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제일 좋단다.
글쓰는 거 정말이지 싫단다.
그래서 감독을 했단다. 듣던 대로다. 예상했던 대로다.
<연애참>의 김해곤 감독은 거침이 없다.
다른 이라면 가려내고 솎아내서 할 말! 그딴 건 신경쓰지 않는다.
육두문자 역시 마찬가지다. 뻑하면 튀어나온다. 누군가는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의 욕은 일종의 추임새다. 흥을 깨는 게 아니라 돋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그의 말투일 뿐이다.
세련된 화법을 구사할 수 있지만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단다.
뭔가를 포장해 드러내는 거 딱 질색!이란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고스란히 <연애참>을 통해 반영된다.
해서, 맞장구 쳤다.
웬만하면 손대지 않았다.
그의 애기를 거침없이 전한다.
글쓰는 거 정말이지 싫단다.
그래서 감독을 했단다. 듣던 대로다. 예상했던 대로다.
<연애참>의 김해곤 감독은 거침이 없다.
다른 이라면 가려내고 솎아내서 할 말! 그딴 건 신경쓰지 않는다.
육두문자 역시 마찬가지다. 뻑하면 튀어나온다. 누군가는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의 욕은 일종의 추임새다. 흥을 깨는 게 아니라 돋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그의 말투일 뿐이다.
세련된 화법을 구사할 수 있지만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단다.
뭔가를 포장해 드러내는 거 딱 질색!이란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고스란히 <연애참>을 통해 반영된다.
해서, 맞장구 쳤다.
웬만하면 손대지 않았다.
그의 애기를 거침없이 전한다.
서대원(이하'서): 촬영이 있어 바쁘다고 하던데. 무슨 영화인가?
김해곤(이하'김): <가문의 부활> 끝내고 <누가 그녀와 잤을까?> 촬영 중인데 뭐 별 거 아니다. 몇 장면 안 되는 카메오 수준이다. 그날 가서 그냥 찍으면 된다.
서: 개봉일이 얼마 안 남았다. 어떤가?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여타 신인감독들하고는 다를 거 같은데....(참고로 김해곤 감독은,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충무로 최고의 작가이자 <달콤한 인생>에서 러시아 총기 밀매단 두목으로 나와 본의 아니게 이병헌에게 죽임을 당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짬짬이 배우로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보기 드문 영화인이다.)
김: 좀 다르기야 다르지! 그러니까 초초하고나 긴장되고 뭐 XX! 그런 건 없다.
서: 전혀!
김: 전혀! 없다. 영화가 나의 손을 떠난 상태라 미련 없다. 다만, 우리 영화의 제작자인 김정수 대표가 손해만 안 봤으면 하는 바람 정도는 있다.
서: 주변 사람들은 뭐라 하던가? 술친구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김: 웬만해서는 영화이야기 잘 안한다. 다들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하고. 물론, <연애참>이랑 관계된 동료들은 이런 저런 말을 해주긴 한다. 근데 뭐 나한테 욕하겠어! XX 그냥 뭐 좋은 소리만 하는 거지!
서: 얼마나 술을 좋아하고 입이 걸쭉한지는 모르겠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해곤 감독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본인이 생각하기엔 어떤가?
김: 글쎄, 난 그냥 내가 편안대로 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남 배려가 부족하다 볼 수도 있을 텐데. 여하간, 무게 잡고 이야기하고 속마음 숨기면서 이것저것 삼키고, 그런 거 못한다. 너무 귀찮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그러면서 산다.
서: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러니까 김해곤 감독의 이러한 평소 생활! 생각!이 고스란히 <연애참>에 투영되지 않았나 싶은 거다. 이미 <라이방>을 통해 팍팍한 인생이 무엇인지 리얼하게 보여주기도 했고.
김: 책(시나리오)에 씌워진 대로 표현했으니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서: 본인이 직접 쓴 거니까!
김: 그렇지. 내가 직접 썼으니 당연 반영됐지!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변화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수년 전에 썼던 이 책의 내용! 거의 수정 안 했다. 결국, 그때도 그 지랄하고 다녔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다는 말이다. 이상한 일관성이다. 사실 고급한 표현을 못 해서가 아니라 하기 싫어 안 하는 거다. 냉소하고 은유하고 세련되게 뭔가를 보여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닥 천박하거나 경박하지 않으면 직설적인 화법이 좋은 거라 본다.
