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반응이 좋았는데, 개봉이 너무 늦은 것 같다.
영화가 큰 영화가 아니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영화계가 어렵잖나. 개봉관 많이 잡는 영화는 아예 많이 잡지만, 어중간한 영화들은 잡는 것 자체도 힘드니까. 원래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끝나고 11월쯤 개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이렇게 됐다.
<청연> 때는 친일논란이더니 이번엔 개봉까지 늦어져 걱정을 많이 했다.
<청연> 같은 경우는 개봉하기 1년 전에 권기옥 여사의 후손들이 코리아픽처스로 팩스를 보내왔었다. 그분이 만주 비행학교에서 먼저 비행기를 몰았다는 것이었다. 근데 상대적으로 박경원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근데 <청연>에 쓰인 ‘조선 최초의 여류 비행사’라는 카피가 문제였다. 사실은 자료 조사를 하면서 권기옥 여사의 존재를 알았다. 그래서 제작사에 그 카피를 쓰지 말고 그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 괜찮지 않겠냐고 했다. 어차피 최초의 여류 비행사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으니까. 근데 결국 제작사에서 그 카피를 광고로 썼고, 그 분들이 또 언론사에 알리게 됐다. 그 분들이 친일 얘기를 한 건 아니다. 박경원이 최초의 여류 비행사가 아니라는 내용만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박경원은 최초의 민간 여류 비행사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중요한 게 아니어서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근데 그것이 친일로 이어지고 결국 흥행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그런 여파도 있었겠지만, 당시에 워낙 센 영화들이 몰려 있었다. <태풍> <왕의 남자> 같은 영화들과 같이 개봉했다. 당시 개봉관이 70여개로 기억된다. 개봉 시기가 안 좋았지만 감독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니까. 뭐 영화도 운명이 있는 거 같다.
처음에 제작자가 <조만득씨>라는 단편을 보여줬다고 했는데,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읽어봤는데, 굉장히 짧았다. 읽으면 30분도 채 안 걸릴 분량이었다. 짧고 오래된 소설이었는데 재미있더라. 처음에 몇 장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들었는데, 과대망상증 환자가 병원에 들어가고 그런 얘기들 나오면서 흥미를 끌었고, 끝까지 읽어보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이다. 사실 안 행복하지. 역설적인 의미인데, 안 행복한 사람의 얘기를 각색하면서 얘기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남자가 병원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과정이랑 간호사가 환자를 보고 느끼는 느낌 등을 멜로와는 다른 좀 특이한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사람이나 미치지 않은 사람이나 어떤 의미로 보면 삶이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그런데 삶이라는 건 미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나. 미치기 전까지는 버텨보는,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소설은 주인공이 동생과 어머니를 모두 죽이는 결말로, 영화와는 다르다.
그게 문제였다. 예전에 이청준 선생 만났을 때 물어봤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다 죽이면서 끝나는데 의도가 뭐냐고. 그랬더니 실화라고 했다. 실화니까 이청준 선생도 그렇게 쓴 거지 특별히 다른 메타포가 있는 건 아니었다고. 근데 각색을 하다 보니까, 처음부터 실화라고 밝히면 모르겠는데, 누가 봐도 원작을 각색한 영환데, 마지막을 소설처럼 하면 너무 출구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출구 없는 얘기를 하게 될까봐 바꿨다.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서.
소설과는 다른 영화의 결말은 안쓰럽지만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제목도 역설적으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짓기도 했지만, 보고 나서 기본적으로 출구가 없는 영화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원작을 보면 뭐, 다 죽자는 얘긴데(웃음) 그건 너무 비참하잖나.
단편 소설의 이야기라는 태생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2시간의 영화로 만들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간호사 수경과 환자 만수의 관계가 중요했다. 만수는 소설과 거의 비슷하다. 원작에서는 만수가 형이고 동생이 괴롭히는데, 영화에서는 반대다. 배우가 현빈이니까. 현빈 동생이면 10대잖나.(웃음) 비극적인 사건은 비슷하고, 간호사의 비중을 달리 했다. 병원에서 행복해하는 사람을 치료해서 내보내는 게 진정한 치료인가? 그 사람이 병원에 있는 걸 더 행복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 정도의 얘기를 가지고 간호사를 만들었다. 영화적으로는 미쳐버린 만수의 사연하고 콘트라스트를 줄려고 간호사 쪽에도 힘든 사연을 만들었다. 한 사람은 미치고 한 사람은 끝까지 버텼다는 차이만 있다. 그 두 사람의 관계를 만드는 데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다.
