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난 그녀가 무서워졌다. 카메라 세팅을 해놓은 방에 들어서자 자신은 오른쪽 얼굴이 더 낫다며 나를 그녀의 왼쪽에 앉게 만들었다. 사진 촬영은 또 어떤가. 여지껏 사진 기자의 카메라를 들여다 보며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 하는 여배우는 '유선'이 유일했다.
편하게 다가가기 보단 확실히 선을 긋고 시작하는 약간은 불편한 분위기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서 풀어졌다. 사실 말없는 인터뷰이보다 말을 많이 해도 핵심이 없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선은 분명 생각있게 대답하는 후자쪽에 속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7월의 어느날 짙은, 녹색 싱그러움을 머금은 유선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가 맡은 지현이란 캐릭터는 아파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해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살수 있게끔 배려하기 위해 하기 위해서 ‘가발’을 사서 선물하는 따듯한 언니 역할이에요. 가발을 쓰면서 변화해 하는 동생 모습을 보면서 당혹스러워하고 힘겨움을 겪게 되는 인물이죠.
감독님이 ‘언니’ 같고 ‘누나’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캐스팅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실제 언니나 누나일 거란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가족관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더라구요.
어? 많이 나갔는데…(웃음) 오빠 있어요. 부모님이랑 저. 이렇게 네 식구예요.
막내시군요.
그런데 전혀 막내답게 자라지 않아서요.다들 막내인줄 모르세요. 제일은 제가 알아서 하고. 얘기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자라서 그런가 봐요.
앗! 저도 그래요. 딸 막내인데 다 장녀로 보거든요.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우 이길 꿈꿨고, 사람들의 시선이 좋았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거 읽고 무척 놀랐어요.
왜요?
원래 학창 시절 때 까불까불 하고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그런 애들은 왈가닥에 항상 따라다니는 추종자들이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는 아니셨거든요.
하하하. 그런데 말씀 하신 그 이미지가 바로 저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어요. 애들 끌고 다니는 편이였고, 리더 하는 편이였어요. 학예회 시간이든 극기훈련 , 수학 여행때 항상 앞에 나가서 뭔가 하는걸 좋아하는 활달한 캐릭터였죠.
<가발>의 경우에는 아픈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목소리가 조금 안 좋은? 그렇게 표현해야 하나요? 아무튼 목소리가 나쁜 역할이라고 해서 생소했거든요.
목소리를 잃어버린 캐릭터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말을 못한다는 건 아니구요,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정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그런 흉학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숨기려고 입을 닫아버리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처를 계속 가슴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배우 분들이 대단한 게, 자기자신은 A란 인물인데 B란 인물을 표현해 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A인 자신을 버릴 수가 없는 거고, 그런데 그걸 숨기고 B를 연기해 내야 되는데 단순한 역할이 아니고 목소리를 잃어버렸거나 유독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표현해야 한다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인간으로 접근을 하면 가능한 거 같아요, 사람마다 많은 캐릭터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유독 어느 부분을 많이 보이면 그게 성격처럼 보여지는 거죠. 저도 활달하고 쾌활한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성장 과정 속에서 내성적인 면도 생기게 됐고, 나름대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이면에 더 많이 생각하고 그랬던 시절들이 있었고…그러다 보니까 극중 지현처럼 다 표현하지 않고 조금 머금고 있으면서 자제할 줄 아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지현의 캐릭터에 공통점이랄까? 이런 것들을 저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 나와 만나진 못하더라도 부분부분 나와 만나는 게 있는 것 같고 제가 덧붙이면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한 사람으로써 이해하게 되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연기 할 수 없어요.내가 한 인간으로 이해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돼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이해의 폭을 넓혀 가야 되겠죠.
엄밀히 말하면 외동딸인데 부모님이 배우 된다고 했을 때 반대 많이 하셨겠어요. 환영하는 편은 아니셨죠?
일단은 초등학교 때부터 선포는 했어요. 연극영화과 갈 거라고. 그때는 비웃으셨죠.(웃음) 먼 훗날의 얘기니까. “그래, 돈 마니 버는 딸 덕 좀 보자.” 그러면서 웃고 마시는 거예요. 저는 정말 그게 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그것을 위해서 학창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리고 고 3이 되서 연극영화가 간다고 했더니 그때 너무 놀라시는 거예요. “아니 그 꿈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그러면서 정말 많이 반대를 하셨어요. 네가 정말 연기를 하고 싶으면 동아리를 들던지, 과 이외의 활동으로 하라고 하셨죠. 취미로 즐기라고. 그런데 나는 내 본업이고 생업으로 삼고 싶지 취미로 연기를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싸우다가 한국종합예술원에 제 돈으로 원서를 사서 지원했어요. 합격을 하고 나서야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죠. 그러고 나서도 엄청 싸웠죠. “접수하지 말아라~”, “다른데 시험을 봐라”하면서요.
