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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껍질을 벗기 위한 김혜성의 선택 <소년, 소년을 만나다.>
2008년 11월 23일 일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요즘 <바람의 나라> 촬영 때문에 힘들죠?
그냥 지방 왔다 갔다 하는 게.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년, 소년)를 기자시사에 못가 어제서야 봤는데 한 40분 될 거라고 해서 ‘아~ 그래?’ 그랬는데, 영화가 너무 금방 끝나고 엔딩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관계자 분께 물어 봤잖아요.(웃음)
하하하.

한 15분 안에 영화 엔딩이 올라가서 ‘그게 맞아요?’ 했더니 맞는다고 하시면서 극장에서는 메이킹이랑 같이 상영 할 거라고.
그거 맞아요.(웃음)

영화장르가 퀴어 영화라서 많이들 물어 볼 거 같은데,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얘기를 좀 해주세요.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대사도 없고 퀴어 영화라고 해서 보지도 않고 안한다고 했어요. 근데 주위에 윗분들이 먼저 보시고 읽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읽어는 봤군요.
네. 근데 대사도 없고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해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욕심이 좀 나더라고요. 이거를 잘하면 연기하는데 자신감도 더 얻을 거 같고, 호기심도 좀 나고. 또 퀴어 영화를 이렇게 대놓고 샤방하게 찍으려는 거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그래서 감독님 만나서 얘기를 했어요. 감독님이 실제 연애를 그렇게 하시는 분이니까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한 구체적인 감정이나 그런 것들?
맞아요. 그리고 소속사 사무실에서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많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감독님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근데 회사에서 김조광수 감독님이 10년 넘게 영화 제작을 하셨던 분이고 여러 가지로 저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잘 해주실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고 ‘잘 이끌어 주세요.’ 그렇게 말씀 드리고 출연을 하게 됐죠.

결정을 금방 했다고 들어서 선입견 같은 건 없었는 줄 알았는데.
있었어요. 읽어 보기도 전에.(웃음) 대부분의 남자들은 좀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하다못해 친구들이라도 ‘야~! 너~’ 그럴 수도 있고.(웃음)
맞아요. 시나리오 얘기를 듣고 ‘아! 진짜 안한다고. 내가 왜~ 그걸 하냐고. 안한다고.’(웃음)

그동안 범이 와의 로맨스도 있었는데.(웃음)
아니~~ 그러니까요.(웃음) 가뜩이나 사람들이 <하이킥>에서 그런 거 보고도 그랬는데. 근데 읽어 보니까 별 다르게 이상하다 그런 게 없었어요. 대사 없이 표현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감독님이랑 얘기하면서 퀴어고 뭐고 간에, 일반적인 범주에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과 성이 다를 뿐이지 감정을 가지고 설레여 하는 거는 다 똑같구
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정을 하고 나서는 편했던 거 같아요.

주인공이 둘 다 대사가 없잖아요. 그 대신 음악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 주더라고요. 나는 그게 참 예뻤는데 실제적으로 배우들이 연기 할 때는 그런 것들을 모르잖아요. 어떤 게 어려웠고 좋았어요? 배운 점도 있을 거 같고.
상대와 대사를 치면서 연기를 하면 훨씬 더 얼굴도 자연스럽고 연기도 편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대사가 없다는 게 자신이 없었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내가 잘만 한다면 다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때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시기였거든요. 처음에는 감정을 모르겠어서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근데 얘기를 나누고 보니까 상대방이 남자라서 그렇지 그냥 제가 여자 친구를 만나서 설레여 하는 표정이랑 똑같더라고요.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겠어요.
네. 많이요. 그리고 찍고 나서 자신감도 많이 쌓였어요. 시사회 같다 온 분들이 리뷰를 쓰잖아요. 그 분들이 짧은 영화인데도 잘 봤다고, 얼굴에서 느낌이 잘 전달 됐다고 써주신 거 보고, 그래도 내가 걱정했던 거 보다는 괜찮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셔서 그게 참 소득인거 같아요.