나도 의외다.(웃음) 현빈이라는 배우도 그렇지만, 이보영이란 배우도 당시 <원스어폰어타임> 이후 흥행성을 가진 배우로 인정받고 있어서 당시에는 쉽게 캐스팅할 수 있는 배우들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얘기를 해왔다. 여러 가지로 볼 수 있겠지. 연기 욕심도 있었을 테고. 아무튼 운 좋게 별 어려움 없이 캐스팅할 수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해뒀던 배우는 없었나?
원작의 조만득은 40대다. 그래서 40대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젊은 층으로 갈 계획은 아니었다. 근데 그때 현빈한테 연락이 온 거다. 현빈 같은 경우는 일본에도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배우니까 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배우들이 감독의 꼼꼼한 연기지도에 욕심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단순히 연기 변신을 위해서라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거다. 진심으로 영화에 흥미를 느껴야 연기 지도도 할 수 있고, 에너지도 나오는 법이다. 단순히 어떤 감독하고 작업하면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작품을 선택한다면 힘든 작업이 된다. 근데 캐스팅을 결정하기 전에 빈이를 몇 번 만나서 얘기를 해봤더니 본인이 재미있게 읽고 나름 생각도 많이 했더라. 나도 그런 배우랑 일을 안 할 이유도 없었고, 빈이 역시 작품과 함께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조곤조곤한 말로 주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주로 어떤 부분에 대해서 얘길 했나?
처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빈이가 어려워하더라. 하고 싶어서 덜컥 시작은 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려웠던 거지. 이 영화에는 레이어가 두 개잖나. 정신병원에서의 미친 연기랑 삶에 힘겨워하던 과거 모습. 두 가지 연기인데 둘 다 만만치 않거든. 굉장히 혹독하게 하리라는 각오는 하고 왔겠지만, 무엇보다 배우가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그래서 얘기를 많이 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얘기를 많이 하면서 연기에 대한 중압감을 덜어냈다. 현빈이라는 배우가 그동안 안 해왔던 캐릭터나 상황이기 때문에 설명을 많이 해서 본인이 수긍할 수 있도록 했다. 촬영이 굉장히 촉박하게 진행됐는데, 그 와중에도 연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고, 현빈 역시 쏙쏙 잘 받아들였다.
촬영 기간이 6주였다. HD라 빠르기도 했겠지만, 상당히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예산이 그리 많지 않아서 굉장히 빡빡했다. 6주 동안 현빈이나 다른 배우들의 스케줄도 고려해야 했으니까. 근데 또 영화라는 건 찍으면 찍는다. 뭔가 안 맞는 영화는 1년을 찍어도 완성하지 못하지만, 잘 맞는 영화는 빡빡해도 찍긴 찍는다.(웃음) 우린 비교적 캐스팅이 단출했으니까 집중력 있게 찍을 수 있었다.
크게 차이를 못 느꼈다. 그리고 제작비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서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HD도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텔레시네나 키네코 작업이 발전해서 다시 필름으로 옮기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HD로 해도 작업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카센터는 물론, 동네 전체가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처럼 너무 잘 어울리더라.
제작부가 헌팅을 다니면서 그곳을 우연히 보고 찍어서 올려 보냈는데 마음에 들었다. 카센터가 원래 기와집이다. 옆에 자동차 들어 올리는 기계도 있었는데, 그건 폐품 공간으로 변형시켰다. 그 동네 자체가 요즘 보기 힘든 지역이긴 하다. 스탭들도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었나? 70년대 분위기 난다며 신기해하더라.
일정도 빡빡하고, 로케이션 촬영에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하니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겠다.
제일 애를 먹었던 장면은 간호사 수경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인데, 어렵게 찍었다. 남원인가에 있던 오픈하지 않은 병원을 섭외해서 운 좋게 찍게 됐는데,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날만 찍을 수 있었다. 근데 그게 보영이 첫 분량이었던 거지. 아직 현장 적응도 안 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순간을 찍으니까 배우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꼭 그날 다 찍어야 해서 다음날 날 밝을 때까지 계속 찍어 끝냈다. 또 빈이 병원에서 폭동 일으키는 장면도 힘든 장면이었다. 지방에서 찍다보니 서울에서 보조 출연자들을 부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을 급하게 섭외해서 찍었는데, 그냥 배경이 아니라 뭔가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사람들이 어려워했다. 결국 중간에 제작부, 연출부를 투입했다.
