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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장진 스타일
2005년 8월 23일 화요일 | 최동규, 이희승, 최경희 기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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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장진’감독은 장르에 관한 자신의 능력치를 실험 혹은 과시하고 있다. 재주 많은 이 젊은 감독에게 ‘영화’라는 매체는 항상 열린 가능성을 제시했고 그는 그 너른 마당에서 유유하게 자신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와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업성의 거센 물결에 자신의 재주를 그가 쉽게 내다팔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진 감독은 관객과 평단의 욕구를 100%는 아니더라도, 두루두루 만족시켜 줄 수 있도록 직접 영화 제작사를 차려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실험/가공해서 관객과 평단에게 합의점을 제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흔히, ‘장진식 스타일’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작가주의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장진 감독의 작품세계는 몇 가지의 큰 특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부조리한 대사 속에서 나오는 웃음, 엇박자의 리듬이 살아있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도 용해될 수 없는 특이함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장진 감독의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일 것이다.

일군의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런 ‘장진식 스타일’에 대해 우리는 최근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XX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장진 감독 특유의 리듬감이 살아있네”, “장진다운 작품이네”하면서 떠들어대도 그 ‘장진다움’이 뭔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풍토 속에서는 한 감독의 역량에 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즐김에 있어 최소한의 이해의 도움말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장진 스타일’에 대해 최소한의 정의를 내려 보고, 그의 스타일을 한방에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이 이 글의 목표이자 기획의도일 것이다.

우리가 우둔하여 그 키워드를 설사 찾지 못하더라도, 이 글이 읽는 이에게 ‘장진 스타일’에 접근하는 ‘안내서’만이라도 된다면 우리의 소박한 목표는 달성된 거나 짐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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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장진 감독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장진스럽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장진스러움이 무엇인지 딱히 꼬집어서 말을 해주거나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본 기자도 장진스러움에 대해 강력히 피력하고 강요하는 편이지만 막상 그 것에 대해 해설을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다. 그래서 큰마음 먹고 ‘박수 칠 때 떠나라’를 통해서 장진 감독이 가진 매력과 장진의 유머 그리고 그의 의식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 장진스러움이란?

장진 감독을 말할 때는 몇 가지 코드를 말하게 된다. 그의 유머와 배우 그리고 독특한 연출 방식이다. 이제부터 이렇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장진스러움에 대해 본기자의 개인적인 소견을 읊어보도록 하겠다. 단 분명히 밝힐 것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장진스러움의 종합 편으로 장진의 독특한 매력들이 조금씩 다양하게 섞여 있어 이번처럼 분류를 했을 때 그 비율적인 측면이 전작들에 비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장진 감독의 영화에는 수많은 웃음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유발되는 웃음이 아니라 상황과 대사에서 나오는 하이 코미디의 유머다. 예를 들자면 <기막힌 사내들>의 손주현이 취조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결코 범인이 아니다. 그것은 관객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손주현은 항상 범행이 일어나는 장소에 나타나고 정말 재수 없게도 용의자로 잡혀버린다. 이런 상황적 유머가 장진의 특유의 유머코드 중 하나다.

이런 것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참 형사 신구는 고민하는 젊은 검사 차승원을 격려하기위해 방에 찾아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이야기는 꼬이지 시작하고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로 변하고 만다. 이때 차승원은 어정쩡하게 대답을 하게 된다. 이때 관객들은 그 이야기나 배우들의 표정 때문이 아닌 그 설정 때문에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것이 장진식 유머의 한 단면이다.

다른 모습은 톡톡 튀다 못해 터져버리는 대사의 향연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식 코믹영화의 대사 톤이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장진의 대사는 연극에서 보여주는 희곡적 대사를 그대로 이용해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생활 속 대사를 통한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아는 여자>에서 정재영과 이나영의 대사를 보면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투는 일반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끼던 ‘어쩜 저리 멋진 대사들만 할까?’가 아닌 바로 옆에서 있는 일반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말하는 모습 그대로다.