서: 그 화법 중 하나가 욕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참>엔 욕이 참 많이 나온다. 특히, 장진영의 육두문자 퍼레이드는 꽤나 인상적이더라! 욕이라면 어딜 가도 절대 꿀리지 않을 감독이 직접 코치했는지?
김: 물론이다. 그나저나 많은 사람들이 그놈의 거친 표현 때문에 장진영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하고 망설였을 거라 보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시키면 잘 한다. 예의상 쌩까는 거다.(웃음) 뭐 웃자고 한 애기고, 어쨌든 나중에는 안 시켜도 XX 알아서 잘 하더라!
서: 그래도 처음부터 X팔 X팔 찾으며 감독 기대에 일백프로 부응하진 못했을 텐데....
김: 물론, 초반엔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꾸 들려줬다. 그러다 내가 촬영장에서 사정없이 정말 욕을 막 해대니까 자기도 뭔가를 깨달은 거다. 그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 그 이후로는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서: 근데,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거친 육두문자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또 솜사탕스런 연애가 아니라 볼장 다 본 거 같은 이들의 애정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
김: 지성도 있고, 내적 교양을 갖추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그렇게 안 했겠지. 봤다시피, <연애참>의 캐릭터들은 잘 나가는 사람들하고는 거리가 있다. 연아(장진영)도 강남 유명 술집보다 여러 모로 떨어지는 술집 종업원이고 영운(김승우)이와 걔 친구들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30대 초반 정도의 남자들인데 그때까지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정신도 못 차린다. 그러니 지극히 보편적인 입장에서는 그들이 일탈적이고 이상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의 위치와 입장에서는 충분한 가능하고, 그 정도의 수위가 맞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영화에 나오듯이 술집에서 노는 모양새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잘 나가든 말든 다 똑같다.
서: 두루두루 가봤다는 말씀?
김: 나이도 있고 환경이 그러다보니 지금이야 강남 쪽을 가는데....하여튼 뭐 경험해볼 건 웬만하면 다 해봤다고 볼 수 있지.
서: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난다. 대학시절 쥐색잡기에 푹 빠져 한창 놀 때! 그래서, 그 빚이 아직까지 남아 있긴 하지만 여하간 강남 쪽은 엄두도 못 냈다. 나름 강남에 판타지가 있었는데 거기나 저기나 별반 다를 게 없다니...
김: 딱 한 가지 있긴 있지!
서: 뭔가?
김: 그러니까 2차가..................................
서: 아~~XX 몰랐던 사실이다. 재밌지만, 엄한 데로 이야기라 흐르는 거 같아 다시 물어보겠다. 그들의 난장스런 혹은 철없는 행동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는 말씀인가?
김: 그럼. 분명 그럴 수 있다는 거다. 연아와 영운이 갈 때까지 싸우는 것도 그렇다. 그게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감정적 발로지, 별 다른 이유 없이 마구잡이고 서로 때리고 맞고 하는 게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연아는 콤플렉스가 있다! 관계의 콤플렉스!
서: 자신이 술집 아가씨고 또 영운에겐 결혼을 약속한 반듯한 처자가 있고...
김: 그렇지. 그러니 어떤 반응에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 관계 속에서 4년을 살아왔다고 쳐봐! 많이 배운 사람들도 아니고 어떻게 뭘 아름답게 표현하고 그러겠나!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한 구석이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건 알아서들 생각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서: 그나저나 시나리오를 쓸 때는 김상호씨가 분한 술집 전 상무 역을 본인이 하려 했다 들었다. 그간 주로 마초적인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연장선상의 하나인지? 아니면 술집 문화를 잘 알고 있기에 해볼 마음을 먹은 건지?
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 당시 내가 <깊은 슬픈>과 <남자의 향기> 조연할 때다. 배우로서의 내 크기를 아는데 더 큰 배역은 욕심이고 또 너무 작은 배역도 아닌 거 같고 절충 하다 보니 전 상무 역이 딱!인 거다.
서: 그럼 전 상무 역을 하지 왜 안 했나?
김: 그건 아니다. 다 때가 있는 거다.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인감독으로서 할 일도 많은데 출연까지 한다는 건 무리다.
서: 욕심이다?
김: 당연하다. 분명 그건 욕심이다.