지금 대화하면서 보는 혜성씨 보다 영화에서의 혜성씨가 훨씬 더 정적인 거 같아요. 헤어스타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영화에서의 수줍은 혜성씨 표정은 상대가 남자가 아니라 어떤 예쁜 여학생이었어도 나올 수 있는 거여서 ‘쟤네들 왜 저러나?’ 그런 생각은 안 들었던 거 같아요.(웃음)
하하하(웃음) 고맙습니다.

근데 처음에 현진씨 보니까 그런 감정이 들던가요?(웃음)
저와 현진이형은 이미지가 서로 달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현진이 형을 여자라고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그 덩치에 그 이미지가 있는데. 아무리 여자라고 주입을 시켜도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냥 제 스스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계속 주입시켰어요. 연기를 하는 동안에 제가 여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정말로 남자를 좋아하는 민수가 되려고. 그렇게
하니까 막판에 포옹하는 씬에서는 부담 없이.

와락 안기던데.(웃음)
그거 찍을 때는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편하게 달려가서 안았고, 컷하고 나서 뻘줌했지 연기 할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계속 자기 최면을 걸다 보니까 그랬던 거 같아요.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정말 그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편하게 찍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웃음)

그건 알고 있어요. 전혀 아니라는 건.(웃음)
촬영이 세 번? 네 번? 정도 밖에는 안됐잖아요. 보통의 영화는 3, 6개월을 계속 이어서 찍는데 <소년, 소년>은 이어서도 아니고, 그 몇 번마저도 뜨문뜨문.

서로 둘 다 낯을 너무 가려요. 형도 저도. 지금도 만나면 서로 존댓말 써요. ‘형, 안녕하셨어요. 식사 하셨어요.’ 그러면 ‘네. 혜성씨 식사하셨어요.’

뭐야~~
제가 동생이다 보니까 먼저 다가가서 살갑게 대하고 해야 하는데, 제가 성격이 좀 단답형이고 무뚝뚝해요. 낯도 많이 가리고. 그러다보니까 서로 친해지려고 할 때 촬영이 끝났어요. 그래서 지금 만나면 또 처음 그대로에요. ‘안녕하세요. 형.’ ‘네. 혜성씨 안녕하세요.’ 그게 참 많이 아쉬운 거 같아요. 원래 영화 촬영을 3, 6개월 하다 보면 숙소에서 같이 자고, 먹고 하면서 친해지잖아요. 근데 이거는 단편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떤 배우 분은 6개월 정도를 그렇게 촬영 하고 나니까 같이 지낸 배우들과 너무 친해져서 몇 개월 후에 다시 만나도 한 10년 만난 친구 같았다고.
맞아요. 그런 게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메이킹 필름을 봤더니 감독님 개인 얘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돈 뺏겨놓고도 돈 뺏은 학생이 멋있어서 그 학생을 기다리고 그랬다고. 그거 보면서 ‘참~ 저분도 대단하시다.’ 그런생각이 들었는데,(웃음) 그렇게 감독님 얘기가 많이 들어가니까 감정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알려 줬을 거 같아요.
저희가 실제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어서 감정이 헷갈렸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어떤 심정이셨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물어 보면서 촬영을 했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솔직하게 커밍아웃을 하신 분이어서.
그래서 저희도 물어 보기가 더 편했죠.

감독님이 인간적으로는 어떤 분인 거 같았어요?
정말 좋은 사람. 남자를 좋아하는 분이어서 왠지 우울 할 거 같고, 편견에 대해 힘들어 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에요. 너무 밝으세요.

전혀 안 그렇죠.
오히려 편견에 맞서 싸우고.(웃음)

맞아. ‘이래선 안 돼!’ 하면서 이런 영화 만들고.(웃음)
그래서 너무 보기 좋은 거예요. 근데 처음에 감독님이랑 스킨십 할 때는 약간 거리를 두고.

