
완성된 작품은 시사회에서 처음 본 건가?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보면서 어, 벌써 끝나나? 했다.(웃음) 2~3달을 부산에 있었는데 영화는 2시간도 안 돼서 끝나버리니 이상하더라. 드라마 할 때는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찍었으니.(웃음) 요즘은 드라마도 70분씩 하고 이러니까.
고생하면서 찍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배우들이 모두 액션 신이 많았는데, 완성된 영화에서는 편집이 많이 됐더라.(웃음) 싸우는 장면과 같은 경우도 배우들의 얼굴 컷을 많이 찍고, 같은 동작도 여러 번 반복해서 찍기도 하고 그랬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편집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저 장면을 내가 찍은 건가? 싶은 것도 있더라. 빠른 진행을 위해 편집된 부분이 좀 아쉽긴 하다.
액션 연기는 처음이어서 좀 더 그런 느낌이 더 들었겠다.
모두 다 등장해서 싸움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난 적이 있을 정도로 정신없이 촬영을 했는데, 편집에서 많이 잘리니 아쉽더라.(웃음) 물론 영화를 위해서 편집은 필요하다. 너무 편집을 안 하면 더 지루해질 수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중에 DVD 메이킹 영상 같은 데 실리겠지?(웃음)
액션은 여러 사람하고 동작도 맞춰야 하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기도 하는데.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액션을 처음 해봤는데, 매력이 있더라. 처음에는 손목 인대도 늘어나고 뼈에 살짝 금도 가고 했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 정도면 상당히 가볍게 다친 수준이니까 괜찮았다.
그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선뜻 선택하지는 않았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확 끌리지 않았다. 대본만 보니 캐릭터 분량이 너무 적었고, 다른 캐릭터들도 같이 나오니까 표현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소화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을 하다가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현장 분위기도 좋을 것 같고,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하고 얘기를 하던 끝에 출연하기로 결정을 하게 됐다. 김상진 감독님이 감언이설로 막 설득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냥 특유의 톤으로 ‘하자.’ 한마디 하더라.
촬영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감독님하고는 잘 맞았나?
너무 잘 맞았다. 김상진 감독님도 약간 즉흥적인 면이 있어서 현장에서 콘티가 바뀌는 일이 많았는데, 나 또한 콘티를 짜놓고 그대로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잘 맞았던 것 같다. 현장의 느낌을 더 많이 보는 스타일이라서.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1편과 비교하거나 의식한 부분은 없었나?
없었다. 영화를 다시 보지도 않았다. 예전에 보긴 했지만, 영화를 준비한다고 다시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1편을 다시 보면 흉내를 내게 될 지도 모를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봤다.
‘원펀치’ 캐릭터는 대사도 적고 분량도 많지 않지만, 중심을 잘 잡아준다. 심각한 모습도 있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있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1편에서는 다들 노마크한테, 어떻게 할까? 라고 물으면서 의지하는 편이었다. 그 시대 리더의 모습은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대의 리더는 자연스럽게 각자 색깔도 받아줄 줄도 알고, 얘기도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리더를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컨셉을 잡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 하고 의견을 구하는 스타일의 리더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더라. 기자시사 때, 주변의 여자 기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시사를 추천한다. 기자시사는 너무 서로 눈치들을 보는 것 같다.(웃음) 영화를 볼 때, 한 사람이 웃으면 그 웃음이 옆으로 퍼지면서 다 같이 웃고 그런 게 있잖나? 괜히 웃는 타이밍 아니어도 같이 웃게 되고 그런 게 있는데, 기자시사는 분위기가 반대다. 웃으려고 해도 옆 사람 보고 안 웃게 되고.(웃음)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 아니면 일반시사랑 기자시사랑 같이 해서 기자들을 일반 관객들 사이사이에 넣어서 해보면 어떨까도 싶다.(웃음) 농담처럼, 기자시사 할 때 객석 찍어서 예고편 같은 걸로 내보내면 대박날 거라고 한 적도 있다. 일반 사람들이 볼 때,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저런 반응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까?(웃음) 역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기자시사 때, 일본에서 온 팬들의 환호가 대단하더라.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일본 팬들은 대사도 못 알아들었을 텐데.(웃음) 팬 중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한 사람도 있고 하더라. 일본에서는 영화보다 드라마의 힘이 더 세다. 그래서 많이 알아봐주는 것 같다.