개인적으로도 현장 생활 할 때, 연기 시키면 참 부담스러웠다.(웃음)
(웃음) 그냥 한 컷 찍고 끝나는 거면 아무나 시키겠는데, 앵글에 따라서 다시 여러 번 해야 하니까 사람들이 도망가더라. 그래서 시간되는 스탭들을 적극 활용했다. 축구 장면에서는 연출부, 제작부에 매니저들까지 다 들어갔다. 나중에 병원에서 촬영할 때는 연출부, 제작부가 아예 환자복 입고 일했다니까.(웃음) 촬영 지연되면 제작비 올라가니까 어쩔 수 없지.
방에서 찍을 때가 힘들었다. 너무 좁았다. 카센터 방은 실제 방이어서 카메라 들어가면 앵글도 안 나온다. 제작비 여유가 있었으면 세트를 지었을 텐데, 아쉽더라. 실제 방에서 촬영할 때는 조수도 겨우 들어가고 나는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밖에서 모니터만 봤다. 또 시골인데 밤에 악쓰고 하면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잖나. 조용한 시골 새벽 2시에 다 죽인다고 소리 지르니 진짜 싸움난 줄 알고 그랬다.(웃음)
수경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수경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정말 서럽더라.
NG가 굉장히 많이 났었다. 본인도 오자마자 어려운 장면부터 찍으니 집중하기 어려웠고, 또 시나리오에는 ‘자다가 깨서 응급실로 가보니 아버지가 죽어있다. 오열하는 수경’이라고만 돼 있으니까. 통상적인 연기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어서 원 신 원 컷으로 갔다. 배우가 힘들었겠지. 보통이라면 달려가서 울면 되는데, 여기서는 선뜻 못가고 주춤주춤한다.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지금까지 왔는데 휴게실에서 잠깐 존 사이에 돌아가셨으니 인정하지 못하고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상황인거지. 그 장면을 롱테이크로 5분 넘게 찍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결국 시나리오상의 구조나 설명보다는 진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자고 했다. 힘들게 찍었지만, 오자마자 찍어서 보영이가 체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빈이 노래방에서 노래하며 우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그건 아침 6시에 찍었다. 원래는 1절을 부르고 간주 나올 때 우는 거였는데, 첫 테이크를 찍는데 빈이가 몇 마디 하더니 바로 울더라. 알고 보니 빈이가 그 장면을 찍는다고 미리 맥주를 꽤 마셨었다. 원래 술도 못하는 친군데 취한 상태로 들어가서 감정이 올라온 거지. 1시간 정도 찍어서 끝내 놓고 모니터를 보는데, 빈이가 옆으로 오더라. 원래 끝나면 일찍 들어가는데 그 날은 하얗게 눈물 자국이 남을 때까지 닦지도 않은 상태였다. 연기를 하는데 세상에는 만수같이 사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 장면에서는 자기감정에 충실해서 찍은 장면이다. 본인도 뭔가를 느꼈던 모양이다.
불행한 것들을 털어내야 행복이 시작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 것도 있다. 근데 기본적으로 이게 장르적인 얘기라면 마지막에 해피엔딩이 되는데, 실제로 산다는 건 그렇지 않으니까. 그래서 마지막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주고 싶었다. 일단 두 사람이 생지옥에서는 벗어난 느낌으로. 그 정도가 최선이 아니었을까.
비록 다시 지옥 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긍정적인 뉘앙스가 많이 느껴졌다.
진짜 긍정적이려면 딱 부러지는 해피엔딩이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좀 오버니까. 이 이야기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그 정도가 최대치였다고 생각한다.
제목도 역설적이지만 상황도 역설적이다. 사람들은 만수를 돕지만, 과연 그것이 만수한테 좋은 일인지 모를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문제들은 대부분 상투적인 것들이다. 우리를 진짜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들. 돈 문제나 부모 공양 문제, 질병 같은 것들. 요즘 케이블TV 보면 웬 암보험 광고가 그리 많은지. 곧 다 죽을 것 같은 느낌까지 들더라.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썼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편해진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돈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는 자식이 부모를 모셨지만 이제는 핵가족 시대다보니 부모님 모시는 것도 문제가 됐다. 사회 보장 하나 없는 노인들은 살기도 힘들다. 그런 문제들이 현실의 우리들 발목을 잡는 것들이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나?