하하하. 혹시라도 자기한테 그런 마음 들까봐?(웃음)
하하하. 아무래도.(웃음) 근데 감독님도 신경 쓰였겠죠. 근데 제가 그러면 감독님이 불편 하실 거 같아서 나중에는 편하게 포옹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 얘기도 더 깊이 나눌 수 있었고,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아예 없어지더라고요.

메이킹 필름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이 ‘이걸 끝내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거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근데 이것도 안 되면 난 진짜 안 된다.’ 라고 얘기했는데, 그때는 영화를 찍을 때였고, 지금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로 메이저 영화관에서 개봉도 하게 됐잖아요. 어때요? 자기가 원했던 것들을 이 영화를 통해서 끌어 낸 것 같아요?
제가 그 당시 좀 힘들었을 땐데, 이게 <하이킥> 끝나고 첫 작품이었어요. 그 전에 들어가려고 했던 작품들 중에 안 된 것도 많고, 투자 쪽에 문제가 있어서 못하게 된 것도 있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있어서 더 그랬죠. 그때까지 만해도 연기에 욕심이 없었어요. 아니, 그냥 모든 게 하기 싫었어요. 자꾸만 뭔가가 안 되니까. 어쨌든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소년, 소년>을 했는데, 작품 들어가기 전에 정신을 차렸던 거 같아요. 그리고 작품 하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소중함도 알고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고. 이 영화는 그런 게 가장 컷어요. 이제는 다른 것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고. 그때 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지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그때 보다 더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힘든 것도 많이 털어 버리고 그랬기 때문에. 또 영화가 상영도 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니까 더 좋고요.

상영은 진짜로 이례적이잖아요. 단편영화인데.
사람들이 장편인 줄 알고 헷갈려 하시기도 하는데.(웃음)

깜짝 놀랐잖아. 십 몇 분 만에 엔딩이 올라가니까.(웃음)
13분? 15분?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꾸준하게 사랑해 주시니까 이렇게 개봉을 하잖아요. 생각 할수록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년, 소년>이 저예산 영화이고 그러다 보니 노 개런티로 출연을 했는데.. 또 할 건가요? 노 개런티로 출연하라고 하면.(웃음)
이거 기사 쓸건 가요? 하하하.

우리는 다 써요.(웃음) 무비스트 들어 와서 본 적 있어요?
네. 저는 많이 봤어요.

우리는 배우들의 말을 거의 자르지 않아요. 어쨌든 어떻게?
저요? 무턱대고는 안하죠. 어떻게 좋은 작품인지를 봐야겠죠.

노 개런티인거 알았죠?
물론 알았어요. 단편영화라는 거 자체가 돈도 안 주고 받아 봤자 아주 적은 금액인거 다 알았어요. 근데 사무실에서 적극 권했어요. 보통 사무실은 이런 거 안 시키잖아요.

그렇죠. 보통은.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이나 기름 값. 오히려 돈을 버리고 가는 거니까. 근데 이런 걸 적극적으로 시켜요. 저희 사무실은.

아하~? 나무 엑터스? (흐뭇하게 웃고 있는 매니저 분을 보며)
네~! 나무 엑터스는 이런 걸 적극적으로 시켜요. 하하하. 그리고 사무실에서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감독님이 제작한 작품들 중에 흥행이 안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작품성이 깔려 있는 영화들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도 좋은 시나리오고 도전할 수 있는 거면 해야죠. 돈을 안준다고 해서 무조건 안 하지는 않을 거예요. 밥만 주면 되죠 뭐.(웃음)

하하하. 밥은 줬어요?
밥은 주더라고요.(웃음) 기름 값도 나가는데 밥까지 안주면 좀 그렇겠지만, 밥은 주니까 할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아무리 영화가 짧아도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아서 앞으로는 노 개런티로 제시를 하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감독님은 하실지 몰라요. 하하하. 다시 한 번 노 개런티로 가자고.

혜성아 이번에는 18분이다. 그러면서.
근데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돈 주고 한 데요.

