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류스타라 이름 붙은 모든 배우들을 자식으로 삼은 하늘 같은 배우 김해숙은 ‘엄마 전문’ 배우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걸 지닌 연기자다. 40대 이상 여배우가 맡을 배역이 한정되어 있는 충무로의 모습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연륜과 경험으로 농익은 여자배우들이 맡은 배역이 없다는 게 당연시 되는 이 때 다양한 모습의 모성애를 표출해낸 김해숙의 존재는 단연코 빛을 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엄마’. 그래서 더 친근한 배우 ‘김해숙’. 사실 그 이면의 청초했던 20대 꽃 같은 김해숙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잠시 시간 내 들른 찻집의 커피 향에도 감동하고, 우연히 얻은 뮤지컬 티켓에 가슴 설레는 내 어머니의 소녀적 모습을 짜증으로 대하던 내 불효를 조금이라도 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에게서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해바라기>속 엄마의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다. 그건 아마도 자기보다 자식을 우선시 하는 엄마의 본능처럼 김해숙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을 테지만.
화장지우면 놀라실 거에요. 다 화장 발이에요.
여전히 묵주 반지 끼고 나오셨네요. 영화에서는 잘 안 끼고 나오시잖아요.
안 끼면 마음이 불안하더라고. <해바라기>가 신기한 게 대표님도 카톨릭이고 래원이도 그렇고 이재는 성인 집안이야. 나는 이게 너무 신기해.
하하, 정말 가족이네요. 기자시사 후 반응이 좋은 게 정말 꿈이 잘 맞는 건가요?
아, 반응이 좋나요? 저는 잘 모르죠. 어땠는지 궁금해 하기만하고. ‘조폭’이 주 소재는 아닌데 많이들 그렇게 아시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좋은 꿈을 꾸긴 꿨거든요. 여태껏 살아오면서 몇 번 맞았으니까.
드라마로는 <가을 동화>를 가장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셨는데 어제 송승헌씨가 제대를 했잖아요. 진짜 아들이 제대한 느낌이 시겠어요.
승헌이 나온 거 봤어요. 얼굴도 많이 안 변하고 늠름해 진 것 같아요. 무사히 군복무 잘 하고 나와서 좋더라고요. (원)빈이는 다쳐서 나와서 마음이 아프고.
어머니 역할을 유독 많이 맡으셨잖아요. 여러 어머니 역할 중 영화에서는 <우리형>을 뽑으셨던 데, 똑같은 ‘어머니’를 다룬 영화지만 <해바라기>속 모습이 더 애절하고 가슴에 와 닿았어요.
<우리형>의 캐릭터가 ‘강인한 엄마’ 많이 비슷해 보여도 그 엄마하고는 정말 다르거든요. 느낌도 다르고 살아온 게 달라서 <해바라기>의 ‘덕자’ 역할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다르게 표현되는 게 보여지는걸 원했달까. <우리형> 엄마는 한국적인 어머니죠. 가난한 집에 아들을 위해 강하게 키운 영화라면 <해바라기>는 그런 어머니를 넘어선 역할이에요. ‘나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무한한지, 어버이에 대한 노래 중에 ‘♬어머니 은혜는 끝이 없어라~♫’그 부분을 이 영화 찍으면서 새삼 느꼈어요.
저도 여자지만 요즘 세대는 보편적인 의미에서 모성애가 미숙하고 결핍되어 있다고 많이 느끼거든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모성애’란 건 불변의 법칙이에요. 그 감정은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일단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면 모성애는 어떤 법칙이 없는 것 같아요. 자연적인 감정.
여태껏 다양한 어머니상을 보여주셨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더 확고하게 든 어머니에 대한 정의가 뭔지 궁금해요.
저도 자식을 둔 어머니이자 저희 엄마도 살아계시거든요? 어머니의 사랑을 깊고 어느 사랑보다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형식적이었던 것 같아요. <해바라기>를 찍고 ‘아, 그 말이 이런 뜻이구나.’하는걸 이 영화를 하면서 몸소 느꼈어요.