이번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는 이 대사를 이용한 웃음과 유머가 두드러진다. 극중에서 ‘꾸러기’(정재영)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러한 부분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차승원과 정재영이 치고받는 대사는 배꼽이 빠질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가장 장진스러움이 잘 묻어나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차승원과 신하균의 심문과정으로 일 형식과 삼 형식 이야기는 장진의 유머가 어떤 모습을 가졌는가를 한눈 에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장진 감독의 유머는 기존의 틀과 관습을 벗어나는 엉뚱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진 감독은 그리 많은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이 연극을 하던 친한 배우들로 서로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그들은 장진 사단이란 이름으로 이미 공연과 영화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치를 자리 잡고 있다. 장진스러움은 이 배우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덕을 본 배우들은 은근히 많다. 정재영, 신하균, 임하룡 이외에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장진의 그늘 밑에서 컸고 아직도 크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많다. 정재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진을 빼어놓고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장진 영화의 출연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는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배우로 크게 성장을 했다. 또 신하균도 그의 자식이라 할 수 있다. <킬러들의 수다>를 통해 보여준 신하균의 매력은 장진 감독이 아니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조연들이 장진의 영화 속에서 서서히 밝은 빛을 내기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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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장진 감독이 자신의 식구들만 살리는 것은 아니다. 유오성, 박진희, 차승원, 신현준 등 외부의 능력 있는 배우들을 영입해 자신의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또한 그의 능력이다. 이렇듯 장진의 배우들의 장진스러움이란 어떠한 기준을 두지 않고 장진 감독 스스로가 만족하는 연기력과 매력이라면 수용하고 버무리는 그것이 장진스러움이다.

‘장진스런 연출’이란 희곡을 영화로 만들어도 전혀 원작의 느낌을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회 특정 계층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아주 일상적으로 편하게 다가오게 풀어놓는 다는 것이다. 행여 <박수칠 때 떠나라>나 <킬러들의 수다>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도 결국에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장진만의 연출력 그것이 장진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만들고 관객들의 가슴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무의식 속의 대사들을 꺼내 놓는 그만의 연출력은 무단한 노력과 고민 속에서 나오는 장진 감독 영화만의 무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장진스러움에 대해 짧은 소견을 피력했지만 이것이 진리이자 결론일 순 없다. 특히나 장진의 영화는 많은 매력과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에 보는 관객 스스로가 내리는 장진스러움이 결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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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이 시나리오든 연출이든 혹은 제작에 참여하든 간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는 영화마다 꼭 등장하는 두 배우가 있다. ‘정재영’ ‘신하균’, 일명 장진사단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정재영과 신하균은 장진 표 영화들의 주연에서부터 조연 그리고 카메오 출연까지 다양한 역할과 방식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사적인 친밀감과 우정으로 이루어진 출연으로 곧잘 오해도 받기도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쉽게 정의 내려버리는 ‘장진다움’은 이 두 배우의 평범한 얼굴이 비범한 마스크로 ‘변신’할 때 확연하게 눈에 띈다. 단순히 감독의 페르소나로 영화 안에서 소비되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를 비틀면서 감독이 미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을 전개하고 새로운 의미를 매기는 정재영과 신하균의 연기는, 평단이나 관객이 장진 감독에게 좋은 평가를 주는 데에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분명하다.

정재영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전형적인 마초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선 굵은 마스크는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영화 안에서 이용되는데 장진감독은 정재영을 전혀 다른 식으로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켜 의외의 효과를 끌어낸다.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형성’은 살짝만 비틀어도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의 ‘꾸러기’처럼 예기치 못한 웃음과 우스꽝스러움을 선사한다.

나쁘게 말하면 정재영이 가지고 있는 마초적인 인상은 견고하게 쌓인 한국 영화의 남성 캐릭터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생긴 배우는 이런 역할에 딱이다’는 식의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쉽다. 그러나 장진 감독은 정재영에게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를 제안한다. 정재영이 한물 간 야수선수 ‘동치성’으로 분해 옆집 오빠 같은 푸근함과 감수성 넘치는 멜로 연기도 가능함을 증명한, <아는 여자>는 장진식의 인물 비틀기가 제대로 적중한 케이스다.