아니 벌써 다음 작품까지?
남자 퀴어 장화홍련 버전. 하하하. 그거는 나중에 돈 주고 한다고 하셨는데 영화 찍고 나니까 별 마음 없으시더라고요. 저 안주실 거 같아요.(웃음)

근데 감독님이 항상 제작자만 하시다가 연출이 처음이시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의아 해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 분이 과연 영화를 잘 찍을까 하는 생각은 안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특별히 걱정스러운 건 없었어요. 우선은 감독님이 첫 작품을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거로 하셨잖아요. 자기가 실제 생활하고 있는 거를. 그리고 학교 때 연출을 공부하시고 연극 영화과를 나오신 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각이 있지 않을까?
네. 그리고 제작을 십년 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냥 멋모르고 하시는 분보다 훨씬 잘 하시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걱정은 없었어요. 근데 찍으면서 조금 헷갈려 하시더라고요.(웃음)

‘이게 맞나? 이게 괜찮니? 저게 괜찮니?’ 이런 거?
네. 카메라 감독님이랑 자주 얘기를 하시고.(웃음)

그러고 나서 부르죠? ‘혜성아 이리와 봐. 다시 한 번 가자.’
하하하. 본인이 원했던 거만큼 찍고, 찍고를 여러 번 하셨어요. 불안하셔서 그런지. 영화에서 욕심내셨던 부분이 있는 만큼 고민도 많이 하시고요.

그럼 이제부터는 <소년, 소년> 얘기에서 벗어나서 혜성씨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소년, 소년> 이전 작품이 <거침없이 하이킥>인데, 시트콤 연기를 했던 분들은 그걸 깨고 정극 연기에 도전 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고 얘기를 해요. 상대방이 시트콤 이미지를 통해서 나를 보기도 하고, 시트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에 제약을 받기도 하고요.
다행인건 지금 <바람의 나라> 감독님은 제가 시트콤 나온 걸 못 보셨대요. 직접 만나서 미팅을 하고 출연을 했거든요. 하지만 처음에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하이킥> 때 했던 표정, 열 받았을 때 카리스마적인 표정 짖고 그랬던 게 있는데, 요즘 드라마 하면서도 초반에는 ‘혜성이가 웃으면 자꾸 그 표정이 생각나.’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막 캡쳐 당하고 그랬던 거.(웃음)
네. 근데 주변에서 다행히도 제가 드라마 하면서 그때와는 다르게 눈빛이나 여러 부분이 많이 깊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이미지 많이 벗었다고 얘기해 주시고. 근데 이 드라마가 정극도 처음인데다가 사극이잖아요.

어때요? 사극은 처음인데.
너무 힘들고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대사가 호흡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호흡이 좀 짧은 편이거든요. 한 번에 쳐야할 대사들을 호흡이 안 되서 끊다 보니까 감정이입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근데 그건 제가 연습을 해서 극복하고 호흡을 늘려야 하는 부분이니까 스스로 노
력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끝에 어미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

‘했느냐~?’ 이런 거?
네. 현대극도 아니고. 감독님은 뭐라고 하시지.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현대극이면 편하게 신경 안 쓰고 할 텐데. 그리고 말투도 제가 안 쓰는 말투잖아요. 입에 잘 안 붙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생하고 그것 때문에 욕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지금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편하게 하다보면 잘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먹고 해요. 욕먹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욕먹으면 진짜 우울했거든요. 내 자신에게 짜증도 나고, 미치겠다 그랬는데, 지금은 점점 더 잘하고 발전하는 모습 보여 주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근데 사극은 워낙 과정이 긴 드라마라 연기에 있어서 점차 달라지는 것들이 많을 거 같아요. <바람의 나라>에서 혜성씨도 점점 달라져 가는 게 보이거든요. 다행이지.
다행이죠. 완전 천만 다행이죠.(웃음)

사극에는 굉장히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사극을 많이 하셨던 분들도 있고. 그런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점으로 작용할 거 같은데.
네.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해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아빠, 정진영 선배님 이나 엄마로 나오는 김혜리 선배님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정말 절로 들어요. 그리고 김혜리 선배님은 같이 붙는 씬이 있으면 제 대본보고 일일이 다 가르쳐 주세요.