서: 근데, 생각보다 비중이 크더라! 갈등의 축이 되기도 하고 또 풀어주기도 하고.
김: 애초보다 더 커졌다. 영운과 연아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그 배역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셈이다. 촬영하면서도 그랬다.
전 상무 니가 잘해야 영운과 연아가 더 살고 더 잘 나온다고.
서: 금방 말했듯 이번 작품이 감독 입봉작이다. 배우도 하고 있고,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잘 나가는데 뭐가 아쉬워 감독까지 할 마음을 먹었나? 다른 작가 출신 감독들처럼 영화에 대한 욕심 때문인가?
김: 아니다. 시나리오 쓰기가 X같아서 한 거다.
서: 뭐가 그리 X같은가?
김: 영화적으로 아무런 성취가 없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불행한 존재들이다. 지금 현재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 나 김희재 김대우 등이 돈을 제일 많이 받는다. 근데, 김대우 감독은 점잖고 성격도 조용한 사람이다. 김희재 작가는 내성적이고. 뭘 따지고 막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처럼 배우도 하고 이것저것 막 하면서 풀 거 풀고, 성질 낼 거 다 내는 사람도 영화적 성취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데 그들은 어떻겠는가? 모든 영화사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일에 대한 만족감을 얻기가 참 힘들다.
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뭔가? 작가가 관여할 수 있는 측면이 너무 적어서?
김: 일정한 프로덕션 단계를 넘어서면 작가가 할 역할은 정말 없다.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를 만들어가는 근간이고 축이다 축! 그런데 말뿐이다. 작가가 중요해! 중요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작사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잘 해줘야 한다. 까놓고 애기해서 감독이 없어 영화 못 찍는 거 아니다. 책이 없이 못 만드는 거다. 책 만드는 사람은 작가고. 어쨌든, 너무 열악하다. 말도 안 되는 큰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만 심지어는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서: 어떤 생각?
김: 내가 돈만 있으면 니네하고 XX 작업하나봐라! XX XXXX아!
서: 그 심정, 일백프로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간다.
김: 여하간, 내가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 해서 나선 건 아니다. 현실이 이러니 글쓰기가 싫어졌고 귀찮아져서 감독하게 된 거다. 지금까지 많이 썼으니 박수칠 때 떠나자! 뭐 그런 마음도 있고 말이다.
서: 결국 현실이 X같다는 건데. 아시다시피, 아카데미나 영상원을 포함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 부지기수다. 그런데 김해곤 감독처럼 커리어가 상당한 분도 그 지리멸렬함에 학을 띤 거 같은데 어떻게 좀 바뀔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김: 제도와 의식이 같이 변화돼야 한다. 지금은 잘 참여를 못하지만 전에 시나리오 심사를 많이 들어가는데 정말 유능하고 재능 있는 친구들 많다. 고생길이 훤한 그들을 잘 아껴야 한다. 특히, 제작사에서는 말이다. 일례로 이렇다. 몇 천 만원에 계약하고 일단 절반을 준다. 나머지는 영화 들어가야 주는데 1년 안에 영화 들어간다는 보장이 어딨나? 아예 못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럼 작가는 만능 슈퍼맨도 아니고 어떻게 작업을 계속하나? 그럼 돈 안준다. 다른 작가를 써야 하니까! 비인간적인 처사다. 제작사의 책임을 작가한테 떠넘기는 거다. 제작사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한다. 또 요즘 제작현장 등 영화 각 분야에 걸쳐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작가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더라. 물론, 작가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영화인들이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거다.
서: 김해곤 감독은 저런 경우 어떻게 대처했나?
김: 난 계약할 때 70~80%를 받고 시작한다. 그런 후 내가 조율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면 안 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잔금 가지고 다른 작가 써서 하라고 한다. 지들은 분할 거다. 김해곤이 이랬네! 저랬네! 말 많을 거다. 자신들이 어떠한 행태로 일관했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하나의 룰인데 자꾸 깬다. 영화와 영화산업을 내실 있게 다지려면 시나리오 작가를 좋은 마인드로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 한국영화는 기본적으로 지금 변화하지 않고, 구조조정 하지 않으면 겁나는 일을 맞이하게 될 거다. 배급부터 봐봐라! 독약이 여기저기 있다. 사는 사람만 사는 거다.
서: 어떻게 보면 앞으로 시나리오 안 쓰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김: 내 영화 아니면 가급적 안 쓸 거다.
