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는 마음이 여자잖아요. 원래부터 덕환씨의 성향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성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봐요.
좀 힘들었죠. 여성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어려웠고. 나도 모르게 중간 중간에 저도 모르게 제 성격이 나올 때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준비하는 기간, 알아가는 시간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동구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더니 이해를 하게 됐어요. 마음은 여자인 동구의 성향들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힘들긴 했지만 불편하거나 그런지 않았어요.
혹시나 덕환씨의 원래부터 성격적으로 동구같은 부분이 있어나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실제 성격은 어땠죠?
실제 성격은 약간 내성적이어요. 처음 보는 분들한테는 말을 잘 못 끄네요.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숫기가 없어서 시작을 하게 된 거였어요, 그래도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말을 잘 못 붙이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친해지면 한도 끝도 없이 친해지는 스타일이기도하고.
영화 속 동구는 분명 현 사회에서는 많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성적 소수자죠. 이 영화를 하면서 그들에 대한 의식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피상적이었던 생각들이 정리될 수도 있고요.
그 전부터 트랜스젠더, 성전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한 적도 없고 좋게 생각한 적도 없었어요. 그냥 나와는 상관없는 인생이고 사람들이라고 무디게 생각했죠. 그런데 이 영화 준비하면서 실제 그분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나누다 보니깐 전과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물론 100% 그들을 이해한다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제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그걸 영화에 반영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그 사람들의 삶에 터치를 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그들은 충분히 힘든데다 나름대로의 삶이 있으니까요. 혹시나 그런 것 때문에 제 연기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동구를 연기하는 게 못된 일은 아니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그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건 정말 자기를 찾는 일이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거죠. 전에는 깊게 생각 한 적도 없고 관심도 별로 없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됐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저 개인적으론 여자 옷을 입고 아빠를 냅다 던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성장하면서 실제로 아버지를 그렇게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감독님들하고 걱정을 했던 게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웃지 않을까. 물론, 영화를 보신 대부분의 관객들은 당황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날라 가는 모습이 좀 판타지적으로 보이잖아요. 나중에 들어보니 굉장히 통쾌했다는 반응이어요. 가족 속에서 아버지한테 억압 받았던 부분이 한 번에 터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저도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굉장히 맘에 들어 해요.
일부러 살도 찌운 것도 대단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덕환씨가 날로 진짜 씨름선수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승전 전에 카메라에 잡힌 덕환씨의 걸음걸이가 천상 씨름선수 다 되어 있던데요.
씨름하시는 분들이 씨름하라고 할 정도로, 저도 몰랐는데 힘이 좋더라고요. 촬영하면서 나도 모르게 진짜 씨름하고 있어가지고 당황했죠(하하). 주장으로 나온 언이 형은 저한테 제발 좀 살살하라고 힘들어 죽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멋진 근육질의 배우라도 몸을 드러내는 연기는 힘든데, 뚱뚱한 몸을 드러내고 연기하기가 참 힘들지 않았나요? 덕환씨처럼 내성적인 사람한테는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겠어요?
처음 영화 들어가기 전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내가 과연 웃통 벗고 팬티만 입고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실은 다리에 털이 굉장히 많은데요. 영화상에서는 이게 없어야 하니까 다 뽑고, 정말 아파 죽을 뻔 했어요. 그게 고문이더라고요. 털 뽑고 나니깐 굉장히 허전하고 이상한 것 있죠. 나중에는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부끄러운 것도 점차 사라졌죠. 주위 분들도 그런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영화에도 잘 표현이 되고.
성적 소수자의 얘기는 아직 한국에서 대중성의 결여된 소재라고 많이들 생각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 안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걱정 많이 했죠. 그런데 누군가와 그거 가지고 의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걸 모르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이런 소재를 가지고 한다는 게 한국에선 아직까지 어렵지만 그만큼 이득도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흥행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하겠어요. 그건 누구도 장담 못하는 부분이지만. 그렇지만 완성도만큼은 자신 있어요. 무거운 소재이지만 우리 영화에서 가볍게 풀어나갔거든요. 그런 것들이 잘 나왔어요. 걱정 안 해요. 오히려 관객들이 저희 영화를 통해서 좀 다르게 많은 걸 느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저런 사람이 있나?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나? 하다가도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이 저런 아픔을 가지고 이렇게 풀어나갔구나, 저렇게도 살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덕환씨를 인터뷰하기 전에 <천하장사 마돈나>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보고 왔어요. 어떤 기사 제목이 ‘파격캐릭터 영화에 등장’ 이런 식으로 나와 있던데... 성적 소수자가 나오면 그걸 파격캐릭터라고 말하는 언론의 태도가 별로 마음에 안 들더군요.