아는 사람 다 떨어지고 혼자 붙으셨다면서요.
3차까지 시험이 있었는데 그 단계를 밟고 올라가니까 더 애착이 많이 간 것 같아요.
그럼, 고등학교때도 연극반 활동을 하신 거예요?
아니에요. 전 연극반은 아니고 방송반 했었어요. 중 고등학교때 연기는 거의 선배들한테 배우잖아요.'난 그렇게 어설프게 배우고 싶지 않다. 대학가서 배울꺼야’ 그러면서 일부러 방송반 들었어요. 대학에 가서야 연기를 시작한거죠.
학교를 7년이나 다니셨다고 하셔서 다른 학교를 다니시다가 연기 쪽으로 전향하신 건 아닌가 이런저런 추측도 했었어요.
아니에요. 졸업을 늦게 했어요. 친구들이 “너 군대 갔다 왔냐?”면서 놀리더라구요.(웃음)워낙 어렸을 때서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어서 그런지 대학에 가면 내 꿈을 확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단은 학창시절에 하는 공연이란 게 거의 단체 극이잖아요.역할마다의 비중이 작고 같이 공유하는 공연을 하다 보니까. (그 당시에는) 만족을 못하구요. 그래서 ‘아..이건 아닌데…’하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1,2학년 끝나고 밖에 나가고픈 욕망이 커진 거죠. 그때는 영화오디션이 제법 있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는데 항상 최종에서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뭔가 부족한가? 아니면 때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런 시행착오를 겪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 온 거죠. 학교에 다니다가 좋은 분들과 인연이 닿아서 연극도 하게 되고… 외부공연도 졸업하기 전에 대학로에서 먼저 시작했어요. 조급한 마음을 갖다 보니까 학교 생활에 사실은 충실하지 못했어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음..당연히 먼저 들어왔구요. ‘지현’이란 캐릭터를 정하기 위해 감독님이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보셨대요. 그런데 그 캐릭터에 대한 맞는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감독님은 TV를 전혀 안 보시는 분이라서 드라마에서도 저를 못 봤고 <4인용식탁>은 미쳐 못 본 상태였고. 그런데 촬영감독님께서 <4인용 식탁>을 잘 보시고 “거기에서 한 여배우를 봤는데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그 영화를 한번 보시지 않겠느냐?” 하셔서 그 영화를 보게 됐다고 해요. 보시고 나서는 나를 너무 만나고 싶다고 하셨대요. 그래서 저한테 대본이 왔고 저 또한 대본을 너무 잘 읽어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첫 미팅 자리에 나갔는데 첫 만나는 순간 “어?지현이네? 지현이잖아? 내가 찾던 지현이야.” 하셔서 처음 만나자마자 너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참여하게 되었죠.
저는 호러나 공포 영화를 진짜 무서워하는데 직업상 그런 영화를 많이 봐야 해서 가끔 곤욕일 때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선 배우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평소에도 공포영화란 장르를 좋아하셨나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겁이 많아요. 학교 다닐 때 비오면 무서운 얘기 해달라고 하잖아요. 커튼 다 치고. 저는 그 얘기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귀를 막고 ”아아아아아~~”하고 있어요. 못 들었어요. 겁이 많아서.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꼭 그 장면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무서운 영화나 무서운 얘기를 잘 안 접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굉장히 매력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공포영화만큼 여배우에게 큰 에너지와 힘과 묵직한 캐릭터가 주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찍는 동안에도 일반극과 멜로를 찍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요. <가발>을 찍으면서는 연기의 하면서 ‘맛’이라고 할까요? 쾌감을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다른 영화 보다가 예고편을 봤는데 정말 무서웠어요.소름이 쫙~돋으면서. <분홍신>찍은 김혜수씨 말로는 대본을 다 알고 찍으니까 실제로 무섭지는 않다고 하던데. 찍으면서도 많이 무서웠을 것 같아요. 촬영중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정말로 현장이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내가 겁이 많고 무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귀신을 보고 놀라는 모습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귀신을 따로 찍고 제 씬을 따로 찍고 하니까 무서울 수가 없죠(웃음) 되려 무서운 씬을 유쾌하게 찍는 경우가 생겨요.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찍거든요.