서: 본인이 감독하는 영화만 쓰겠다?
김: 그럴 예정이다.
서: 감독으로서의 대우는 어땠나! 만족하나?
김: 물론이다. 받은 금액에 만족한다.
서: 그래도 작가로서 받았던 액수보다는 적었을 텐데.. 신인감독이니까!
김: 그야 그렇지! 그래도 다른 신인감독이 일반적으로 받는 액수보다는 좀 더 크다. 책값도 책값대로 받고. 난 절대 돈 손해는 안 본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결정적으로 내가 투자비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웃음)
서: 비용이 어디어디 쓰이고 쓰였는지 다 꿰차고 있다?
김: 어디에 얼마 얼마를 쓰고 썼는지 다 안다. 그러니 손해를 볼 수가 없다.
서: 막상 감독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던가?
김: 당연 있다. 작가랑 달리 감독도 다른 의미에서 힘든 부분이 많더라! 시나리오 작가는 자기 혼자 사투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독은 공동 작업 속에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현장에서도 그렇고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더라. 물론, 같이 의논할 수 있다는 건 괜찮다. 배우,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같이 코디적 개념으로 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다. 단, 감독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드라마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걸 방해하는 요소도 많다. 그걸 잘 헤쳐가야 하는데 넉넉한 환경이 아니다. 근데, 영화 파트 중 쉬운 파트가 어디겠나! 다 힘들지.
서: 원래 영화의 원제는 <보고싶은 얼굴>이었다. 98년 영진위 시나리오 당선작이고. 그게 수년을 돌다가 결국 주인한테 다시 돌아와 영화로 결실을 맺은 건데. 결정적으로 그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용단을 내린 계기는 뭐였나? 신의 계시였나? 소명의식 같은? “그래 시바 이 영화는 결국 내가 만들어야 할 팔자인가 보다” 뭐 그런 거!!
김: 결과적으로 보면 감독을 이걸로 하게 됐는데 난 진짜로 3년 전만해도 감독할 생각 정말 없었다. 그냥 글 쓰는 게 싫어졌고 책이 싸여도 그냥 한숨이 나오는 시기였다. 소명의식이 아니라 문성근 선배가 불을 붙은 거다. “야! 이것 좀 어떻게 좀 해봐라.”하고. 지인들도 자꾸 채근하고. 일단 책이 제대로 읽힌 거다. 그런 과정에서 결심을 하고 한 달 딱 가능성 타진해 준비하고, 장진영을 데리고 온 거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행동에 옮긴 거다.
서: 듣자하니, 투자사 제작사 죄다 돌아다녔지만 일이 잘 안 풀렸다고 하던데
김: 아~~~정말 힘들었다.
서: 그러다 굿플레이어의 김정수 대표가 제작비의 상당액을 쾌척해 일이 진행된 건데, 결국 김해곤이라는 발 넓은 사람도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거다. 한국영화판이 돈이 될 만한 거 아니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김: 속상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연애참>을 외면했던 사람들! 이해되기도 한다. 내가 시나리오 작가로서 탑이었지. 감독으로서는 신인 아닌가! 또 하나의 문제는 시종일관 이 책이 좋은 건 알겠지만 아니라고 했다. 다들 아트라고 했다.
서: 상업영화로 가기에는 힘들다?
김: 그런 거지. 마이너든 메이저든 내가 아는 투자자 제작자는 다 만났지만 그들이 거절한 이유는 이거다. 이 영화가 감독 딸딸이 치는 영화지. 상업영화는 아니다, 라는 거다. 수익을 내야 살아남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저예산 영화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었다. 그렇지만 단돈 1억 투자한 사람 없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 바쁜 탁재훈 불러 “너 이거해!”라고 하고, 오달수 김상호 캐스팅하고 그랬다. 그 당시 영화와 비교하자면 절대 나쁜 캐스팅이 아니다. 그렇게 XX 용을 썼는데도 안 됐다. 그 과정에서 김정수 대표가 제작비를 댄 거다. “어떡해서든 구해 볼 테니 가보자!”