근데 간담회 때 우셨잖아요. 그때 가슴이 순간적으로 울컥했어요.
사실 배우가 그 감정에 빠져서 있기는 쉽지만 저도 그런 제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해바라기>는 배우들이 거기에 빠질 정도로 좋은 영화예요. 우리가 아직까지 빠져 있으니까. 저희들이 찍은 영화를 보고 저희가 울고, 거기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으니까. 그건 정말 아이러니죠. 그만큼 감동이 깊어요.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까 사실 어머니란 역할에 가려진 것뿐이지 사실 그 역할에 앞서 한명의 여배우인데 알려진 게 너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한 블로거의 불만 아닌 불만이 있더라구요. 그 분이 출연 작들을 나열하면서 코멘트를 일일이 달았는데 ‘김해숙이란 연기자가 한국 배우계에 있다는건 큰 자산인데 여배우로서의 삶이 너무 안 알려있어서 안타깝다’라고 써 있어서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기로 작정하고 왔어요.(웃음) MBC7기로 데뷔하셨는데 그게 74년도죠? 지금 하고 계신 드라마 <소문난 칠 공주>속 ‘미칠’ 이처럼 간호학과를 다니시다가 이쪽 방면으로 오신 건가요?
말은 그렇지만 그때는 거의 간호 전문대였을 거예요. 합격을 한걸 알고는 있었는데 내심 그 전공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곤 있었죠. 그래도 제가 탤런트 시험에 합격이 안됐으면 다녔겠죠.(웃음) 그런데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다니질 못했으니까.
그래도 학교를 붙고 나서도 다시 지원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는 건가요? 아님 주위의 부추김 정도라도.
아무래도 꿈이나 동경은 있었겠죠. 간간히 주변에서 하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마침 정동에 갈 일이 있었는데, MBC 원서 교부한다고 하길래 “한번 해볼까?” 해서 넣었는데 끝까지 합격이 돼서 그 길을 걸었던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재능을 발견 못하고 살아갈 수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 재능을 우연한 기회에 성취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같이 연기 하시는 나문희 선생님하고 겹치는 게 너무 많으셔서 ‘조폭 아들을 둔 어머니’란 공통점으로 <열혈남아>랑 본의 아니게 언론에서 몰아가잖아요. 두 분이 서 그 점에 대해서 나눈 얘기가 있으시나요?
(웃음) 개봉시기도 비슷하고, 거기다 그 표현에 딱 맞게 아들을 둔 엄마에다가 식당을 운영하잖아요. 한 드라마에서 엄마와 딸로 나오는 두 배우가 우연치고는 너무 재미있는 공통점이죠. 드라마 하면서 영화얘기 하거든요. 나문희 선생님이 많이 격려해 주세요. 너무 좋으시고. 제가 특히 존경하는 선배 분이신데, 어떤 분들은 둘이 닮았다고도 하세요. 항상 저 걱정해 주시고. 이번 영화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고 그러시죠.
영화에서는 아들을 둔 엄마지만 드라마에서는 모녀 지간이라. 정말 드라마틱해요. 지난 주 방영 분에서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는 안 태어날 거야.”반 농담 식으로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공감했어요. 딸들은 그런 말 종종 하잖아요. 엄마한테.
친정엄마하고 딸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우면서 너무 믿으니까 잘 싸우고 그렇잖아요. 어느 엄마와 딸이 마찬가지예요. 똑같아요. 저희 엄마하고도 그러고. 제 딸하고도 그래요.
모친께서 이 쪽일 하신다고 하실 때 반대 많이 하셨죠? 항상 딸들은 걱정의 대상이잖아요.
아니요. 그러지 않으셨어요. 엄마가 굉장히 개방적이셔서 마지막 3차 시험 볼 때는 옷도 한 벌 해주셨든걸요.(웃음)
그 당시에 딸이 방송일 하는 거 도와주시는 건 쉬운 게 아니셨을 텐데, 지원 많이 해주셨구나.그럼 여태껏 찍은 작품들도 다 보셨나요?