최소한 정재영이 나오는 장진 영화에서 ‘장진식 스타일’은 관객이 배우 정재영에게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말 그대로 가지고 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내러티브상의 어떤 변칙을 가하지 않더라도 정재영이 엄숙한 상황에서 구어체 말투로 대사만 치더라도 상황은 어처구니 방향으로 흘러가고 코미디를 표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은 튀어 나온다. 한 마디로 장진 감독은 “손 안대고 코 푼다”는 속담처럼 정재영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이용,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한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신하균’은 소박한 미소와 순진한 눈매를 자랑하는 북한 경비병을 연기해 부드러운 남자의 대표주자가 됐다. 그런 그에게 장진 감독은 순진하기 때문에 부조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무모함을 부여했고 역으로는 이런 신하균의 ‘광기’가 관객에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있는 코드임을 발견했다. 신하균은 장진 영화에서 한 번도 정상적인 캐릭터로 나온 적이 없을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결국 이 말은, ‘장진식 스타일’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배우로는 신하균만한 연기자가 없음을 거듭 강조하는 말로 귀결된다. 특정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명예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멍에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하균이 장진 영화에서 보이는 연기의 폭은 고정되기를 거부하고 언제나 변화무쌍한 스펙트럼을 앞세운다.

신하균의 예의 그 순진한 미소는 천성적인 선(善)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의 구분을 못할 만큼 절대 선 혹은, 절대 악에 가깝기 때문에 입가에 흐르는 미소로 설명될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누나 정유정을 살해하려는 패륜아로 등장한 신하균은 순진한 눈매와 진실을 갈구하는 광기로 인해, 강력한 용의자 선상에서 극이 진행될수록 교묘하게 멀어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장진 감독이 ‘신하균’을 범인으로 확실하게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스스로 신하균이 범인일 것이라는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애써 부정하기 때문이다. 즉, 영화 속의 인물에게 관객이 느끼는 ‘동일화 현상’이 장진영화에서는 암묵적으로 거부되거나, 의도적으로-감독의 의지로 인해-회피되고 있다.

결국, <박수칠 때 떠나라>는 영화 안에서 드러나는 신하균의 이미지와 관객이 신하균에게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예를 들자면 ‘순진남’, ‘부드러운 남자’등)가 충돌을 일으켜,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가 해석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장진 감독은 신하균의 이미지를 자신의 영화에 대부분 고스란히 이용한다. 단지, 관객이 으레 기대하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결론으로 영화를 매듭지음으로써 배우 신하균의 이미지를 비틀었다는 ‘착각’만을 심어줄 뿐이다. 이게 바로, 배우 신하균을 이용한 장진식 스타일이다.

‘장진식 스타일’은 감독으로서의 어떤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장진 감독이 어떤 방법을 동원했느냐의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필요한 곳에서 배우의 카리스마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될 곳에서 배우가 가진 고유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우려내는 장진식의 캐릭터 안배 법은, '장진 스타일‘을 이해함에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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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사내들(1998)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작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자살하려 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남자와 살인사건 현장에만 우연히 나타나 검거되는 남자, 취조 중 나오는 단어는 모조리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베테랑 형사, 딸에게 버림 받은 늙은 도둑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류의 남자들이 나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영화다. 특히나 뮤지컬 적인 부분을 곁들이고 킬러든 간첩이든 옆집 남자처럼 친근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들은 잡혀온 경찰서에서도 애들처럼 그림자놀이를 하며 시시덕거린다.

명대사- 추락(신하균): 제가 왜 늘 자살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바로 이런 것 들 때문이죠. 진실이 상실 당했기 때문에...믿음이 없어지고 의심과 타협만이 남아서 더 이상 살고 싶은 맘이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웃음코드: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서울시의 교통난을 해결하라고 자살을 시도하는 신하균이 경찰에 잡혀온 뒤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 위의 대사를 독백한다. 과장되고 오버스런 대사들이 난무하지만 극 중 캐릭터들 만큼은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들 (청년실업을 비관하는 백수, 일에 치여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형사, 실연 당한 도넛 가게 아가씨등등)이 조연급으로 등장한 만큼 허를 찌르는 대사들이 많은데 특히 저 대사는 누구나 느끼지만 쉽사리 내뱉지 못하는 말들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명장면- 추락(신하균): 담배 하나 태울게요. (담배를 꺼내어 문다) 여자가 하나 있거든요. 그여자 언제나 그 반지를 끼워준 남자를 기다려요. 그래요, 기다람은 이골이 나도 좋은 거예요. 다만 기다릴 것 이 없어 졌을 때 그때가 문제죠.
덕배(최종원): 추락을 본다.
추락(신하균): 잘은 모르겠는데,.따님도...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건 어쩌면 아저씨가 그렇게 기다리려고 했던 거랑 같을지 몰라요
덕배(최종원) (눈이 빛나면서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담배 꺼 임마...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이...