서: 죄송한 말이지만 당시의 절박한 상황이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김: 또 이야기하자면 차승재 대표는 <연애참>을 영화 시나리오보다는 문학적인 글로 봤다. 날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당시 차승재 대표도 힘들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투자제작사 전부 포함해서 충무로는 차승재한테 빚을 지고 있다고. 싸이더스만큼 실험적인 영화에 관심 가져주고 제작할 수 있는 영화사는 거의 없다. 차승재가 살아 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차승재 대표는 영화의 두 측면을 알고 있는 거다. <남극일기> <지구를 지켜라> <슈퍼스타 감사용> 이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걸 누가 하냐고!
서: 결국 말한 대로 상업적 측면 역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기에 나름 조율이 필요했을 거다. 덜어낸 부분도 있을 테고. 그 중 하나가 영운이 친구들의 이야기라 들었다. 근데, 그게 결과적으로 좀 아쉬움이 남더라. 사랑이야기와 그들의 이야기가 적절이 섞이지 못한 거 같다. 차라리 친구들이나 영운이 연아 한쪽으로 좀 더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김: 시간이 문제였다. 2시 50분에서 36분짜리로 편집을 해왔는데 2시간 6분으로 줄여야 했다. 그렇다고, 애초 가지고 있던 의도를 포기하거나 훼손하진 않았다. 타협이라기보다는 시간이 문제였다. 일부러 친구들 장면을 들어낸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영운 연아 신도 잘린 게 많다.
서: 촬영 때나 혹은 후반 작업 시 은근슬쩍 간섭 하거나 압박을 받은 경우는 없었나? 그런 경우 숱하던데.
김: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는다.(웃음) 그렇다고 내 고집대로 한 건 아니다. 영화라는 게 돈 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 건 다 해가면서 진행했다.
서: <연애참>이 두 남녀의 연애이야기라 많이들 생각하는데 사실 징글징글한 연애질무비라기보다는 거창한 꿈과 이상 없이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별 볼일 없는 인생들에 대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운 연아도 그들 중 하나일 뿐이고 말이다.
김: 그게 맞는 말이라 볼 수 있다. 후반부 이별하는, 헤어지는 장면들 때문에 연애영화로 한정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뭐 그렇게 봐도 상관없고.
서: 전체적인 때깔이나 흐름이 촌스럽게 와 닿는 건 영화의 정서적인 측면 때문인가?
김: 일단 편집은 기본적으로 투박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면 이 영화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이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일을 대체할 만한 뭔가를 찾다가 결국 기술적으로 선택한 게 편집의 투박함이다. 대신 색깔은 때깔 나게 하려고 했다. 근데 백 프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끊임없이 색보정 하고 그랬는데, 기술적으로,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서: 시간에 많이 쫓긴 거 같다. 그럼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뭔가?
김: 엔딩장면이다. 내가 생각한 효과의 65% 정도만 얻어낸 거 같다. 남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조금 더 잘할 수 있었기에 아쉽다.
서: 역으로 자부심을 느낀 측면도 있을 거다.
김: 자부심이라기보다는 스탭과 배우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연애참>은 내가 애당초 구상했던 그림에서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80% 정도는 나왔다고 본다. 내 역량에 문제가 있는 거지. 그 부족분을 잘들 메워줬다. 감독 ‘또라인’ 거 알고 무서운 거 알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들 애 많이 썼다.
서: 어떤 점에서 또라인가?.
김: 있는 대로 소리 지르고, 마음에 안 맞으면 개지랄 떠니까!(웃음)
서: 그만큼 힘들게 찍었는데 중간 중간 영화가 몇 번이나 엎어질 뻔했다고 들었다. 장진영과 김승우가 그래도 함 가보자는 사기충천스런 힘을 줘 끝까지 올 수 있었고. 그래서 묻는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잡아놨던 예산이 있었을 텐데 예상치 못한 누수가 있었나?
김: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래 예산에서 누수는 없었다. 다만, 중간에 투자가 안 들어왔던 거다. 투입될 돈이 안 들어왔기에 일이 꼬여 잠시 힘들어 했던 거지 딴 건 없다.
서: 영화 보면서 많이 웃었다. 필자도 저러고 산다. 서른을 넘겼는데 지지리 궁상인 영운이 친구들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아직 결혼 못 했고, 김해곤 감독도 미혼 아닌가?
김: 그렇다. 사실, 남자나 여자나 가정을 이루면 저러지 못하고 산다. <연애참> 시나리오 쓸 때 내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했다. 전처럼 살 수가 없다. 거기에 대한 그리움, 향수도 있는 거다.
