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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의 ‘지숙’, 그레이스 켈리처럼 스며오다!
‘녹색의자’ 오윤홍 인터뷰 | 2005년 6월 8일 수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벌써(!) 7년 전,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때 그 영화만큼이나 적이 놀랐었다.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기차 안, 한눈에도 피곤과 짜증이 역력한 ‘그녀’에게 카메라가 은근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린 카메라는 ‘그녀’ 또래의 두 여자를 흘낏 비추고, 다음 장면이 되면 그저 단자화된 관계인듯 여겨졌던 세 사람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유부남 대학강사와 헤어진뒤, 그 복잡한 심경을 떨쳐내듯 두 명의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던 그녀. 깡마른 체구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단출하게 걸쳐입고, 그 옷차림만큼이나 간단한 포니테일 헤어스타일, 이에 화장기 하나 없는 그녀의 모습은 그간 우리들의 시신경에 익숙했던 ‘예쁘장한’ 헤로인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뿐인가. 비져나온 두 가닥의 머리카락이 조금은 답답하게 그녀의 뺨을 덮고 있고, 쌍꺼풀없는 두 눈엔 우울기가 가득한데, 그 어두움마저 심미적인 우울이랄까 현실성은 표백되고 감정은 채색된, 한껏 이미지화인 슬픔과도 궤를 달리하는게 아닌가.

하지만 ‘일상’에서 그대로 건져올린듯한 그녀의 ‘평범한’ 외모에는, 순간순간 범상치않은 지적 기운들이 꿈틀거렸고, 그 느낌을 형성하는 데는,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가 작지않게 가세하고 있었다.

일견 여성스럽게 차분한 목소리지만, 비음이 많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는 끈적하지않은 섹시함과 냉소가 스며있었고, 때로 공기를 찢어뜨릴만치 날카로운 신경질과 히스테리도 귓청을 때렸다.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왜 아는 척해?”, “상투적이라고 했는데, 상투적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하니?”, “난 사랑하면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알고 해”...(어느 순간, 조금은 연극적인 톤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그녀의 목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면서, 괜시리 우울해졌던 것같다.

그녀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이 영화가 날것으로 들이미는 일상의 건조한 생각(生覺)들이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서글프게 느껴졌고, 급기야 그녀가 터뜨리는 울음에 감정적인 동화마저 일어났다. ‘오윤홍’은 기자에게 그렇게 ‘강하게’ 현실적이고 ‘적당히’ 영화적으로 다가왔다.

★ 그녀는 그레이스 켈리같았어

그녀와의 인터뷰는 <녹색의자> 기자 시사가 열리는 날로 정해졌다. 인터뷰 전에 오윤홍에 대한 이런저런 느낌들을 정리하려고 보니, 7년 전 ‘그녀’에게 느꼈던 감정들은 빠른 속도로 흩어지고 있었다. 무대 인사를 위해 그녀가 단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귀밑 아래로 살짝 넣은 굵은 컬이 우아한 느낌을 은은하게 풍겨내는 머리 스타일, 이에 레이스가 세련되게 직조된 화이트 상의, 무릎을 얌전하게 덮는 블랙 스커트를 받쳐입은 오윤홍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딘가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보는 것도 같았다.

‘아...언젠가 부천영화제 심사위원일때 찍은 사진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강원도의 힘> 때와는 정말 달라도 굉장히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이런 촌스런 감탄을 주절거리면서, 기자는 기자간담회장에선 특히, 그녀가 보이는 미세한 행동들마저 무의식중에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난해한 부분들 때문에 대다수 질문들이 박철수 감독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가운데도, 오윤홍은 그 모든 질문이나 대답들에 귀를 쫑긋 세우는 느낌이었고, 치아를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미소와 끄덕거림으로 자신의 자리를 환하게 지켰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드디어 그녀와의 인터뷰 시간. 극장 실외로 연결된 간이 테라스 한 켠에 자리를 잡은 뒤, 와이어리스도 장치하고, 녹음기도 꺼내는 등 분주하게 채비를 하는 동안, 슬쩍 곁눈질해보니 그녀는 여전히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게다가 귀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우리 어디서 할까요?”, “저한테 물어볼 말 많아요?”라고 물으니, 가슴 속 불안이 살짝 수그러드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강원도의 힘> 이후 기자가 그녀에게 가진 정보는 피상적인 것들이었다.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 김학순 감독의 <비디오를 보는 남자>, 아니면 고(故) 이은주가 주연했던 <하늘정원> 등의 필모그래피도, 그녀가 등장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보지 못했거나 그녀에 대한 ‘특별한’ 인식없이 지나쳤었다.