그러고 보면 지현이란 캐릭터는 굉장히 복잡한 인물인 것 같아요. 연기 하기에 앞서 그런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캐릭터나 책이 있나요?
배우라면 연기를 함에 있어 각자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저는 캐릭터를 참고할 만한 샘플이나 연상될 만한 인물을 찾지 않아요. 대본 속에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캐릭터들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이해하고 가슴 깊이 어떻게 느끼나를 우선으로 위주로 가요. 굳이 설정을 한다거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굳이 뭔가를 첨가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은 지현이 가져야 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면적인 목소리를 잃어버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동시에 죽어가는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끝까지 동생을 배려해야 되는 감정. 그게 가장 큰 지현의 감정인 것 같아요. 그것을 최대한 많이 이해하고 느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러고 보니까 예고편밖에 못 봤는데 목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아요. 목소리에 대한 특별한 연기를 한 건지 장치를 대고 한 건지 궁금한데요?
성대를 울리지 않는 소리를 내야 되는데 그게 어떤 소리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도 성대를 느껴가면서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계속 찾아보고 연습을 하니까 목소리가 울리지 않으면서 내는 소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많이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구요. 만약에 못 낼 경우에는 기계의 힘을 빌려야 되는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연습하고 그런 과정에서 찾아내서 다행이었어요.
요즘엔 멋내기 소품용으로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시내에 나가면 가발을 옷이나 가방을 파는 가게에서도 심심치 않게 파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왠지 뭉텅이로 걸려 있는 가발을 보면 좀 오싹 할 때가 있어요. 촬영할 때는 어땠나요?
가발이란 게 인모로 한 가닥 한 가닥 심은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몇 사람의 머리카락이 들어가 있는건데 자세히 보면 약간 색깔이 틀려요. 그게 되게 섬뜩하죠. 하지만 가발이 또한 명의 배우처럼 항상 분장실에 같이 있었고 채민서씨는 매번 그걸 써야 되니까, 나중에는 무덤덤해 졌어요.
예전에 ‘백만물 미스터리’ 보면서 정지영아나운서랑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실제로도 많이 들으신다구요.
안 닮았는데, 다들 그러시더라구요.(웃음) 느낌이나 이미지가 비슷한 가봐요. 저의 다른 모습 보시면 아마 절대 그렇게 생각안하실거예요. ‘정지영’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네 그러시더라구요.
여자에게 아나운서 닮았다는 소리는 칭찬이잖아요? 저는 농구선수 전주원 닮았다는 소리를 하고 많이 들어서. 하하
당연히 기분은 좋죠. 단아하고 깔끔하고 지적이고…제가 <영화와 팝콘>을 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인지 그 당시에는 신입 아나운서라는 오해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미지가 갇히게 되는 게 아닌가 스트레스 엄청 받았어요. 지금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요.
개봉하기 전에 인터뷰가 나갈 것 같아요. <가발>을 보시기 전에 배우의 입장에서 가장 힘들게 찍었고, 눈여겨보셨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현이가 겪어 나가는 상황이 단순히 ‘무섭다’란 공포와 더불어서 상황과 더불어서 동생과 관련된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라는 거, 그 동생이 죽음을 앞둔 상태였는데 급작스런 변화를 보여주고 변화의 이유가 자신이 사준 ‘가발’이란 걸 알게 되는 시점부터 더 격하게 힘겨움을 격어요. 저의 촬영 스케줄은 첫씬부터 감정씬이었고 영화 끝날 때도 감정씬이였어요. 편안한 일상씬들이 없을 정도로 힘든 게 많았어요. 장면장면이 다 힘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엔딩씬이죠. 저도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보여드릴지 가장 걱정되고 고민되는 장면이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씬이기도 한데 일단 여러분들이 무섭다라는 걸 잠시 접고 일단 가슴 뭉클함을 안고 나가실 것 같은 그런 장면이예요. 그런데 그걸 표현해 내고 전달을 하는 몫이 지현에게 있어요.그래서 처음 대본 받았을 때부터 그 부분을 놓고 굉장히 고민을 했고 고민을 한 만큼 지현이 가진 캐릭터가 가진 매력인 만큼 더 끌리기도 했죠. 한번 이상 가기가 힘든 씬 이었는데 다행히 한번에 오케이가 됐어요. 그 장면을 아마 보시게 될 거예요.