서: 기자시사에 참석 못해 일반시사 때 봤는데 관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지점이 있더라.
김: 어느 장면인가?
서: 김승우가 자기 가정 파탄내기 직전까지 몰고 간 연아를 죽어라 팬 뒤 와이프한테 전화해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한 신! 여자관객들 죄다 이구동성으로 왕짜증을 내더라. 무척 기억에 남았다. 근데, 나라도 김승우처럼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안티로서 작용한 측면이 꽤 된다. 하지만 내가 ‘구라’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스타일과 소재의 진부함을 정직함과 솔직함으로 대신한 영화다. 이게 없으면 <연애참>에 대체 뭐가 있겠나? 난 적어도 요즘 나오는 멜로영화들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고 본다. 우습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질적 문제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관객 내면의 평준화를 자꾸 요한다는 거다. 물론, 그 장면에 실망해 안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잠깐 내 자신과 대화를 해보길 바란다.
서: 어떤 대화를 말하는 건가?
김: 정말 한눈팔지 않고 행복하고 정직한 사랑을 했다고 자부하는 혹은 하고 있는 분들은 마음대로 <연애참>을 비판해도 된다. ‘저새끼’라고 비난해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좋게! 그러나 내 마음 속에서 일탈의 조짐이 꿈틀대거나 다른 생각을 꿈꾸는 남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답이 나온다.
서: 정직한 사랑을 하지 않는 이들은 비난하면 안 된다는 말씀?
김: 비난해도 된다. 비난은 하되. 당신 마음속에 그런 조짐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잠깐이라도 헤아려봤으면 한다는 거다. 난 모든 관객들에게 거짓말을 해대는 연애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나를 이해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보는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는 거다.
서: 이 영화의 최고 미덕을 정직함 솔직함이라 봐도 되겠다.
김: 당연하다. 그마저 없으면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된다. 멜로영화로서도 함량미달이고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서: 여하간, 그 때의 관객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떡’에 관한 장면이다.
김: 떡이라니?
서: 좀 뚱딴지같은 말일 수 있다. 그러니까. 영운이 와이프와 허니문 갔을 때 장진영이 방구석에서 술 먹고 영운에게 전화해 와이프랑 ‘떡’만 치고 도란도란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닦달한 한 장면! 꽤나 와 닿았다. 왜냐면 평소 떡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해학미도 느껴지고 이미지도 연상되고. 보편적으로 빠구리, 섹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것두 남자가 아닌 여자가 그 말을 쓰니 인상적이었다. 김해곤 감독도 떡이란 표현 좋아하나?
김: 그럼! 물론이다. 그리고 그 장면에 대해 덧붙이자면.....
좀 사는 여자는 남자가 딴 짓을 하면 그 여자랑 교감했니 안 했니로 다투지 않는다. 잤어! 안 잤어! 그러면서 싸운다. 그런데 연하는 그러지 않는다. 서기자가 말했듯 도란도란 애기하지 말라고 할 뿐이다. 남녀의 관계에 있어 정서적 교감이야 말로 중요하다는 거다. <연애참>을 보면 그런 표현과 대사가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한 점이 관객과 소통됐으면 한다. 연하가 보통의 여자와 많이 다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여자 분들이 갖고 있는 정서와 여성성의 교집합을 다 갖고 있다. 포개지는 측면이 분명 있을 게다. 아! 그리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하는 절대로 피해자가 아니다. 진정한 피해자는 와이프인 수경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서: 캐릭터들의 성격도 그러하지만 김해곤 감독 역시 치열한 삶은 싫다고 곳곳에서 말했더라! 왜 그리 가열찬 삶을 마다하는 건가?
김: 원래 성품이 좀 그렇다. 섬세하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작심하고 올인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사람들한테 느껴지는 가장 좋은 애정 표현이 ‘연민’이라고 본다. 연민의 감정은 세상을 순화시키고 서로를 배려하게 한다. 치열함에선 그러한 시선과 감정이 웬만해선 나오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영운이 친구들이 말하듯 “내가 어떻게 되나 보려고 산다”는 표현이 딱! 내 경우다.