그녀가 몇 편의 단편을 연출했다든지, 어느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얘기, 아니면 대학에서 강의도 하더라 하는 정보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말문이 막히는 수준.

변명같지만, 그만큼 기자에게 있어 오윤홍은 <강원도의 힘>의 ‘지숙’으로 붙박이돼 있었고, 그녀를 실제 만나기 전에 그녀가 발현하는 이미지에 대한 결정적 체인지 펀치를 날린 작품은 2년 만에 늦깍이 개봉한 이번 <녹색의자>였던 것.

상황이 그러하니,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토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토지>에서 옥이네로 나오셨잖아요. 제가 둔감한 탓인지 보고 나서도 뒤늦게야 오윤홍씨인줄 알았어요. (웃음) ”라고 (나중에 생각해도 정말 한심한) 운을 떼니, 그녀가 “아~그래요?”라며 웃으며 대꾸한다.

이어, “제 선입견인진 모르겠는데, 왠지 TV 드라마는 출연하지 않으실 거 같았어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라고 좀더 묻고싶은 질문을 던지자, “배우생활을 계속하려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좀더 대중적으로, 수면으로 올라오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그러기위해선 드라마도 해야할 것 같구,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에도 출연해야 할 것 같구...그래서 출연하게 됐죠”라고 답한다.

그녀의 대답을 듣자, 문득 궁금해졌다. “아, 그럼 <하늘정원>도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던 건가요?”. “상업영화기 때문에 호기심에서 출연을 했어요. 근데 상업영화는 잘못 들어가면 많이 잘릴 수가 있더라구요. (웃음)”.

★ 어떻게 지내셨어요?

<강원도의 힘>을 의미있게 기억하는 이들에게 ‘오윤홍’의 행보는 때때로 매우 강렬하리만치 관심의 촉수를 자극하지 않았을까. “<강원도의 힘> 끝나고 좋은 영화를 한번 놓쳤어요. 그 이후로 캐스팅 제의가 더 많이 들어올줄 알았는데, 정말 좋은 걸 한번 놓치고 나니 마음에 그렇게 썩 와닿는 게 없더라구요. 부득이하게 좀 쉬었는데, 대학원 영상예술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래서 단편도 만들고, 연극도 출연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홍상수 감독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내셨나요?”, 생각보다 간결한 그녀의 대답을 듣고나자 불쑥 이런 질문이 터져나왔다. “아뇨, 한 3년은 연락 안했던거 같아요. (웃음) 근데 그 3년 뒤에 만나니까 너무 좋은 거에요. 얼마 전에 <극장전> VIP 시사를 갔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세월의 힘이 참 크다고 할까. 영화는 석 달 정도 굉장히 몰입해서 찍잖아요. 예민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세월이 지나면 너무나 좋았던 기억들로...(웃음) 전 지금도 홍상수 감독님이나 박철수 감독님이 다시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갈거 같아요.”

지나온 시간들의 서로 다른 낙차가 존재의 내부에 크고 작은 심연을 만든다고 할때, 그것을 견디는 일이 어느 시인들에겐 시쓰기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되기도 한다. 이는 배우들에게도 유효한 진실이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내밀한 흔적들을 조금쯤 기자에게 꺼내보였을지 모르겠다. 가령 홍상수 감독과 꽤 오랜 시간 연락하지 않게 됐던 그 ‘예민함’에 대하여, 아니면 그녀가 자신이 말한 좋은 선택을 흘려보낸후 오랜시간 주저해야 했던 그 고민의 너울 등등. 하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길을 잃었던 시간들, 그녀안의 심연이 어떻게 입벌리고 있었는지 굳이 묻고싶지 않기도 했다. 단지 어렴풋이 느끼고 싶었을뿐.