사실, 제가 맡은 동구라는 역할이 파격적인 캐릭터이긴 보다는 소수자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봤을법한 그런 아이의 모습이거든요. 영화 보면 저랬던 애가 우리 주위에 있었던 걸 다를 기억하실 거여요. 그런 기사를 냈던 분들은 아직 영화를 못 봐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 영화 예고편만 보면 뭐랄까? 보기 힘든 영화라고 할까 아니면 다가가기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와서 직접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달라진, 다른 생각을 가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연기자라면 누구든 ‘동구’ 역을 탐낼 것 같아요. 이런 역할은 쉽게 오지도 않을뿐더러 쉽게 나오는 캐릭터도 아니니까요?
이거는 내가 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그냥 왔어요.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안 하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감독님들 뵙기 전에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정말 뿌리칠 수 없는 역할이었죠. 어떤 그림으로 그려지던지 간에 그건 감독님들의 몫이니까, 어쨌든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탐날 정도였으니까.
얘기 들어보니 시나리오상의 동구는 매우 키도 크고 뚱뚱한 소년으로 그려졌는데, 덕환씨는 실은 왜소한 체격에 키도 작은 편이었잖아요. 어떻게 캐스팅 된 거죠?
연기만 잘해서 되는 캐릭터는 분명 아니죠. 감독님들이 동구는 춤과 노래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건 어렸을 때부터 했던 부분이라 자신이 있었고. 문제는 살이었죠. 감독님들도 다 좋은데 체격이 문제라고 했어요. 실은 <웰컴 투 동막골> 영화를 우연히 보러가셨다가 제가 동구하면 어떨까하고 다들 같은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무조건 탐이 나서 감독님들에게, 저 밖에 할 사람이 없습니다. 두 달만 기다려주시라고 말했죠. 그 두 달 동안 23kg 찌우고 촬영하면서 28kg까지 살을 불렸죠. 무조건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살찌우는 문제는 그렇게 해결 봤죠. 말씀하신 대로 아마 어떤 배우라도 ‘동구’ 캐릭터는 놓치고 싶지 않은 배역일거라 봐요. 그렇지만 저이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는 면도 없지 않아요. 그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데다가 톱스타처럼 이미지 변화에서 오는 부담감도 덜한 편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트랜스젠더 동구 캐릭터가 강하게 대중의 뇌리에 각인될 수도 있잖아요?
누가 저에게 어떤 배우가 앞으로 되고 싶냐? 고 질문을 한다면 저는, 고정된 이미지의 배우는 되기 싫다고 말해요. 배우 류덕환이라는 말이 더 듣고 싶은 거죠. 엄밀히 따져 동막골과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역할은 너무나 다른 캐릭터거든요. 그 전에 했던 <내 나이키>도 다른 성격의 캐릭터였고. 저는 항상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어 해요. 동막골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동구로 변한 저를 보고 너무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여요. 다음 작품이 뭐가 됐던지 간에 현재에 충실하고 다음 작품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할 뿐이죠.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객분들이나 기자분들이 판단 해주시겠지만 제 입장에선 제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은 게 분명 있고요. 그리고 저를 봤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저를 믿어주시고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연기 시작한지 14년째입니다. 6살 때 연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온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숫기가 없어가지고 어머니께서 웅변을 시킬까 연극을 시킬까 고민을 하시는 찰나에 우연찮게 하게 됐죠. 워낙에 어릴 때라 마치 학교 숙제하는 것처럼 했어요. 그래도 또래 아역배우들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저는 누구보다 열등감이 컸기 때문에 그 의욕으로 어린 시절에는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영화<묻지마 패밀리- 내 나이키>에 출연하게 됐는데 가족들하고 스크린으로 제 모습을 봤죠. 맨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에 제 이름이 올라가는데 말로 표현 못할 기분을 느꼈어요. 정말 이 일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그때 든 거죠. 이 일을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고. 아버지는 이 일을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 길을 선택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반대 안 하시지만 좋다는 말씀도 안 해주셔요.
드라마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 쪽에서는 참 좋은 감독들을 만나 작업을 하셨어요. 감독 복이 참 좋네요? 어떤 감독과 작업 했을 때 가장 좋았어요? 너무 유치한 질문인가요.(하하)
감독님들 나름대로의 성격이 있으시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누가 꼭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영화 쪽으로 발을 들여놓게 해주신 분은 장진 감독님하고 박광현 감독님이시고요. 은인 같은 분들이시죠. 그래도 제게는 첫 영화였던 박철수 감독님의 <성철스님>은 특별해요. 사실 어떤 문제 때문에 성철스님이 개봉을 못했어요. 그렇지만 촬영하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어린 배우인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그렇게 노장이신 분과 제가 일을 같이 하게 된 것도 영광이었어요.
<천하장사 마돈나>의 감독은 두 분이셨어요.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했던 이해영, 이해준이 영화감독까지 겸임한 작품이잖아요. 감독이 두 사람인 경우는 참 드물어요. 한국에서는 특히요. 두 감독님 연출 스타일이 각각 달랐을 것 같은데 배우 입장에서는 그게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겠어요?