드라마 같은 거는 많이 보시고, 영화는 (극장에) 가야 되니깐 비디오 나오면 보시고 그러죠.
무대인사하고 래원씨가 이재 씨한테 “이재야, 엄마랑 같이 봐. 엄마 모시고” 그러던데.
저희는 그냥 “어머니”도 아니고, “엄마” 그래요.(웃음) 이재도 “엄마” 그러지 “선생님!” 안 그래요. 래원인 “어머니” 그러다가도 어떨 땐 어리광 부린다고 “엄~마!”그러고. 진짜 가족같이 서로에 대한호칭이 없어졌어요. 그날 보신 것도 그게 자연스럽게 나온 거예요.
그건 이 영화의 힘 일수도 있고, 저희들의 감정일수도 있죠. 아무래도 가족을 이뤄야 되니깐 많이 노력을 했죠. 이상하게 이번에는 셋 다 처음 느낌이 좋아서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어요. 첫 촬영부터.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사진보고 독백하는 장면이었어요. 편집이 그래서 그런지 불안함과 감동이 교차되는 묘한 기분.
그 장면 찍으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그냥 슬퍼서 우는 것 보다 새 자식을 맞이하기 위해서 자기 자식을 지운다는 뜻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더 슬펐어요. <해바라기>의 엄마는 너무나 많은걸 겪었기 때문에 웬만큼 해서는 울지 않고 화도 잘 안 낼 것 같고 그랬거든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사람이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 웬만한 일은 담담해 지듯이 <해바라기>에서는 눈물을 흐리지 않고 속으로 삭이면서 우는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가슴이 더 많이 아팠어요. 차라리 울면 시원하잖아요. 근데 눈물을 안 보이면서 참아내는 고통이 굉장히 힘들었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영화 찍으면서 너무 슬프거나 눈물이 많이 나서 촬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억지로 우는 게 아닌 게 가슴으로 느껴져서.
그게 두 장면 있었어요 딸이 사실을 알고 제가 등을 돌리고 있는 장면인데, 그 장면이 OK 되고 나서도 계속 울었어요. 너무 슬퍼서. 그 장면을 3 테이크 정도 갔는데 자꾸 안 울려고 해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3번째 정도 되니깐 조금 덜 울어서 그 장면으로 간 거예요. 그 장면이 제 자신으로는 너무 슬펐고. 독백할 때! 그때가 너무 슬펐어요. 아까도 애기 했지만 부모마음이 그런 거 같아요.자식을 보냈을 때, 그게 가장 불효라고 하잖아요? 가슴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지만 아들에 대한 끈을 어쩔 수 없이 놓아야 되는 그 장면 ”아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그 대사에 너무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어서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그 장면이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래원이도 옆에서 울고, 교도소 씬 찍으면서도 울고. 배우들끼리 많이 울면서 찍었어요.
태식이와 유리창을 대면하는 장면이 딱 두 장면 나오잖아요. 전 거기서 중년 배우의 포스(force)랄까? 배우의 연륜이란 게 저 한 장면에서 다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처음 만나는 장면과 다 밝혀지고 나서 희망 수첩을 건넬 때의 표정 변화가 다 읽히잖아요.
<해바라기>속 모든 장면들이 그래요. 거의 다 소중하죠. 많은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고 함축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죠.
이번에 정말 래원이도 그 얘기 했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정말 이렇게 좋은 영화가 나한테 들어와서 행복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소름이 끼쳤어요.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영화에서만큼은 신인 아닌 신인 배우들과의 작업이 잦으셨잖아요. 이를테면 나 할 땐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좀 빠르구나, 혹은 틀리구나 하는 식의.
처음에는 그랬어요. 당황했었는데. 제가 딸을 키우면서 보고, 그 밑의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세대가 변했으면 나를 맞춰달라고 하기 보다는 세상이 변한 데 내가 맞춰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상한 거 별로 없고 그냥 이렇게 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그렇게 느껴요.