아~ 정말?
처음에 서로 모를 때는 다가가기가 힘들잖아요. 제가 물어보기도 그렇고. 근데 먼저 다가오셔서 ‘혜성아,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니?’ 하시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 주세요.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제가 마음이 편하니까 먼저 가서 ‘엄마, 이건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이게 나요, 뭐가 나요?’ 이렇게 물어 봐요. 그리고 아빠는 그렇게 가리키는 거 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세요. ‘어제 봤는데 괜찮더라, 재밌더라. 더 잘해.’ 그렇게. 최근에 송일국 선배님이랑 붙는 씬이 많아서 많이 친해졌는데, 그전에는 그 분도 낯을 많이 가리시는 편이어서.

거의 말이 없으실 거 같아요.
네. 근데 많이 얘기 하고 친해졌어요. 초반에 송일국 선배님이랑 붙는 씬에서 제가 힘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왜요?
그날 대사도 처음으로 길었던 거였고 선배님과 처음으로 붙는 씬이었는데 정말 많이 헤맸어요. 그날은 정말 저한테 연기 하면서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하도 힘들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그때 송일국선배님이 힘을 주시더라고요. ‘혜성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기서 니가 호흡을 주고, 이렇게 하면 났지 않겠니?’ 하시면서 엉덩이 쳐주고 그러셨어요. 그러고 나서 다음에 또 중요한 씬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도 제가 못하면 인제 큰일 나는 거죠. 그 전에 한번 제대로 했기 때문에.(웃음) 촬영에 들어갔는데 대사 하려고 하다가 엔지가 났어요. 그때부터 또 그 전에 악몽이 떠오르는 거예요. 사람들 시선이며.

그때 버벅됐던 거며. 나의 행동하며.
네. 그때 얼굴을 들지 못했어요. 마쳤을 때 스텝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이 안 나오고 ‘죄송합니다.’ 그랬거든요. 그때 기억이 나서 감독님께 한 번만 다시 보고 간다고 그랬어요. 근데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돼서 감독님도 잘했다고 하시고, 송일국 선배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어요. 많이 늘었다고, 잘했다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니까 너무 좋고 감사해요. 그래서 지금은 헷갈리는 게 있거나 대사를 어떻게 쳐야 할지 고민되면 선배님들께 물어봐요.

안팎에서 혜성씨 왕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구나. 엄마는 특별히 더하시고.(웃음)
네. 엄마는 좀 더 특별히.(웃음)

혜성씨가 88년생이잖아요. 음... 혜성아 너 몇 살이니?
하하하.

이제 겨우 21살인데 데뷔한지는..
4년 됐어요.

아직 갈 길이 정말 먼데,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속에 선 게 있어요?
<하이킥>하면서 그런 게 좀 생겼어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나문희 선생님 때문에 많이 배우기도 했고, 대 선배들을 보고 연기를 다시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제가 그 전까지 생각하고 꿈꿔 온 인기나 화려한 스타가 될 거야 그런 거 보다는 연기적인 측면에서 인정받을 때 더 기분 좋고, 오히려 그런 게 잘 안 됐을 때 더 내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그랬어요. 그때 많
이 느꼈던 거 같아요. 물론 인기가 많으면 좋겠지만 연기로 인정받는 게 최고인거 같아요. 누군가가 해주는 너 이쁘다 잘생겼다 그런 말보다 그냥 잘하더라, 그 말이 훨씬 더 좋아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나문희 선생님은 생활 밀착 연기의 대가시잖아요.
맞아요.

생활 속에 묻어있는 자연스러움을 끌어내서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닌데..
맞아요. 오열하고 극한 상황의 그런 것보다 정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런 모습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혜성씨는 방송에서 주로 밝고 고운 이미지로 나오잖아요. <소년, 소년>에서도 그렇고. 근데 그런 이미지를 언제까지나 그대로 고수 할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처음 연기를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물이 거의 다 똑같아요.

