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처음, 정우성은 탐미적이지만 신비한 고성을 거닐듯 어딘가 망설이게 되는 느낌으로 다가서는 배우였다. 그 정점은 <비트>였고, 꽤 오랜시간 <비트>의 ‘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정우성의 매력을 평가하게 되는 잣대같은 캐릭터였다.
<똥개>의 주목할 만한 연기 변신 이후, 그가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연인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내 머리속의 지우개>로 돌아왔다. 멜로를 쭉 하고 싶었다던 인터뷰 중 답변처럼, 정우성은 북받치는 감정을 애절하게 절제시킨 눈물 연기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챈다.
조용한 말투 속에 진지하게 이어가는 그의 답변을 경청하다가도, 그 침잠할 듯한 공기의 움직임이 기자의 스킬 부족은 아닐까 불안한 물음표를 찍어야 했던, 정우성과의 흥미롭지만 긴장됐던 인터뷰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이 인터뷰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시사회 전에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늘 인터뷰 많이 하셨잖아요. 피곤하시죠?
아니요. 근데 감기에 걸려서요.
아, 환절기 같은 때 감기에 잘 걸리는 편이세요?
음, 비염이 있어서요. 열병은 일 년에 한번씩 꼭 앓는 것 같구요.
(왠지 열병이 지닌 정신적인 의미가 떠올라) 열병이요?
네. 고열병이요. 이상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일 년에 한 번씩 꼭 앓아요.
<내 머리속의 지우개> 홍보일 외에,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다음 영화 준비하고 있어요.
전작 <똥개> 이후 어떤 영화로 찾아올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조용하게) 진짜요?
그렇진 않아요. 멜로영화는 늘 하고 싶었고, 시나리오를 늘 찾고 있었어요. 근데 제 성향에 맞는 영화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이 영화가 딱 걸린 거죠.
성향에 맞는 멜로 영화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음, 저두 인터뷰하다가 알게 됐는데, <비트>나 <태양은 없다> 끝내고 청춘멜로를 굉장히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획이 잘 안 되구, 결국 하지 못한채 30대가 됐죠. 아쉬워요. 음, 그런 멜로를 찾고 있었어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시나리오를 읽고, 첫 번째로 든 생각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감동받았어요. 색다르고 뭉클하고...특히 마지막 엔딩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참 좋은 멜로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재한 감독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축하한다고.
음, 축하한다구요?
네. 이재한 감독은 그전에 한국에서 오랫동안 영화를 준비했었거든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싸이더스랑 계약해서 이런 좋은 영화 하게 돼서 축하한다고 전화한 거죠. 원래 친분이 있으니까요.
아, 그러셨구나. 그럼 시나리오뿐 아니라 이재한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에도 이 영화를 선택하셨겠네요.
음, 물론 영화인으로서 서로 만났고, 서로 영화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지만 작업을 안 해 본 이상 어떤 믿음을 가질 수는 없는 거구요. 단지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작은 믿음으로 시작한 거죠.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로 시작하는 거죠.
이재한 감독의 단편이나 <컷 런스 딥>은 보셨구요?
<컷 런스 딥>은 봤죠. 시나리오도 읽었구요. 한국에서 8년 동안 준비했던 시나리오도 다 봤구요. 저랑 같이 영화하려구 계속 프로포즈했던 분이라서. 그분이 쿨한게 뭐냐면 “안 해도 좋다. 시나리오를 읽고 의견을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열려있는 생각을 가졌어요.
이번 영화는 정우성씨가 직접 구성한 설정이 영화 곳곳에 담겨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사소한 것들은 잘 기억이 안 나구요. 연기하다가 즉흥적으로 애드립을 구사한 부분들도 있고, ‘철수’와 ‘수진’이 문짝이 날아간 트럭을 타고 가는 설정이 있는데...그게 제가 봤을땐 가장 크게 드러난 아이디어 같아요.
음, 그뿐 아니라 ‘철수’와 ‘수진’의 신혼집에 직접 만든 의자도 있고, 장면장면 작은 소품까지 세심하게 챙겼다고 들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처음 시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전작들에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나요?