그런 젊은 배우들이 의무적 혹은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넘어가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본 애들 중에서는 그런 애들은 없었어요. 태생이 나쁜 아이들은 없잖아요. 근데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다 부모님 계신 아이들인데 환경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여태껏 젊은 배우들과 일했을 때 그런 애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영화는 기다림의 작업이고, 특히 연기의 고비가 굉장히 많다”라는 표현을 하신 거 기억하세요? <해바라기>를 하셨을 때 후배들에게 특히 좋은 얘기를 해주셨을 것 같아요.
내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했지?(웃음) 저는 연기를 하는데 혼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 각자 자기 몫이 있고 서로의 호흡하고 감정이 맞았을 때 제일 좋은 씬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얘기 하고 또 상대방 얘기도 듣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 맞추면서 의논하면서 하는데 연기 지도는 특별히 한다기 보다는 하다 보면서 알려주는 방식이죠. “너는 왜 이렇게 하느냐? 앉아봐라”. 이런 식 말고. 많이 알려주려고는 하죠. 배워야 할 새싹들이잖아요. 많이 알려주고 싶죠.
히딩크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어머니란 역할을 함에 있어 너무 많은 얼굴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란 말씀도 하셨었죠.
아직도 표현돼지 않은 엄마들이 무수히 많죠. 그래서 너무 다행이고, 고맙고 그래요. 근데 여태까지 맡은 역할이 비슷한 종류의 엄마지만 제가 다르게 표현한 것뿐이지만 배우로써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도 바라고 있죠.
‘한류의 어머니’,’김혜자씨가 전통적 어머니라면 김해숙씨는 일상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란 수식어 들이 여배우로서 남고 싶은 욕구를 누르게 하진 않나요?
전 이 얘기를 항상 하는데, 어떤 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어머니상 하더라도 저 자신보다는 극중인물에 100%가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각 사람 별로 연기관, 가치관, 인생관이 다르듯이 한 모습의 배우는 배우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 보다는 작품에서 원하는 그 사람이 되는 게 (그게 엄마역할이라도) 그게 배우의 몫이 아닐까. 그래서 매번 다른 어머니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사실 <해바라기>시나리오와 연하남자하고의 파격적 사랑을 다룬 영화가 동시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그게 기회일수도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국민의 어머니’, ‘한국의 어머니’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엄마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찡한 말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 주는데 제가 만약 그 역할을 맡는다면 배우로써는 욕심이 생기지만 혹시 그 분들에게 이게 내 책임인데, 더 좋은 엄마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혹시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생소하게 보일까봐. 실망을 혹시 하시면 어떡할까, 해서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뻔한 질문이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을 버릴 정도로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을 알려주신다면요?
이 자리에서 <우리형>을 자꾸 들먹이면 그렇지만 사실 제가 영화는 그렇게 많은 영화를 안 했어요. 특별출연까지 합하면 몇 편 되지만 제대로 된 영화는 해바라기가 4편째예요. 그때 <우리형>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굉장히 행복했었거든요. 그거 끝나면서 ‘나한테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했었는데 <해바리기>를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그거 보고 울었는데 래원이도 보고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좋아서. 시나리오의 힘이 너무 컸죠. 이런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인터뷰 하면서도 극중 자식 얘기가 항상 나오는 게 여지없이 엄마의 모습이신데요, 상대배우로 김래원,허이재가 캐스팅 됐다는 걸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저는 서로 맞춰줘야 되는 배우가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프로잖아요. 물론 서로 맞는 사람들끼리 맞춰가면서 하면 그것처럼 금상첨화가 어딨겠어요. 하지만 배우가 뭐예요? 대가를 받고 연기를 하는 프로잖아요. 어떤 환경에서도 베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배우가 누가 됐던 간에 그 배우하고 가장 좋은 호흡을 맞춰서 가장 좋은 작품과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배우가) 됐다고 해서, 래원이 같은 경우엔 드라마를 보면서 ‘참 괜찮은 배우다’란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 같은 경우엔 첫인상이 맑아서 참 느낌이 좋았어요.