이번에 여진 왕자도 좀.
네. 심성 나약하고 자기주장 보다는 엄마에게 끌려 다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사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근데 어떻게 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왜냐하면 배우를 작품에 캐스팅을 할 때 제일 첫 번째가 어울리는 이미지잖아요. 근데 지금의 제 이미지를 보면 다른 역할은 도저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제가 마초적인 걸 할 수 있는 외모
나 이미지도 아니고, 그걸 다 뛰어넘어서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보는 사람이 우선 거부감이 들잖아요. 제가 캐스팅을 한다 해도 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장수나 그런 배역으로는 안 쓰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의 제 이미지는 제가 맞을 수 있는 역할에 딱 맞는 걸 수도 있는 거예요. 김혜성 하면 밝고 고운 이미지다. 그러면 그런 이미지가 필요할 때
김혜성 써야겠다. 그렇게 되거든요. 제가 지금 당장 외모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시간이 지나면 외모도 바뀌고, 체형적인 부분은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바꿔야 할 거고. 그래서 지금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이런 역할들을 하게 될 건데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잘 이겨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잘 이겨 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이런 이미지가 고착될까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아직도 제
가 지나가는 거 보면 ‘제 고등 학생아냐?’ 그러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빠요?
아뇨. 어차피 제가 그런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얼굴도 어려보이고. 제가 지방에서 술을 먹고 있으면 ‘어디 고등학생이 술이야?! 신분증 내놔.’ 이렇게 말씀들 하세요. 근데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예전에는 제가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술 먹고 그러면, 형들이 옆에서 ‘넌 그런 이미지 아냐. 넌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러면 저는 ‘예. 알겠어요.’ 이렇게 수긍을 했거든요. 근데 작년부터는 전혀 안 그래요. 저도 성인이고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저의 다른 모습을 평소 생활에서도 보여줘야지 ‘아~ 제가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면서 그런 캐릭터가 있을 때 한번이라도 저를 생각하게 될 거 아니에요.

아냐~ 혜성이 실제로는 안 그래. 다른 모습도 있어. 그런 거?
네. 그래서 요즘은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고, 어쩌다 하지 말라는 것도 이제는 안 먹히죠. 생각나면 거리낌 없이 술도 먹고 담배도 피고 그래요. 제가 남들에게 피해만 안주면 되잖아요. 이제는 정말 주위 신경 안 쓰고 제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죠.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저는 아이돌이 아니잖아요.(웃음)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은 욕심나는 역할들 있어요?
멜로도 하고 싶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되게 재밌게 봤어요. 정우성 선배님이 했던 철수를 보면서 제가 마치 철수가 된 것처럼 울면서 봤거든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추격자>에서 하정우 선배님이 했던 그런 역할들. 그리고 외국영화 중에서는 <프라이멀 피어>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했던 역할. 그건 꼭 해보고 싶어요.

아~~ 그래요? 에드워드 노튼은 워낙 다방면에서 잘 활약하는 배우니까.
네.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생글생글 웃고 있다가 나중에 뒤 돌아서 표정이 너무 날카롭잖아요. 그런 거 보고 한번 해보고 싶다, 잘 하고 싶다 라는 생각 많이 해요.

그래서 그런 거 보고 연습은 많이 해요?
그냥 보기만 하고 있어요. 한 십년은 더 지나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하하하.

혜성씨 프로필을 보면 학교를 중간에 그만 둔 걸로 나와요. 혹시 그런 것들 때문에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었던 적 있어요?
없어요. 그때는 연기 때문에 포기 한 게 아니에요. 방황하는 사춘기였는데 서울 오면서부터 많이 나아졌어요. 보통 애들처럼 학교 열심히 다니고 그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계기 때문에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그때 제가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 다니고 그랬다면 분명히 전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그만 두고 우연찮게 인
터넷 얼짱 그런 걸로.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때 저는 싸돌아다니고 놀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기회였어요. 그래서 서울 와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서 바로 검정고시 보고 다 땄어요. 회사에서는 대학교를 가라고 하는데.

