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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담배' 폈다 끊은, 청년 신하균!
2005년 8월 10일 수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녹음이 짙어지는 8월의 첫날 신하균과 인터뷰가 잡혔다. 사실, 신하균만큼 초록색과 매치가 잘 되는 배우는 드물다. 영화 속에서 두어 번 녹색과 연둣빛(‘묻지마 패밀리-사방에 적’과 ‘복수는 나의 것’) 머리를 해 보였고 <지구를 지켜라>에서 외계인을 믿는 (외계인의 피 색깔은 대체적으로 녹색!) 엉뚱한 청년으로 분해 왠지 초록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상작용이 머리에 각인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머리를 초록으로 물들이고 설쳐대도 말 그대로 초 절정 꽃 미남도 아니고 영화계의 티켓 파워를 좌지우지 하는 흥행배우가 아닌데도 대중들은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기억해 보라. 시장성이 가장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CF계에서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는 영화배우는 안성기 이후 유일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살짝 공개하자면 나는 평소 신하균에 대한 은근한 관심을 쏟고 있었는데 모든 딸들은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한 잡지에서 읽고 나서야 내가 왜 신하균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지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와 같은 ‘도라지’ 담배를 핀다는 사실을 접하고 하고많은 담배 중에서 도라지를 총애하는 그에게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에 캐스팅 되고 나서는 팬클럽 메인에 ‘도라지 꽃’사진이 박혀 있을 정도로 그 애지중지하던 도라지 담배를 끊었단 소식이 들렸다. 염치불구하고 마주앉자마자 그에게 도라지 담배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더니 “도라지를 끊은 게 아니고 담배를 끊은 거니 괜찮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저렇게 선량하고 순한 미소를 짓는 신하균이 자신의 누이를 죽이고 불태우려 한 희대의 파렴치한으로 몰린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런 의미로 유순한 모습을 한 범죄자의 내면연기를 보여야 하는 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아있는 영화다.(더 이상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것이므로 자중하겠다)

사진과 인터뷰는 정말 질색이라는 신하균은 올 8월에만 세편의 영화에 출연해 홍보나 인터뷰를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도 흥행독주를 하고 있는 <친절한 금자씨>와 입소문 나버린 기대작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 칠 때 떠나라>로 일부러 작정하고 출연했어도 확률적으로 힘든 경우에 처한 상태다. 거기에 대해서도 짧게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들이 성격이 달라서…”라고 대답해 보인다.

그가 출연한 작품의 감독들인 장진과 박찬욱은 배우 신하균에게 있어서 일종의 멘토(mentor) 같은 존재다. 학교선후배 관계로 만난 장진은 그의 모든 작품을 함께하고 너무 친한 나머지 “야, 기자들이 너 말없어서 인터뷰 하기 힘든 배우 1위로 뽑았대!”라고 쫑크를 주는 사이고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해 2000년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아 대중에게 각인시킨 박찬욱 하고의 인연은 선 긋듯이 구분할 부분이 아닌 것이다.

어쨌거나 장진감독하고의 사이가 일종의 ‘패밀리’ 개념이라면 박찬욱 감독과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평소의 신하균은 조용한 면이 많고 배우답지 않게 평범해서 그를 ‘정우진’ 역으로 캐스팅 하고서도 걱정이 앞섰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박감독이 깜짝 놀랄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그 인연은 복수의 완결 작으로 불리는 <친절한 금자씨>까지 인연을 이어갔다.

충무로에서 대사빨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진과 칸이 인정한 박찬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신하균은 길고 힘들었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끝내고 가장 짧고 유쾌하게 촬영한 <박수칠 때 떠나라>에 대해서도 “워낙 조금 나와서…(웃음) 제가 영화에서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거기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짧게 나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역할에 맞게 찍었다는 것이 중요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대답이 돌아왔다.

제임스 딘에 미쳐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 할리우드 키드인 신하균은 제임스 딘을 ‘지미’라고 부르며 그의 남자다움에 매료된 채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의 영화를 골라보고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영화에 미친 신하균은 정작 영화 속에서 연민 어린 역할을 많이 맡았다.