원래 그런 방식을 좋아해요. 보통 현장에서 ‘이렇게 찍어야 돼’ 그러진 않구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협의를 하죠. 어차피 시나리오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니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화를 좀더 발전시킬 수 있는 논의를 하는 거죠. 그래서 합의가 되면 채택되고, 아니면 마는 거구요. (웃음)
(살짝 웃으며) 어떤 모습을 떠올리고, 그런 모습으로 가야지라기 보단 영화 자체가 저한테 끊임없이 뭔가 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는 영화의 힘이죠.
포스터나 예고편을 봤을때, 정말 가슴 뭉클하게 눈물흘리시던데 <내 머리속의 지우개> 찍으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어요?
힘들었다기보다 제일 N.G를 많이 냈던 건 카드 장면이었어요. 관객들한테 그 트릭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N.G를 엄청 냈죠. 음, 사랑에 대한 감정 표현이랄까 그런 부분들은 멜로 영화를 하고 싶었던 만큼, ‘철수’의 감정과 제가 느끼는 그 상황에 대한 슬픔, 그런 것들이 금방금방 동일화돼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카드는 이제 잘 하세요? (웃음)
(귀엽게 웃으며) 편한 사람들한텐 잘하는데 모르는 사람들한텐 손이 바들바들 떨려요. 속여야 된다는게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극중 ‘철수’는 처음에는 외곩수적인 캐릭터이다가 ‘수진’과 사랑하면서 차츰 깊숙이 눌러놨던 다정한 면모를 드러내잖아요. 또 정우성씨가 출연한 모 CF를 보면, 너무 완벽하다 싶은 따뜻한 남편으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결혼하고 난뒤 정우성씨는 어떤 남편이 되실 것 같으세요?
(살짝 웃으며) 글쎄요. 사랑도 상대성이 있는 것이어서 만약 그걸 표현했을때 그쪽에서 잘 받아들여주고 같이 그런 표현을 해 주면, 함께 할 자신은 있어요. 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누구든지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보통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스타를 두고 괜히 남자들은 “뭐가 잘 생겼냐?”, “넌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같이 타박을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웃음) 근데 제 주위를 봐도, 정우성씨는 “남자가 봐도 참 잘생겼어”라고 인정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남녀 모두에게 반감없이 어필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잠시 생각하며) 흠, <비트>의 ‘민’으로 인해서 우리가 느꼈던 감수성이 표현됐고, 같이 느꼈기 때문에 좋아해주는게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 주변에 남자 팬들이 얘기할 때도 <비트> 얘기를 많이 꺼내는 걸 봤을때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는‘모습’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수성’을 전달하는 사람이거든요.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을 전달하느냐, 그런 감수성이 전달됐을때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 거죠. 모습이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영화 감독의 꿈을 가지신만큼 영화를 배우의 입장과 연출자의 입장 두 가지 면에서 꼼꼼하게 분석하시면서 보실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입장을 다 충족시키는 멜로 영화를 강추해 주신다면요?
<천장지구>,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이요. <동사서독>이 멜로영화냐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멜로 영화거든요. 그것도 굉장히 성숙한 멜로 영화요. 20대 감성보다 성숙한 멜로 영화죠.
예고편을 봤을때, 솔직히 슬픈 느낌이 밀려들면서도, 무척 닭살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웃음) 정우성씨나 손예진씨나 정말 맡은 캐릭터에 몰두해서 진지하게 찍으셨을 것 같지만, 그래두 이것만은 괴로웠다(?)고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요?
음, 민망한 씬이요? 손예진씨가 샤워끝내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샤워 깨끗이 했어? 가슴도 씼었어? 발가락도 씼었어? 겨드랑이는?...” 이렇게 질문하는데, 그 부분이 참...민망했죠. (웃음)
아니요.
이번에 같이 작업하고 나서, 손예진씨는 어떤 배우라는 생각이 드셨는지?