그러게. 나는 그게 궁금했어요. 보통 대부분의 젊은 연기자들이 소속사의 요구에 의해서도 그렇지만, 연기를 하니까 일반적으로 준비를 해서 가는 학생들 보다 좀 더 쉽게 학교를 가는 경우가 있어요. 어느 정도의 프로필이 있으니까. 그런데 혜성씨는 아직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서 본인이 별다르게 그런 것에서 의미를 못 찾는 건지.
제가 아직까지 그런 걸 못 느껴요. 가면 분명히 도움 되는 거 많겠죠. 제가 모르는 걸 알게되고, 거기서 쌓인 학연이나 그런 것들이 도움 되는 게 분명 있을 거예요. 근데 그게 본인이 내키고 마음이 느껴서 가야지, 출석 체크만 하고 돈은 돈대로 버리고. 그럴 바엔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은 거 같아요.

그러면서 주변 학생들한테 욕은 욕대로 먹지.
그러니까요. 장학금 준다는데 가도 제가 뭐 하러 가겠어요. 굳이 가야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학교 안가도 잘하는 사람들 많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학교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지금 여기서 일하면서 주변 분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 나중에 제가 마음이 생겨서 가겠다고 했을 때는 옆에서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예요. 지금도 주변에서 가야 하지않겠냐고 해도 ‘생각 없는 데요. 아직 못 느끼겠는데요.’ 그렇게 대답해요. 제가 느껴야지, 마음이 안 느끼는데 제가 거기 앉아서 뭐하겠어요.

나름 소신 있네. 그런 부분은.(웃음)
그러니까요. 하하하.

마지막 질문이에요. <소년, 소년>을 만나는 관객들이 영화의 어떤 점들을 생각하고 봤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고 동성연애자분들에 대한 생각이 좀 밝아 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영화자체에 판타지 적인 면도 있지만, ‘아 저럴 수 도 있겠구나.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서 그렇게 생각했구나. 저렇게 연애를 해도 분명 우리랑 다르지 않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저처럼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설레임을 갖는 건 남자이든 여자이든 간에 누구나 다 똑같다.
네. 같은 거라고. 사실 요즘 여자 분들은 남자 분들보다 동성애를 바라볼 때 조금은 열린 시선으로 보잖아요.

아무래도 선입견이 여자가 좀 덜하죠.
근데 남자 분들은 정말 심한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많이 마음을 열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개인 미니홈피에 어떤 분이 쪽지를 보냈는데, 자기는 실제 동성연애자인데 내가 그런 걸 찍어주고 그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이 영화를 그래도 찍기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마웠고요.

실제로 영화에서의 혜성씨 모습은 ‘제 뭐야!’ 이런 느낌이 안 들고, 그냥 설레임을 간직한 소년으로 밝게 보여요. 그래서 영화 자체도 밝게 보이고.
관객 분들이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 보신 분들이 그런 얘기 하시면 너무 기분 좋아요.(웃음)

2008년 11월 23일 일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23 )
pupknight
기사 읽는데 힘들었지만! ㅋㅋ 이런 기사 넘 좋아요!   
2008-12-09 15:01
joonhobang
김혜성 너무 예쁘다....^^
예전에 소소가백에서 볼때도 예뻐보였는데..ㅎㅎ   
2008-12-08 22:01
iamjo
화이팅 ^^%%   
2008-12-04 00:31
bonkak
이제 성숙한 느낌이 나네요...   
2008-11-30 00:37
ssantaa
이쁘게 생겼어..ㅎ   
2008-11-28 08:41
kizuku
그나마 극장에 걸린건 대단한거라고 하지만 극장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시간맞추기도^^; 좀더 단편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만, 챙겨보기가 힘들어요....그래서 놓친 단편들 너무 아쉽구요....김혜성씨가 시험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그냥 이쁘게 생긴 남자배우로 끝나지 않길 바래요!   
2008-11-27 10:11
minoche
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신중하고 트인 인터뷰를 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김혜성'이라는 배우가 점점 좋아집니다.   
2008-11-27 03:19
dksl6090
탐난다.
닮고 싶다.   
2008-11-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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