정말 궁금하네요.
욕심 같아선 한번 더 갈수도 있고 한번 더 가겠습니다 할 수도 있지만 그 한번을 해내기가 너무 벅찰 만큼 감정이 힘겨운 씬 이었어요. 한번 찍고 감독님이 오케이 하시고 제가 모니커로 보니까 ‘어, 이 정도면 괜찮네’ 할 수가 없는데 또 한번 하자니 못할 것 같고. 그래서 ‘네.저도 오케이 입니다.’한 거죠. 가장 걱정되고 궁금해요.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게 긴 세월은 아니지만 ‘배우가 되길 정말 잘했다'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스타가 된다거나 탑이 된다거나 욕망이나 목표를 갖고 연기를 하지 않거든요. 너무 어렸을 때서부터 가진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인 거고 그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데 ‘내가 이 길을 걷길 잘했구나!’ 생각되는 희열이나 뿌듯함을 느낄 때는 저와 관련된 기사나 드라마 홈피에 한 줄 남겨주시는 그 한마디에 감동을 받을때예요. 그 문구가 뭐였냐며 ‘난 이배우가 한 거라면 믿음이 간다. 너무 기대된다’ 라는 문구였어요. 제가 가장 목표로 하고 되고 싶은 게 신뢰가 가는 배우 거든요. ‘무슨 무슨 배우가 어떤 역을 맡았다’ 이런 말만 들어도 감독이 누군지 무조건 보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저한테는 일종의 목표라면 목표인데 그런 글을 읽게 될 때면 ‘아..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면서 기분 좋죠.
사실 작품과 배우를 사이에 두고 하는 질문은 아무리 기발해도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배우들 입장에서도 똑 같은 말 듣고 다르게 말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아주 곤욕이라고 생각해요.
아~맞아요.저도 동감해요.
그럼 인터뷰어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질문하나 드릴께요.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한거, <가발> 촬영에 쓰인 소품 가발이 정말 비싼 거라고 들었거든요. 아마도 촬영 끝나고 배우들한테 하나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촬영 끝나고 나서 그 비싼 가발들은 다 어떻게 됐나요?
일단 민서씨는 계약조항에 가발을 받는걸 넣었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삭발을 했으니까. 어차피 가발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민서씨가 하나 가져가고, 나머진 영화 홍보 이벤트로 경매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그렇게 몇 개 챙기려고 했는데 안주시더라구요. (웃음)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너무 만족하셨다고 했는데 하나 달라고 강력하게 밀어붙이시지 그러셨어요.^^ 감독님하고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배우에 대한 존중과 매너가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부족한 부분에 대해 코멘트 해주실 때도 절대 큰소리 하지 않고 항상 곁에 와서 설명 해줘요.귀에다 대고(웃음) 그만큼 그 배우를 존중해 주시는 거 같아요. 큰소리로 막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표현하는데 차이가 있는 건데 그만큼 작은 거에도 배려를 해주신다는 거죠. 작업할떄 굉장히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배우란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실 떄 그 신뢰를 가지고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는 거거든요. 작업이 즐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랑은 농담으로 “다음다음 다음 작품쯤엔 다시 한번 하자” 그렇게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배우로써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까지 한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모두 해보셨는데 세가지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정말 말 그대로 각기 매력이 있어요. 같은 연기고 똑 같은 마인드로 연기를 하지만 다른 장르에서 오는 느낌은 정말 다르거든요. 연극의 라이브는.(잠시 숨을 고르며) 드라마의 즉각적인 반응은 또 틀려요. 영화는 작업의 여유와 신중함은 다른 데서는 못 느끼고 너무나 다른 매력들이라 한쪽 장르의 작업만 할 수 없는 거고. 떠난 지 좀 됐지만 다시 연극 할 것 같구요. 드라마도 할 것 같아요.
한 가지 작품을 끝내면 전 작품의 모습을 씻어내려고 여행을 떠난다는 유선은 이번에도 짧지만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다시금 유쾌해져 돌아왔지만 ‘지현’이란 인물의 여운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노라고, 영화개봉하고 나서 사람들한테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고 나서야 조금씩 정리가 될 것 같다며 미소 지어 보였다. 조급해 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긴장을 늦추지 않는 배우는 존경스럽다. 그러나 유선의 경우는 다르다. 적당히 욕심 내고 또 그만큼 호흡을 고를 줄 아는 배우다. 그래서 더 정감 간다.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권영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