나이를 놓고 봤을때, 굉장히 성숙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여자구, 슬픔을 참 예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클래식>에서 그 친구를 무척 인상깊게 봐서 감독님이나 제작사에 ‘수진’ 역으로 어떠냐는 얘기를 했었어요. 잘 맞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러셨구나. 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데요. 손예진씨는 참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예쁜 여배우잖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여리고, 여성스러운 성격인지 살짝 궁금하거든요. (웃음)
아니요. 털털하고 소탈해요. 인간적인 면을 즐기는 친구같구요. 오히려 팬들이 갖고 있는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그 친구가 밖에서 움직일때 편안함을 잃을까봐 걱정이 돼요. 경력이 얼마 안 된 친구기 때문에, 그런 성격적인 면을 포기할까봐요.
손예진씨의 여러 인터뷰를 보니까 이번에 정우성씨한테 많은 걸 배웠다고 해야 하나. 칭찬하는 느낌을 풍기는 기사들이 보였거든요. 연기에 대해서, 뭔가 얘기도 해 주시고 그러셨나요?
음, 조언같은 건 안 해줬어요. 그렇게 느껴줬다니 다행이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절 대해줬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친구와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멜로를 찍다보면, 분명히 영화 안에선 ‘철수’와 ‘수진’이지만 그 연기를 할땐 정우성과 손예진이란 말이에요. 멜로를 촬영할 때 아무래도 민감한게 스킨십이죠. 스킨십이라 하면, 굳이 키스신이나 베드신이 아니라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친숙함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제가 과감하게 손 포즈같은 걸 취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당황스러웠을텐데도 어린 친구가 잘 이겨내고 받아주고...그래서 ‘철수’와 ‘수진’의 사랑이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한국영화 남자 배우를 꼽을 때, 정우성씨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씨와 같은 배우들과 그 성격은 다르지만 분명 빼놓을 수 없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살짝 웃으며) 정말 그런가요?
정우성씨가 생각하시기에, 한국 영화의 틀 안에서 자신이 어떤 색깔을 뿜어내는 배우라고 생각하세요?
음, 그걸 늘 찾아가고 있거든요. ‘난 이럴거야’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이미지를 좋아해서 그 배우를 팬들이 사랑해 줬단 말이죠. 어떤 건지 처음엔 몰라요. 근데 왜 좋아하는지 언론에서 대두가 돼요. 그리고 언론에서 집요하게 캐물어요. ‘왜 바꾸지 않냐고 캐릭터를’, 그럼 그 캐릭터를 바꾸게끔 노력해요. 그 배우는 팬들이 사랑했던 모습에서 또다른 모습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실망을 줘요. 그러다 점차 자기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죠.
<똥개>는 ‘나도 이런 일상으로 들어와서 장난도 칠 수 있어’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거든요, 그리고 <똥개>의 ‘철민’은 제가 지향하는 캐릭터와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은 캐릭터에요. 저는 절대 그 캐릭터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벌써 활동하신지 10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처음 영화나 연기에 대해 가졌던 생각과 지금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떠세요?
그렇지 않아요. 처음에 어떤 선입견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막연히 좋았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영화에 대해 새로운 걸 느껴요. 전 계속 배우고 있고, 모든 게 너무나 새로워요.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촬영 현장에 보면 모니터가 있거든요.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 모니터에 비치는 영상과 액션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돌아가고 나서 펼쳐지는 영상이 달라져요. 똑같이 비추는 화면인데, 액션 소리와 함께, 영화가 되는 거에요. 정말 신기해요.
음, 한계를 느끼려고 하지 않아요. 전 연기를 배우지 않고, 뻔뻔스럽게 연기를 하는 애거든요. 지금까지도 모든 걸 배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뭔가 배우고, 또 배울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더 커요. 한계라...굳이 한계라 한다면,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에 대한 인정은 있어요. 배우 정우성이 할 수 없는, 배우 정우성이 했기 때문에 남들은 할 수 없는 역할같은 거요.