1편은 확실히 파격적인 매력이 있었지만, 2편에서는 아무리 파격적이어도 그만큼 파격적이긴 힘든 면이 있다. 사람들이 1편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배제하고 봐야 할 것 같다. 캐릭터의 변화는 1편보다 조금 편안해진 느낌이 있다. 뚜렷한 색깔은 약해졌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공감되는 캐릭터들을 내세웠다.
개인적으로 ‘원펀치’ 캐릭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색깔도 별로 없고, 왜 리더인지도 모르겠고, 대사도 없고 그래서 진짜 할 생각이 없었다. 근데 감독님이 시나리오대로 하는 분도 아니고, 현장에서 즉흥적인 것을 많이 하는 편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더라. 원펀치가 제일 편집이 안 된 편이라고.(웃음)
조한선, 문원주, 정재훈 등 같이 공연한 배우들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 빼고 다들 다정다감하다.(웃음) 성격상 그런 걸 잘 못 한다. 근데 다른 친구들은 스탭들하고도 잘 놀고, 잘 챙겨주고 하더라. 또 나만 술을 잘 못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술을 너무 잘 먹는다. 우리가 촬영하는 동안 호텔에 묵었는데, 그래서 누구나 다 사우나에서 잘 만나는 편이었다. 특히 김상진 감독님은 해 뜰 때까지 술을 드시고, 오전 11시에 사우나에 간다. 우리가 저녁 촬영밖에 없어서 다른 사람들은 3~4시에 사우가 갔다가 촬영장에 가는데, 감독님은 오전부터 사우나에 있다. 또 야부리 캐릭터 맡은 정재훈씨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먹어도 다음날 러닝머신을 뛰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영화 촬영할 때, 다른 작업이 없어서 계속 같이 생활했겠다.
중간에 회상 장면 찍을 때만 <천하무적 이평강> 촬영 때문에 왔다 갔다 했고, 거의 대부분 부산에 계속 있었다.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근데 형들이 그러더라. 분위기 다운시키는 멤버가 바로 나라고.(웃음) 다들 다정다감한데 나만 말을 툭툭 던지니까.
약간 애들 같지 않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형이나 누나처럼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주변에 다 형들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애교부리고 귀여운 친구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 형들, 누나들은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그런 편이다.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잘 맞는 것 같다.
성취감 얘기도 했었는데, 이제 드라마보다 영화 쪽으로 더 박차를 가할 생각인가?
드라마에도 여전히 욕심은 많다. 근데 이번 계기를 통해 영화 쪽으로 더 많이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 활동도 다시 해야 할텐데?
음악은 취미니까. 아직은 취미로만 하고 싶다. 지금은 연기 하나 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도 촬영장 다닐 때 기타는 항상 갖고 다닌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위닝 일레븐 하기.(웃음) 요즘 새로 나온 것도 해보고 있다.
여가는 주로 게임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보내나?
친구들하고 위닝 일레븐을 하면서 내기하고, 볼링장가서 볼링도 치고, 이번에 <천하무적 이평강>을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쳤었는데 재미있어서 가끔 치고 있다. 원래 골프를 되게 싫어했다. 뭐라고 해야 되나, 되게 재미없어 보이지 않나?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골프 채널 나오면 그냥 다른 데 돌리니까. 왠지 선생님들이 할 운동 같고, 정적이니까. 근데 내기 하는 건 좋아한다.(웃음)
승부욕이 있나보다. 게임이나 운동이나 다 승부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편인가?
매우 그렇다.(웃음) 친구들하고 되게 유치하게 논다. 위닝 일레븐 하면서 한 골 넣고 요란하게 세리머니도 하고.
친구들하고는 있을 때는 애들처럼 놀지만, 주변 형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양면성이 있다.