서: 근데 자칫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김해곤 감독처럼 작가로서 배우로서 감독으로서의 명성과 인지도를 얻으려면 절대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당신의 위치에 등극하는 게 꿈인 이들한테는 좀 얄미운 말로 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치열하게 해도 될까 말깐데...오바스런 비유지만 일류대 간 놈이 과외 안 하고 교과서만 봤다는 등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등 치열하게 공부한 적 없다는 등 그렇게 와 닿을 수도 있다.
김: 내가 영화계에 입문한 지가 19년이다. 십 수 년의 시절을 거쳐 이 자리에 온 거다. 이것조차도 어떤 사람이 보기엔 치열했기에 가능한 거 아니었냐? 뭐 그렇게 되물을 수 있지만, 글쎄다. 만약에 내가 목표를 잡아 치열하게 해왔다면 더 빨리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 그리고 공부가 쉬었다는 등 그런 말 하는 놈들은 그 입을 확 XX 어떻게 하고 싶다. 난 공부가 제일 어려웠다. XX! 그리고 치열함에서 생겨나는 에너지가 자가발전하기에는 영화적 환경이 너무도 왔다갔다한다. 때문에 묵묵히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또 영화는 인문적인 일이다. 인문이라는 것은 노력한다고 팍 올라가고, 안 한다고 망하고 실력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스텝바이스텝이다. 하나씩 밟고 올라가는 거다. 어쨌든, 난 내 자신을 괴롭히고 지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치열한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서: 배우! 작가! 감독! 이 셋을 앞으로 죄다 병행해 나갈 건가?
김: 그럴 거다. 시나리오는 아까 말했든 가급적 내 작품에 한해서만 쓸 계획이고.
서: 가장 재밌고 자신과 맞는 게 뭔가?
김: 많이 써 주지는 않지만, 난 배우가 좋다!
서: 왜?
김: 제일 재밌다. 글 쓰는 게 제일 싫고!
서: 왜 배우가 제일 재밌나?
김: 가서 노는 거니까!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일한다. 감독이 뭐 XX 특별히 주문하는 것도 없고, 알아서 하고 놀다 오는 거다. 아 그나저나 아까 애들이 <연애참>이 주말예매율 1위라고 하던데 맞는 말인가? 평점도 올라가고 있다고 하던데...XX 이것들이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 같아서....
서: 구라 아니다! 다 맞는 말이다. 관객의 반응이 갈리기는 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꽤나 좋은 편이다. 근데, 큰 걱정 안 한다고 하더니 걱정되긴 되는 모양이다.
김: 딴 거 없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연애참> 제작자인 김정수 대표한테 폐 끼치기 싫어서다. 돈 구하느라 그 양반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빚진 거 갚는다. 고생한 배우나 스탭들 때문이기도 하고.
서: 이르긴 하지만 혹 구상중인 영화 있나?
김: 있다.
서: 어떤 영환가?
김: 지금 틈틈이 쓰고 있는데 느와르다. 4명의 남자 이야기! 머릿속에 구상이 다 잡혀있는 상태다. 촬영은 아마도 내년 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서: 인터뷰 끝물이다. 김해곤이라는 작가. 또는 감독은 어떤 글을 쓰고 영화를 찍고 싶은가?
김: 이 영화가 좀 하드코어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그걸 선호하고 지향하는 감독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아니다. 충격적인 요법을 대단히 싫어한다. 그냥 우리한테 저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그런 부류의 영화를 찍고 싶다. 화해! 소통!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사는 이야기! 물론, 상업영화를 지향한다.
서: 마지막으로 <연애참>을 보고 관객이 이건 좀 느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바람은 없나?
김: 일단 큰 기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 똑같지 않냐? 해서 서로 연민할 수밖에 없고....나하고 다른 사랑을 하든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든 어차피 우린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거! 그걸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서: 우선 필자는 공감했다. 가시밭길 인생이네 인동초 인생이네 폭탄인생이네 등등 딱 봐도 고생 무지 한 거 같은 안면상태가 많은 걸 말해주듯, 영화 속 캐릭터와 공감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또 김해곤 감독과 여기 죽치고 앉아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서적으로 필자와 포개지는 측면이 예상대로 상당한 거 같다. 김해곤 감독은 "XX 그건 니 생각이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여하간, 언제 술한잔 하자! 우선 전번 좀...
김: 오케이 좋아! XX 전화 바로 때려! 나도 바로 입력할게.
2006년 9월 18일 월요일 | 글: 서대원 기자
사진: 권영탕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