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서사액션극 <킹 아더>와 관능과 범죄가 득시글거리는 타락도시 <씬 시티> 경유하며 급부상한 클라이브 오웬이 이번에는 은행털이범으로 분해 뉴욕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잔챙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범한 마음가짐과 비상한 계획아래 은행털이에 나선 그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범상치 않은 강탈영화 <인사이드 맨>의 사실적인 주인공이라 볼 수 있다. 나쁜놈 캐릭터지만 나쁜놈스럽지 않은 묵직한 카리스마와 진중한 짱구굴림으로 기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클라이브 오웬을 주최측의 도움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본다.
어젯밤 <인사이드 맨>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랬습니까? 잘됐네요!
다들 많이 웃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재밌었죠? 이 영화는 꽤 많은 유머를 담고 있습니다.
네, 예상치 못한 개그가 많더군요. 그런데 달튼 러셀은 어떤 인물입니까?
그에 대해 많이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만 알면 됩니다. 즉 그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절대 알 수 없을겁니다.
그 수리공들이 진짜 강도입니까? 왜 인질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습니까?
글쎄, 그건… 아시다시피 그것은 굉장히 익숙한 장면입니다. 밴이 멈추고, 남자들이 뛰어내려 은행을 점령하고, 급박한 인질극을 연출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지겹도록 봐온 장면입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어 굉장히 영리하고 정교한 범죄가 됩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강도가 금고에 돈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계획적으로 말입니다. 그는 분명 뭔가를 얻으려고 하고 있고, 좀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도행각에는 곧 밝혀질 어떤 사람들이 연관돼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밝히는 것이 그가 이 범죄를 저지르는 목적 중 하나입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혼란스러운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객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놓는 요소들이 많아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잘 따라가야 합니다. 또한 경찰로 등장하는 덴젤이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 관객들은 그 과정 또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덴젤의 역할인 키스 프레지어는 그 남자와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고양이와 쥐 같은 관계입니다. 그는 그 상황을 담당하게 된 영리한 경찰입니다. 그는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스스로도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굉장히 급박하게 보이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사건을 잘 해결하는 것은 그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와 동시에, 제가 맡은 캐릭터는 굉장히 영리해서 항상 프레지어보다 앞서나갑니다.
노트(어떤 노트인지 확실하지 않음)에 보면, 당신은 영화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약간 걱정했다고 언급되어있습니다. 정말 걱정스러웠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네, 걱정스러웠습니다. 스파이크 감독과 만나서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저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긴 대사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러면 관객들은 제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마스크 뒤로 목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차라리 대역을 세우고 목소리 연기만 제가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각본이 굉장히 멋지긴 했지만, 이미 많은 영화에서 가면을 쓴 남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실망적이었습니다. 그 역할은 굉장히 기묘한 역할이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저도 미묘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에 익숙하고, 관객들도 그런 연기를 원합니다. 마스크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입니다. 일단 연기를 시작하면 그 상황에 맞는 역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역할에 동화되고,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익숙해집니다.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웃음)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역을 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 됩니다. 그래서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걱정들이 사라졌습니다.
달튼 러셀이 금고에 있을 때에는 그의 맨 얼굴을 볼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이와 함께 등장해 깔고 앉아있던 돈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꽤 의미심장했습니다. 당신의 캐릭터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그가 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죠?
맞습니다. 그것이 그의 계획입니다. 그는 굉장히 독특하고 복잡한 범죄를 실행하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범죄를 성공시키는 것이 그가 맡은 일입니다.
그 영화에 대해서는 언제 들었습니까? 처음으로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까?
대본을 먼저 받은 후 스파이크 감독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실 미팅을 위해 뉴욕으로 왔는데, 그들은 저를 (어떤) 경기에 초대했습니다.(웃음) 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미팅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팬이었던 스파이크 감독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간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했는데, 그의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로 흥분했었습니다.
그의 촬영스타일과 두대의 카메라에 관해서 말해보기로 하죠. 어땠습니까?
굉장히 독특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일한 것은 처음입니다. 보통 영화들은 장면들을 세분화합니다. 배경이 일치해야 하니까, 똑같은 장면에서는 항상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 상황에서 한 배우가 연기를 하면 다른 배우는 쉬고 있고, 나중에 순서를 바꾸어 다른 배우가 연기를 하면 처음의 배우는 쉬고 있습니다. 그렇게 배경을 일치시킵니다. 하지만 스파이크 감독은 이런 장면을 촬영할 때, 동시에 양쪽 배우를 촬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촬영감독으로서는 끔찍한 일입니다.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철저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야 어떻든 간에,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면 둘이서 동시에 연기를 하기 때문에 마치 연극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촬영하면 서로 긴장하면서 연기할 수 있게 된다는 굉장한 이점이 있습니다. 이는 카메라 옆에 서서 대사만 대충 읽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게 동시에 촬영을 할 때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거나 대사가 이상하게 꼬여도 연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동시에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모든 전화장면도 그렇게 촬영했습니다. 전화로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두개의 세트장을 만들고, 제작팀을 두 편으로 나누어 덴젤과 제가 전화하는 장면을 각각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신 역할과 덴젤 워싱턴의 역할은 지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그에게 맞섰습니까?
지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는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이 마스크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입니다. 그가 은행 안으로 들어와, 큰 규모의 장시간 장면들을 촬영하게 됐는데, 이는 저 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 남자를 바라보긴 하지만 눈을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함께 작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이 남자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노력들이 그가 진짜 누구인지를 알아내려는 관객들을 더욱 더 혼란에 빠뜨립니다.
덴젤은 어땠습니까?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 냈습니까, 아니면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습니까?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최근 배우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명입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찬사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그의 팬이었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연기철학과 클래식 무비 스타가 가질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 굉장히 지적인, 정말 멋진 배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두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 스파이크 리 감독의 독특한 점은 무엇입니까?
굉장히 빨리 촬영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잘 다룰 줄 알고, 굉장히 역동적으로 촬영합니다. 어떤 장면을 찍을 때, 그는 굉장히 단호하게 행동하고,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지 않습니다. 한번만 찍습니다. ‘모두들 만족합니까? 좋습니다! 다음 장면을 찍도록 하죠’ 그렇게 때문에 배우들은 빈틈없이 준비해야 합니다. 스파이크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때에는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굉장히 긴 장면을 한번만 촬영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은행강도의 강도행각이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더 이상 현금을 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인터넷 범죄와 같이 다른 종류의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무거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금융범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장면이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끌 것 같습니까?
모든 장면들이요. 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는 은행강도 영화입니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이 영화는 멋진 뉴욕 스타일에 뉴욕 스타일의 캐릭터들과 위트, 유머가 더해져 완성됐습니다. 평면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 연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영화에서 그 모든 것들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주된 요소는 독창적인 각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시티에서 작업하는 것은 즐거웠습니까?
굉장히 좋았습니다. 저는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뉴욕은 최고의 도시인데,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를 특별히 뉴욕에서 촬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굉장히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시장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자료제공: UIP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