<강원도의 힘>은 그녀에게 도드라진 판각을 남겼고, 그녀가 겪어야 했던 내면의 시간들은 늘 무언가 뛰어넘고 싶은 아슬아슬한 임계점이었을게다. 그런 그녀는 어떻게 <녹색의자>와 만나게 됐을까. “<강원도의 힘>으로 제가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었어요. 박감독님이 너무나 감사한게, 그때 심사위원이셨는데 저를 밀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어떤 의식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섹시했대요. (웃음) 그렇게 좋게 봐주셨다가 한 4년만인가 저한테 당신이 몸소 전화가 왔어요. 그냥 인사나 드릴겸 내려갔는데 많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라라는 식의. (웃음) 사실 박감독님은 무척 훌륭하신 분이거든요. 음, 외부에서 아시는 것보다 더 훌륭하세요. 정말 예술가같으시구. 그래서...어떤 믿음이 생기게 됐죠.”

(물론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단언컨대 <녹색의자>에서의 ‘오윤홍’은 상당한 매력으로 밀려든다. 32살 이혼녀 ‘문희’, 19살 법적 미성년 ‘현’에게, 문희의 친구 ‘진’이 보이는 행동들은 한없이 자유롭고, 아름답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나, 자신의 욕망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공예가 ‘진’은 오윤홍의 지적인 느낌들과 맞물리며, 주인공 못지 않은 그녀만의 매혹적인 느낌들을 유발하는 것.

“캐릭터가 여주인공보다 더 멋지다”고 했더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저한테 그런 예술가적인 면모가 있었나 봐요”라고 대수롭지 않은듯 더 이상의 상찬을 막음한다. 대신에 그녀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흥미로운 단상을 전했다. “사실 우리 여자들은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하잖아요. 여배우들은 노출같은 부분에 참 민감해요. 예민해지구요. 감독 이거 사기치는거 아냐라는 생각도 하게 되죠. 아까 <녹색의자>를 기자 시사에서 다시 보니까요. 저는 사실 완성된 영화는 처음 본 건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심지호씨는 아마 감독님이 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인 거 같아요. 아...나이든 감독님이 성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구나 그런게 느껴지는 거에요.”

★ '녹색의자'는 어떤 판각을 남겨놓았나?

오윤홍 역시 이 영화에서 아주아주 ‘순간적인’ 노출을 감행한다. ‘감행’인지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여 “조금 부담되진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애교섞인 불만(?)을 토로한다. “아니, 그게요, 자른다고 하셨거든요!! (웃음) 근데 혼을 빼놓으시구...후우~ 그래도 뭐 풀샷이고 한순간 지나가는 거니까. 사실 서정씨랑 저는 서로 보호본능같은게 있었는데...심지호씨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맨날 사우나 데리고 다니면서 당신 젊었을적 사랑 얘기, 영화 얘기같은 걸 해주셨대요. 그때 심지호씨는 스무살이 채 안됐을 때였는데, 정말 예쁘기도 했구 많이 배웠다구 하더라구요. (웃음)”

<녹색의자>가 그녀에게 가져다 준 의미는 어떠했을까. 먼저,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묻자 그녀는 정말 진심어린 표정으로 대답해준다. “음...베드씬들이 조금 더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그런데 중간 부분부터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파티장면 있죠? 정말 좋구요. 남자캐릭터가 무척 좋았어요”라고.