형들하고 만나면 인생 얘기나 내가 배울 게 많으니까 질문을 많이 하고 도움을 받는 편이다. 친구들하고 만나면 고등학생처럼 논다. 아직도 천 원, 이천 원 갖고 싸우고 그런다.(웃음) 친구들이니까, 어디 가서 그렇게 못 하잖나?(웃음)
승부욕도 그렇고, 형들한테 조언을 구하는 것도 그렇고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욕심은 없는 편인데 있다고 해야 하나? 일단 없다가 일이 들어오면 해야 되니까 욕심이 생긴다. 책임감 같은 것이기도 하고.
드라마나 시나리오에 출연 결정할 때 가장 우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감독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 김상진 감독님은 데뷔하신 지도 오래됐고, 젊은 나이에 입봉해서 그동안 작품들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런 커리어에 비해 감독으로서의 거리감 없이 잘 대해줬다.
평소에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영화를 보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꼼꼼히 챙기는 편인가?
이것저것 장르 안 가리고 다 좋아한다. 코미디 영화는 같이 보는 편이지만, 그 외의 영화들은 주로 혼자 보는 편이다. 혼자 보면 집중이 잘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저 남자배우 매력있네, 저 여자배우 사랑스럽네 하면서 철저히 관객 입장으로만 입 헤 벌리고 본다. 그래도 나름 배운데 연기를 봐야 하지 않나? 하고 스스로 자문할 정도로 별 생각 없다.(웃음)
작년에 좀 그랬다. 일을 연달아서 계속 해서 힘들었다. 조금은 쉬면서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선배들이 아니라더라. 할 때 열심히 하는 게 나중에 더 많이 도움이 된단다. 지금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고 있다. 진도 한 번 빼보고, 잘 쉬면서 충전도 해보고 그러면서.
김상진 감독은 평소에 자신의 영화를 보고 시원하게 웃으면 좋다고 하면서도 <주유소 습격사건 2>에는 언론이나 88만원 세대 등 사회 문제도 은근히 다뤘더라.
감독님이 뒤끝이 있어서 그렇다.(웃음) 소심한 부분이 있어서.
현장에서 뒤끝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모양이다?
절대 아니다. 그냥 잘 삐치고 뭐 그런 정도?(웃음) 근데 친구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작업할 때도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촬영 위치가 어디냐고 묻고 그랬다. 그러면 감독님이 그게 감독한테 할 질문이냐고 뭐라고 한다.(웃음) 그래도 냉정할 땐 냉정하다. 감독님이 생각한 것을 넘어가면 냉철하게 끊는다. 분위기는 자유롭되 오버하지는 않았다. 그런 부분이 확실해서 좋았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격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나뉘는 편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편하게 생각해주지만, 싫어하고 안 맞는 사람들은 건방지다거나 버릇이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근데 그냥 편한 게 좋다. 형식적이고 틀에 갇힌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자연스러운게 좋다. 예전에 드라마 찍을 때는 약간 고지식한 분들은 엔딩 표정은 어떻게 해라, 시선은 어딜 봐라, 하는 식으로 형식적인 것을 많이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원펀치’ 머리 스타일은 과거 <메리대구 공방전>에 나왔던 스타일하고 비슷하다. 은근히 어울린다.
파마머리가 편하다. <메리대구 공방전>에서는 호일파마라고 더 지저분한 스타일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헤어스타일을 좋아한다. 편하잖나? 만날 샵에 가야하고 그런 거 싫으니까. 그냥 그런 머리하면 자다가 바로 나와도 티도 안 난다.(웃음)
요즘 홍보에 아주 열심히다. 버라이어티에도 많이 나오고.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예능 한두 개는 괜찮은데 더 많이 하면 좀 그렇다. 배우는 예능에 선을 잘 그어야 한다. 너무 많이 나와도 안 좋고, 너무 안 나와도 안 되는 것 같다. 옛날에 음반 때문에 예능을 많이 해서 그나마 익숙하긴 하다. 또 아직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아서 홍보에만 전념하고 있다.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