<기막힌 사내들>에서 연기한 ‘추락’은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정작 뜻대로 되지 않고 뭐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묻지마 패밀리>의 삥 뜯는 고등학생 역할이나 <복수는 나의 것>의 ‘류’는 악한 행동을 하지만 악하게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다. 도리어 <우리 형>의 ‘성현’과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승재’는 남자의 강인함과는 사뭇 다른 착한 남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언론은 그런 모습을 보고 미소 속에 비친 묘한 ‘그늘’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제 연기를 보고 그렇게 느끼시면 그런 거죠. 다양한 시각이 있는 거니까요. 제가 그런 그늘이 있을 수도 있는 거구요.” 공인으로 사는 배우는 미디어가 가진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법인데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그를 보고 자신과 가장 동떨어진 이미지로 언론에 포장된 부분이 있냐고 물어봤다.“그런 거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인터뷰고 내가 느꼈던 거 말하고 어떤 이미지를 보셨던지 그건 작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요.” 라며 웃어 보인다.

그는 스스로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미 스타로써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 배우다. 사적인 질문에는 거의 대답하지 않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영화와 현실을 확실히 구분해 놓는다는 그의 규칙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요? 그냥 연기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선 신경 안 써요.”하고 넘어갈 정도로 요령이 생겼다.

여태껏 다양한 배역을 연기해 오면서 가장 ‘신하균’다운 배역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딱 말하기는 어렵네요.”라는 대답에 연기를 하실 때 자신의 면과 매치되는 캐릭터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질문으로 슬쩍 돌려 물어봐도 “여러 상황에서 작품이 요구하는 가장 적절한 면을 살려서 연기해요. 필요로 하는 부분에 저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연기하는 거죠. 저는 캐릭터가 우선이라고 보다는 그 작품이 우선이거든요. 그 작품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지 ‘나의 모든걸 보여줘야 해서 이런 역할을 해야 돼!’ 이런 건 없어요.”라고 말한다.

이미 연극 무대에서 <박수칠떄 떠나라>를 했던 신하균은 이 작품이 영화화 되기로 했을 때 영화시나리오를 읽고 서의 느낌을 “확실히 연극하고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어요.(웃음) 흥행적인 부분이 많아졌고,시나리오의 느낌하고는 차이가 나네요” 라며 색다른 느낌을 솔직히 표현했다.

이미 뮤직비디오에서 우애 좋은 형제로 나온 차승원과 검사와 범인 후보라는 대립관계로 나온 차승원에 대해선 “아무래도 한번 만난 것 보다 두 번 만나면 일하고 쉬워지죠. 워낙 성격도 좋으시고 재미있으시고 저는 조용한 편이라..(웃음) 형하고는 너무 편해요.”라며 투톱주연으로 나가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연 같은 주연이란 느낌에 대한 지적을 좋게 마무리 짓는다. 신하균이 난감할 때 마다 짓는다던 그 사람 좋은 미소는 마력이 있는 건지 듣기엔 참 무심하다 싶게 짧은 말인데도 진실함이 느껴진다.

그가 맡은 차기 작에서 짧은 혀로 말하느니 차라리 말을 안 하는 소신 있는 킬러역할을 연기 한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맡았던 역할과 <복수는 나의 것>에서 농아 역할을 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하균이 작품을 고를 때 보는 것에 대한 마지막 질문은 배우의 아우라를 확실히 보여주는 현답으로 마무리 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쉽게 말해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새롭고.. 그리고 그 안에 제가 살아온 환경이나 제가 느꼈던 제 세계관과 가치관. 사물을 바로 보는 시각이 같은 부분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는지 봅니다.”

주류영화에 속하기보다는 작품성을 따지고 자신이 생각한 영화스타일을 고수하는 배우이기 때문일까? 복잡한 설명은 이제 관두자. 혹자는 광기 어린 미소라고 표현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이배우는 분명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꾸준히 자리해 왔고 앞으로도 길게 기억될 테니.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이한욱 PD
영상: 권영탕 PD

▶ 신하균의 미소 퍼레이드!! 감상하시라~

19 )
sumzeros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정말 멋진 배우입니다...   
2005-08-10 14:34
isaktwo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인데..그만큼의 인기는 못미치지만 꾸준히 멋진연기보여주셈!!!!   
2005-08-10 10:38
heyhoo
신하균씨, 동막골에서도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멋있더라구요. 박수칠 때 떠나라도 기대 됩니다.   
2005-08-1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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