이어 부연하길 “전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진 않아요. 제가 사실 굉장히 감성적이어요. 감성적인 면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으면 너무 좋고 순식간에 빠져들어요. 파티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아~노감독님이 사랑에 대한 이런 열망이 있었구나 기억이 있었구나 싶은게...어찌보면 무척 로맨틱한 감성이잖아요. 그래서 좋더라구요. 사실 처음하고 중반은...약간 그럴 때도 있었어요. (웃음)”

그러다 ‘직접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시선이 연기만 하는 배우들과는 뭔가 다를 것 같다’고 기자가 말하자, 그녀는 차분히 생각을 펼쳐가다가 뜻밖의 지점에서 <녹색의자>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글쎄요...전 배우도 배우지만 영화인이 되고 싶어요. 글도 쓰고, 단편도 만들고, 배우도 하고...그리고 정말 좋은 영화는요, 보면 계속 남잖아요. 돈이 많이 되는 영화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남진 않는 거 같아요. 책을 읽고 나서 그 여운이 2~3일 가듯이, 보고 났을때 여운이 길게 가는 영화. 그런 영화를 했을때 굉장히 보람이 있는 거 같아요. 사실 <강원도의 힘> 이후 좋은 작품들을 만나기 힘들었어요. 좋은 감독님두요. 그래서 사실 저는 영화를 안 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박감독님하고 작업을 하고 나니까 제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해소가 되는 거에요. 그래서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하고 올라오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어요. 근데요, 핸드폰을 켜고 감독님한테 딱 감사하다는 전화를 하고 났는데 경찰들한테 걸렸잖아요. (웃음)”.

생각해보라! 그녀는 미칠듯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데,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들이 그녀 차를 막아서는 순간의 절묘한 아이러니를.

하지만 박철수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서, 그녀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감독님들마다 스타일들이 참 다른 거 같아요. 박감독님 같은 경우는 모니터도 안 보세요. 그래서 배우가 계산하기 힘들게 되고, 놓치는 부분이 많죠. 모니터를 보면서 연기가 진행되면, 나름대로 계산을 할 수 있을 텐데, 이게 어떻게 보이는건지 모르는 상태. 그냥 맨땅에 몸을 던지는 식이니까 힘들었던 부분은 있었죠.”

옛날 감독이라 지금의 방식을 싫어하시는게 아닐까라는 다소 뻔한 호응을 했더니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싫어하신다기보다 감독님은 거의 도인이세요. 그래서 드라마투르기를 싫어하는 분이에요. 요즘 감독님들은 모니터보시죠, 현장편집하면서 다 일일이 체크하시죠...근데 촬영감독님하고 감독님은 너무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하셨기 때문에 모니터를 보실 필요가 없는 거에요.”

★ 여성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해!

단지 ‘여성스럽다’고 묘사하기엔 부족한, 그녀의 기품있고 단아한 모습은 인터뷰 내내 묘한 감정들을 생성했다. 때론 그녀의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차분해졌다가 때론 남들 눈에 안 띄는 은밀한 구석을 찾아 둘 만의 피크닉을 벌인 것처럼 말랑말랑한 쾌락에 젖기도 했다. 그 반짝거리는 미소들 속에서, 기자가 얄팍하게 상상했던 우울의 이미저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막연히 그녀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이면 이미지인채로 좋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궁금한 속내를 드러냈다. “음...『모녀지정』이란 책을 읽진 못했지만, 전 오윤홍씨 보면 고등학교때 굉장한 문학소녀였을것 같은 느낌이에요.”그러자 그녀가 끄덕끄덕 고개를 숙인다.

“그 내성적인 기질들이 연기를 하는데 벽처럼 작용하진 않았나요? 왠지 모르게 배우들의 활기넘치는 끼와는 다른...” 말끝을 흐리는데도, 그녀는 낯설지 않은 질문인듯 “그래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강원도의 힘>도 홍상수 감독이니까 했고, 감독님도 그랬을거 같아요. <강원도의 힘> 끝나고 2~3년은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요. 화려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게 외모도 그렇지만 마인드적으로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에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산에 가고,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젠 좀 일을 많이 해야지. 텔레비전도 해야지...’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밸런스를 맞추려고 그래요. 일이 많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러면, 산에 한번 좀 갔다 오고...이제 더 이상 고민은 안해요. 왜냐면 배우는 굉장히 좋은 직업이에요.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살아서 정말 해볼 만한 일인거 같아요. 계속해서 하려면 어느 정도 인지도...대중들이 저를 원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나이가 드니까요. (웃음)”.