웃음코드: 감동을 도가니탕으로 끓여도 시원찮을 대사들이 눈물 짠하게 흘러가다가 현실을 깨닫게 해주며 정신을 퍼뜩 들게 해주는 반전은 장진 감독의 주특기다. 이후 여러 영화에서도 이런 식의 유머는 강약을 달리해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다.

킬러들의 수다 (2001)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그 사람을 죽여주는 외롭고 잔인한 직업인 킬러. 각자의 능력으로 뭉친 실력파 킬러 4명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매주 고해하는 자, 사랑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 막내킬러, 누구보다 잔인하지만 정작 임신한 표적에게 연민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약간은 프로답지 못한 킬러들이 가장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명장면- 하연의 나레이션: 우리는 향상 아침뉴스만 본다.
이유는 바로 오영란 이란 여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참 이쁘다.
우리가 그토록 매일 뉴스를 봐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TV속의 오영란: 12월 26일 모닝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쇼.
오영란 인사를 하자... 킬러들 같이 고개를 숙인다.

웃음코드: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킬러인데도 앵커에게 반해 그녀가 들려주는 세상사는 뒷등으로 흘리며 그녀의 얼굴만 바라본다. 극중 무모한 계획을 강행하는 상연(신현준)을 말리다가도 자신들이 오영란이 사람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했음을 알고는, 고작해야 "말도 해봤어?" "실제로 보니 예뻤겠네.."식의 예상치 못한 말들을 내뱉어 관객들을 웃긴다.

아는 여자(2004)

의사의 오진으로 3개월의 시한부 삶은 산다고 믿는 동치성.(장재영)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자에게서도 버림받고 실의에 빠져 살다가 눈에 띄지도 않던 여자(이나영)가 삶에 들어오자 당황한다. 어차피 남은 인생 나름대로 화끈하게 살아보려는 치성의 의지는 생활고를 비관한 좀도둑을 만나고 그를 위해 본의 아니게 도둑으로 몰리는 등 자신의 직업인 야구를 소재삼아 어설프지만 새로운 사랑을 가꿔나간다.

명대사- 예전 애인: 누구야?
치성: 어?
예전 애인: 만나는 사람이야....?
치성: 아니, 그냥..아는 여자야
(잠시 후)
이연 아는 여자 많아요?
치성 네?
이연 주변에... 그냥 아는 여자.... 많아요? 몇 명이나 되요?
치성 (생각해보더니)한명도 없어요.... 거기가 처음이네요...
이연 다행이네...참 다행이다... (고개 돌려 치성을 본다) 나.. 막...기분이 좋아지네요...

웃음코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냥 ‘아는 여자’라고 소개한다면 그 서운함이야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것과 맞먹는 실망감이 온몸을 훑고 가야 정상인데 ‘아는 여자’가 주위에 한 명도 없고 유일하다는 말에 기분이 좋다는 이연의 대사는 어쩌면 잊고 있었던 사랑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더불어 그 절망감을 살짝 비틀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탁월함은 가장 순수하게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연애초기의 감정을 잡아내는 장진 감독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낸다.

명장면-반장 : 동치성 씨. (치성 멈춘다) 오늘 잘 던지세요. 당신은 외야수 보단 투수가 어울려요...
안경 낀 형사: 반장님은 저 친구를 아세요...?
반장 씨익 웃는다.
인서트 화면....
신문 1면. 과거 동치성을 헹가래 치는 상대편 관중들...그 밑에 중년의 한 남자.반장이다.

웃음코드: 아는 여자에서 가장 그다운 기발함이 나온 장면은 그가 다 잡은 승리를 놓쳐 2군으로 전락한 사건 현장에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교묘히 배치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가장 심각해야 할 취조반장이 그를 놔주며 개인적으로 던지는 그 내면의 에피소드는 관객을 충분히 웃음으로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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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eun
아는여자..정말 좋았엇습니다 ^^   
2005-08-29 13:56
kcino07
장진 감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잘 몰랐던 사실들을 너무나도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아요..기자님들 최고!!   
2005-08-26 12:51
djakshon
시원하게 잘 찝어내신 듯~^-^   
2005-08-26 08:10
dugimap
장진에게 매료된 영화라면 역시 [아는여자]아니었을까 싶다   
2005-08-25 09:00
sakura86
찬찬히 읽으면서 잊고있었던 웃음코드를 다 발견했네요   
2005-08-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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