영화만큼은 아니겠지만.
영화는 너무 고통스럽잖나?(웃음)
(웃음)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만약 그 세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경험한 사람은 영화 보는 내내 굉장히 답답할 거라고.
병원의 다른 환자들은 블랙코미디 형식이지만, 분량이 아쉬워 곁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원래는 분량이 조금 더 있었다. 근데 원체 연기를 어렵게 요구해서 그런지 찍고 보니 마음에 안 들었다. 원래는 환자들한테도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있는데, 마지막 편집하면서 많이 잘라냈다. 그런 요소들이 좀 살아주면 정신병원 분위기가 좀 더 풍요롭게 나왔을 텐데, 좀 썰렁하게 나와서 아쉽다.
수경이 만수를 향하는 마음은 현실을 떠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안도의 접점이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만수는 미쳐서 들어왔고, 수경은 만수 못지않게 사연이 있지만 미치진 않은 상태고. 근데 이 여자도 거의 간호사로는 빵점이잖나. 졸고, 안 나오고, 멍 때리고 있고.(웃음) 두 사람이 철창을 사이에 두고, 한 사람은 현실에 있고 다른 사람은 가상 세계에 있지만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미친 사람이나 미치지 않은 사람이나, 마치 행복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느껴지게. 중간에 만수가 수경 아버지가 아프다는 걸 알고 가짜 돈을 주잖나? 그게 아이러니인데, 보통은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데, 여기서는 역으로 환자가 간호사를 위로하는 거다. 멜로라기보다 페이소스 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만수가 병을 고치고 병원에서 퇴원하지만, 이제 다시 불행한 삶으로 돌아와 겪어야 할 고통들을 생각하니 씁쓸하더라.
만수는 정신이 들어서 현실로 돌아오고, 수경은 병원을 그만둔다. 사실 수경한테 병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한 곳 정도? 오히려 지옥 같은 곳이지. 하지만 만수나 수경 모두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대안이 없다. 망망대해로 나가는 거지. 영화에서 보면 두 사람이 점차 멀어지는데,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냈다는 느낌이 든다. 한 사람은 미치면서 버텼고, 한 사람은 미치기 일보직전으로 버텼고. 그런 점에서 점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어둠의 터널을 벗어났고, 물론 또 어둠의 터널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단 땅에 다리를 대고 선 것만으로 가능성은 있는 거니까. 그래서 대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나리오는 2개 정도 나갈 것 같고, 또 하나를 쓰고 있다. <로마빵집 이야기>도 다시 해야지. 원래 그게 먼저 계약돼 있었는데 늦어져서 이것부터 한 거니까. 다시 진행해야 한다.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다.
요즘에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잖나. 시간 있을 때 시나리오도 많이 써놓고, 공부도 많이 해야지. 우선 <로마빵집 이야기> 시나리오는 끝난 상태다. 근데 준비하는 다른 느와르 영화가 먼저 진행될 것 같다. 아직 내용을 말하긴 좀 그렇고 그냥 느와르다운 영화?(웃음) 장르적인 영화가 될 거다. 원래 해보고 싶었던 영화니까. <로마빵집 이야기>는 느와르 멜로가 될 테고, 이것도 비슷한데 액션이 좀 더 들어갈 것 같다. 캐스팅은 아직인데 생각해 둔 배우는 있다.
아직도 윤종찬 감독의 캐스팅 얘기에는 장진영이 먼저 떠오른다.
원래 <로마빵집 이야기> 얘기를 하다가 작업이 늘어지니까 드라마 <로비스트>를 먼저 하게 된 거다. 그거 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는데, 안타깝게 됐다. 작품뿐만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배우고, 솔직히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소름>이란 작품을 통해서 첫 주연을 맡게 됐고, 본격적인 영화 커리어도 같이 시작한 셈이니까. 작년 8월에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그때 잠깐 <소름> 얘기를 했다. 영화제 초청받고 했던 일들이 2000년, 2001년 일인데 굉장히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 생각해보면 불과 7~8년 전 일인데.
그럼 먼저 준비 중인 느와르 영화는 곧 진행이 되는 건가?
아직 단정적으로 촬영 시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어차피 좀 늦어졌으니 더 꼼꼼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한두 달 먼저 들어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소름> <청연> <나는 행복합니다> 순서니까 이번엔 대작을 할 차례인데?(웃음)
(웃음) 시나리오에 달렸지. 근데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대략 중급 정도 될 것 같다.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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