활동하면서 성격이 밝아진 측면도 있냐고 했더니,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아니, 아니! 활동보다도 나이를 먹어서요. (웃음) 나에 대한 무게감이 줄어들었어요.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연기하기에요”.

또, 힘주어 부연한다.“매체를 넘나들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거, 지키고 싶은 건 지키고 싶어요. TV 탤런트건, 저예산 영화배우건 그게 저한테 별로 중요하진 않은 거 같아요. 일을 계속 하는 게 저한텐 중요하고, 그 일을 통해서 배우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요. 일생동안요!”

★ 그녀에게 일상이 찾아오는 법

그녀가 그동안의 살아온 얘기에서도 고백했듯, 오윤홍은 <유정>과 <결혼의 소리>, 두 편의 단편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그녀를 자꾸자꾸 알고 싶은 생각에, 장황한 질문 하나를 말미에 슬그머니 끼워버렸다. “영화도 만드시니까, 일상을 바라볼때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게 캐치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오윤홍씨에게 일상은, 아니 세상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어떻게 바라보세요?” 라고.

그녀가 변함없이 웃으며 대답한다. “저는 일단, 다행인지도 모르겠는데 거짓말이나 가식같은거는 기본적으로 천성에 없는 거 같아요. 그게 저한테 굉장히 좋은 점인거 같아요. 어떤 단상, 어떤 인상...지금 기자님이 저를 보고 웃으면서 얘기할 때 그 눈빛같은게 제 뇌리에 계속 남아요. 그리고 그런 걸 갖고 상상을 하죠. 어느 순간 이야기로 엮어져요. 그런 과정들이 재미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만드려면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웃음) 가만히 보면, 일상에서 저한테 계속 크게 와닿는게 있는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상처받은 여자에 대한 얘기를 썼어요.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 대한 얘기인데, TV에서 아이디어를 조금 착안하기도 한거죠. 어느날 어떤 배우 언니를 만났는데, 그 언니의 슬픔이 저한테 확연하게 오는 거에요. 당장 이걸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오는 거 같아요...(웃음)”

그녀가 찍은 단편들이 너무 보고싶다고 하자, 그녀가 주저없이 얘기한다. “제가 테이프를 보내드릴게요. 근데 <결혼의 소리>가 조금 더 철이 들어서 찍은 거라서 그걸 보내드릴게요. 무비스트에 올려주세요~(웃음)”

그러니 오늘쯤, 그녀에게 전화를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녀의 작품들에게,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가가고 싶다.

(사실은 이런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정말 한번 뵙고 싶었어요!”라는 ‘진심’을 피력한 뒤, 그녀가 “그래요?”라고 기뻐하면, 민망한듯 머리를 슥슥 긁은 뒤, 이내 명랑한 웃음을 담아 날씨 얘기, 사는 얘기, 사랑 얘기, 영화 얘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두 여자의 고소한 입담이 사르르 뭉쳐날 수 있는 인터뷰를 말이다. 허나...“정말 한번 뵙고 싶었어요!”까진 좋았는데, 아~~~왜 좀더 그녀에게 많은 질문들을 건네지 못했을까. 그녀에 대한 느낌이 부족해...부족해...)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권영탕

9 )
huhugirl
녹색의자에서 서정을 이해하고 그녀역시 개성강한 역을 맡아 궁금하던탓에...기사를 통해 더 많은걸 알수있게 되었네요! 영화보다 사진이 훨씬 이뻐요~★스크린에선 넘 마르셔서 안스러웠는데..실제로는 적당히 날씬하고 이뿌신듯^^   
2005-06-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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