우문현답을 해주셨네요.^^겹쳐서 출연 안 하기도 유명하신데 두 분야에서 동시에 좋은 작품이 들어왔다면 솔직히 이왕이면 드라마? 이왕이면 영화? 솔직히 어느 쪽이세요?
그렇게 되면 좋은 드라마와 좋은 영화를 같이 할 것 같아요. 둘 다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젊은 배우들이라면 드라마는 꼭 거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뿐만이 아니라 배우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배우는 학교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도 너무 많이 사랑하고, 영화도 그렇기 때문에,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둘 다 할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못 택할 것 같아요.
두 따님께서 <해바라기>를 보셨나요?
안 그래도 VIP시사에 오기로 했는데 바빠서 못 왔어요. 직장 다닐 나이라. 그래도 극장 가서 영화 팜플렛은 가지고 왔더라 구요.
엄마가 공인이고, 집안에서는 다르게 억척 혹은 화려하게 나오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세요?
저는 집에서 정말 평범해요. 저희 딸들은 제가 TV에 나오니깐 아, 우리 엄마가 배우구나 하지. 정말 집에서나 동네 나갈 때는 너무 평범해요. 제자신 자체가 요란스러운걸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편한걸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집에 있는 모습 자체를 볼 때는 엄마가 그냥, 우리 엄마가 배우일까?할 정도일 거예요. 어디 나가서 옷차림 이런 거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애들에게 보여준 게 없어서. 연기나 드라마 볼 때는 하도 어렸을 때부터 했기 때문에 그건 그냥 엄마가 하는 일. 그렇게 생각하지. 엄마가 나오기 때문에 꼭 보고 어떻다 이러지는 않아요. 그대신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거나 나쁜 점은 얘기 해주시더라 구요.
여배우임과 동시에 엄마의 삶을 사신 거잖아요.
정말 힘들었죠. 저는 제 인생 목표가 항상 최선을 다하라. 저는 집에 있을 때는 철저히 집에만 신경 썼고, 밖에 나오면 밖에 일에 집중하고.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컸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말씀을 들으니까 여배우로써의 완벽한 삶을 보여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 않아요. (웃음) 그냥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쉬워요. 밖에 나오면 배우지만 집안에 있을 땐 평범한 여자로 살았어요. 동네 나갈 때도 배우니깐 꾸미고 그렇지 않았어요. 그냥 자연인이고 싶었어요. 돌아다니고 나가고 그런걸 싫어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전 골프도 안치거든요. 친구 만나는 것도 안 좋아하고. 그래서 가능했던 거죠.
시사회나 무대 인사 때 어느 배우들보다 화려하게 입고 나오셔서 어머니에 대한 그 관념, 수수하게 입지 않고 여배우로 그 모습을 갖춰주시니까.
왜냐면 영화는 영화로써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거고, 그 자리는 배우로써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니깐.
개봉 전에 이 인터뷰가 나가거든요. 앞에 말씀하셨다시피 조폭 아들을 둔..이런 걸로 많이 어필됐는데, 배우 김해숙이 보는 해바라기는 이런 영화다!
<해바라기>는요, 제가 출연하고 저희가 개봉을 기다려서 배우의 입장에서 잘되기 바라는 영화가 아니고 제가 배우인데도 시사회 때 눈물을 글썽였을 정도로 모든 사람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공감될만한 영화예요. 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게 ‘희망수첩’이란 게 있어요. 거기 태식이가 적는 건 길에서 ‘오줌 누기’, 나중에 희주가 ‘논문내기’. 사실 우리가 그런 거를 해야 될 거지만 바쁘고 그걸 못하고 살아가는데 그게 희망수첩 하나의 얘긴 것 같지만 많은걸 포함하고 있거든요. 다들 살기 힘들고 바쁘니까 살아가면서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고 사는 게 너무 많잖아요. 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영화고 가족이 뭔지 진정한 사랑이 뭔지 우리가 “어머니 은혜, 부모 사랑, 자식사랑이 이런 거다~” 하지만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기 때문에 재미도 있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즘 보기 드문 좋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서 가족이 함께 손잡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2006년 11월 22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2006년 11월 22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