흠,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배우 정우성이기 때문에 <박하사탕>, <오아시스>의 경구형은 못 되는 거에요. 하지만 배우 설경구이기 때문에 <비트>의 정우성, <무사>의 정우성은 될 수 없는 거에요. 그런 인정이요. 서로 존중할 수밖에 없고 서로를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거죠.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건가요?
엔딩 장면이 제일 좋아요. 엔딩 전씬으로 편의점씬이 있는데, 그 씬도 굉장히 따뜻한 것 같아요. 그리고...(귀엽게 웃으며) 제가 낸 아이디어로 찍은 문짝 떨어져나간 자동차 씬이요.
아무래도 영화 감독을 염두에 두시는만큼, 배우가 아닌 스태프로서의 영화적 관심도 적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많이 배우고, 혹은 참가도 하죠. 물론 표현은 안 해요. 감독에 대한 존중 때문에 이렇게 찍어도 되지 않을까 혼자 나름대로 콘티를 그려보기도 하고 그래요.
감독으로서,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있으신가요?
있어요.
아, 그렇구나. 어떤 장르인가요?
청춘 멜로요.
와아, 진짜 청춘 멜로를 좋아하시나 봐요. (웃음)
영화가 개봉되기 전후 나오는 리뷰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편인가요? 연기에 대한 지적이랄지 특히 그런 부분 같은 걸루요.
그렇진 않아요. 어떤 부분을 싫어하고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명확하게는 몰라요. 하지만 ‘아, 여기까지의 우성이는 좋아하고,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구나.’대략 이런 느낌은 갖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모습만 찾아서 연기를 할 순 없는 거구요. 배우기 때문에 전체적 성향을 크게 깨지 않는 한, 때론 싫은 모습이나 바라지 않는 모습도 하게 되죠.
뜬금없는 질문이라서 죄송한데요. 원래 성격이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차분하신가요?
감기 걸려서 더 조용하죠. (웃음)
색깔없이 걷는 배우요. 영화배우 정우성으로 남고 싶은데, 영화배우 정우성으로 남기 위해선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정우성은 그거야’라는 뭔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배우는 명장면, 명대사 하나로 남게 되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람들의 얼굴은 20대 이후부터 변한다고 하잖아요. 그 내면의 느낌이 얼굴에 반영되면서 제2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거죠. 전 그 생각에 정말 동의하는 편인데, 정우성씨의 얼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의 느낌이 더 좋구요.
제가 어떻게 변했나요?
음, 예전에는 뭐랄까 단단한 벽을 두르고, 사람들의 접근을 그저 막아낼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먼저, 삶의 이런 저런 편린들을 위트있게 털어놓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여유로워 보인다는 얘기죠? 음, 당연히 내면이 얼굴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구요. 어릴적 어두웠던 모습도 잃기 싫고, 지금 나타난 밝은 모습도 간직하고 싶고, 여러 가지 모습들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남자는 소주맛도 알아야 되고, 와인맛도 알아야 되죠. 다양한 면이 묻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소주를 더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해요. 소주는 가끔 ‘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술이에요.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여성 관객들은 정우성씨 때문에라도 많이 보고싶어 할 것 같지만, 남성 관객들은 조금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왜냐면...
(기자의 마음을 읽은 듯 웃으며) 아, 그래서 걱정이에요. ‘으윽, 웬 갑자기 닭살’ 이러면서...걱정이에요.
(웃음) 그래서 말인데요. 남성 관객들한테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이렇게 보면 재밌다라고 소개해 주신다면요?
본인이 사랑할땐 더 닭살스러울 거에요. (웃음)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은...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아요.
드라마 출연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요?
요새 ‘한류’다 뭐다 해서 주변에서 드라마도 해보라고 하는데, 전 어떤 시류를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영화는 보여주기 위한 준비 기간이 있으니까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음, 요즘 그런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었어요. 지금은 아직 보여줄 영화도 있고, 계획된 영화도 있고, 그걸 더 열심히 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시류 때문에 제가 받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개봉을 앞두고 혹시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어떤 영화든지 늘 아쉬움은 남아요. 하지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위로를 받아야죠. 발전된 모습을 발견 못한다면 큰일이지만요. (웃음)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