감독님이 두 분이다 보니 배우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아 많이 있었죠.(하하) 시나리오는 두 분이 같이 쓰셨으니까 스토리적인 기본적인 맥락은 맞으세요. 그런데 아주 미묘한 차이를 보이실 때가 있어요. 해영 감독님은 동구는 여기서 이렇게 표현했을 거다 하면 해준 감독님은 저렇게 표현 했을 거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죠. 두 감독님이 각자 자신의 것이 좋다고 말씀하시면 전, 네 저는 그럼 1.5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중립적으로 맞춰서 연기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죠. 꼭 표현 해보고 싶은 게 배우라면 누구나 다 있거든요. 어쨌든 1번 테이크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해보이고 2번째 테이크는 해준 감독님이나 해영 감독님이 원하는 테이크로 해봐요. 적어도 테이크가 3번가니까 힘들기는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제가 원하는 것을 감독님들이 많이 반영 해주셨더라고요.
몸은 씨름선수, 마음은 마돈나인 동구로 살면서 덕환씨에게도 변한 점들이 생겨났을 것 같네요. 영화하기 전과 하고 난 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변화 있죠. 섬세한 면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촬영장에 가면 일일콘티가 있는데 그걸 제가 항상 지웠거든요. 다른 분들은 보통 볼펜으로 이렇게 쓱쓱 지우는데 저는 꼭 매직펜 달라고 해서 요렇게 요렇게 선으로 정확하게 그어가면서 지웠어요.(하하)
동구는 단순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우리 주변에서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인물이잖아요. 사람들이 동구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해요?
여자 분들은 귀엽다, 좋다라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남자가 보기에는 힘든 역할이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를 보시고 조금이라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재수 없다라는 선입견보다 이런 아픔을 가지고 이렇게 인생을 살아온 아이가 있구나, 라면서 봐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저도 남자여서 그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게요. 남학교에는 그런 친구가 꼭 한 명 있어요. 초등학교 친구가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게 됐는데 그 친구가 그런 성향이었어요.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워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 놀리고 괴롭히기도 했는데 그건 그 친구가 일반적인 친구들과 성향이 달라서였을 거라고 봐요. 우린 남자답게 보이고 멋있는 옷들을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예쁜 옷, 밝은 옷을 더 선호했으니까. 보통의 남자애들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그 또래가 한창 그럴 때라고 봐요. 저도 남자이니까 남성관객들한테 말하고 싶은 건 딱 한 가지이어요. 이런 분들은 당당하게 남자답게 살아가는 것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지만 자신한테는 당당한 삶을 살고 있다고요. 남들이 주는 아픔을 느끼려고 하지 않고 버리려고 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모습을 봤어요.
다 컸네요.(하하) 영화 속 대사가 실감나기고 하고 여자인 저도 잘 안 쓰는 단어를 쓰던데, 오히려 그게 동구의 마음을 더 잘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선생님 저 멘스해요” 이런 대사요. 멘스라는 단어는 정말 안 쓰거든요.
그래서 남자 분들이 (동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싶어요. 멘스라는 단어의 뜻을 저도 영화 찍기 전까지 몰랐거든요. 너 똥꼬에 탑폰 끼고 다니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전 탑폰이 혼자 거시기할 때 쓰는 도구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들이 제 생각을 듣더니 미쳤냐고 할 정도로 생경한 대사와 단어가 있었죠.(부끄부끄) 남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맥락은 잘 흘러가서 기대가 돼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여자들은 그런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면 남자들은 씨름하는 강인한 부분에서 공감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동구가 갖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해줄 거라 믿어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관객은 동구를 여자로 인정한다면 전 동구로 분한 덕환씨가 천생 배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섹시해 보이까지 하던데요.
(호호) 장만옥 닮았다는 그 대사를 하기 힘들었어요. 이 대사와 동구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고민되더라고요. 갑자기 친구하고 대화하다가 그 대사를 칠 때 목소리까지 변하잖아요. 누가 봐도 장만옥 안 닮았는데. 그렇지만 그 씬에서 동구의 성격이 정확하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또 그만큼 당당하게 살려고 하는 동구의 성격이요. 못생긴 모습인 걸 알면서도 장만옥 닮았다는 동구의 당당함이 희화화돼서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분명 마음에 와 닿는 대사일 거여요.
마지막 콘서트 장면 신났어요. 근대 의문이..... 동구 수술한 거죠? 천하장사 됐으니까 그 상금으로.
일단은 한 거죠. 실은 시나리오만 보고 전 그 부분을 다른 성인 배우가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가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살 빼고 해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해서 살찐 상태로 찍었죠. 주변에서 동구가 살 빼서 나왔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말도 실은 해요. 근대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동구는 수술하기 전에도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예쁜 여자가 나타난다면 아마 영화의 느낌도 주제도 달라졌을 거여요. 동구가 자기는 못생긴 여자가 될 거라고 말하잖아요. 동구는 그저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뿐이어요. 말 그대로 꿈을 이룬 동구의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싶은 게 우리의 목적이죠.
취재_ 2006년 9월 4일 월요일 | 최경희 기자
사진_ 2006년 9월 4일 월요일 | 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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