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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시키는 대로 힘주지 않고 <걸프렌즈> 강혜정
걸프렌즈 |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임신 5개월이라고 들었는데, 살이 별로 안 찌셨네요. 배만 나왔는걸요?
아니에요. 안 보이는 곳에 살들이 많이 쪘어요. 배뿐 아니라, 등도 나오고 장난 아니에요. 이러다가 ‘골룸’ 되겠어요.(웃음)

<걸프렌즈>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아, 그게 느껴지시나요?

네. 인터뷰 뿐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쇼프로 출연도 잦으시고.
쇼프로 홍보는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하고 있어요. 저뿐 아니라, (한)채영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혼자 하면, 부담되고 외로워서 하기 싫었을 텐데, 같이 하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쇼프로 나가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떨리긴 하지만요.

완성된 <걸프렌즈>는 언제 처음 보셨나요?
기술 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기술시사가 관찰하면서 보는 시기이다 보니, 조금 무섭더라고요. 다들 웃지도 않고.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VIP 시사회랑 일반 시사회를 통해 다시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옆자리 시사회’라고, 관객 분들이랑 같이 보는 자리가 있었는데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 주셔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의 느낌과 스크린으로 확인한 모습에서 느낌에 차이가 있었나요?
아니요. 차이는 크게 못 느꼈고요, 예상한 그 느낌 그대로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니까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나온 것 같아요. 배우 분들도 모두 너무 잘 해 주셔서 영화가 잘 살아난 것 같고요. 그리고 사실 이게 작가주의적인 영화는 아니잖아요. 상업성에 비중을 둔 영화다 보니까 보는 사람들의 호흡이 되게 중요한데, 시사회 때 살펴보니 다들 좋은 호흡으로 봐 주셔서 한편으로는 홍보할 기분도 나고 그래요.
영화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대사 맛이요.

기억에 나는 대사가 있나요?
캐릭터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대사들이 많아요. 진(한채영) 같은 경우에는 “나는 진호도 사랑하고, 다른 남자도 사랑하고, 사랑이 넘치는 박애주의자인데, 왜 안 돼, 그게. 와이 낫?” 이래요. 그런 대사를 보면 ‘저 캐릭터는 저런 사람이구나’ 하는 답이 확 나오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대사로 잡아 주는 게 참 많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약점 중에 하나가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손뼉을 치며) 저도 그 대사 보고 “뜨악” 했었어요.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말이에요. 상대방의 부모님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모르는 걸 부모님은 알고 있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세월이 흘러야 이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느낄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마저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들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평생 상대에게 궁금해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꾸준히 가져가기 위해서?
네. 그리고 “이 정도면 많이 알고 있지”, “내가 세상에서 너를 가장 많이 알지” 라고 하는 순간, 상대를 조심스럽게 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싸우게 되잖아요. “내가 널 알아서 하는 얘긴데~”하면, “알기는 뭘 알아!” 이러면서 충돌하게 되는 거죠. (웃음)

<걸프렌즈>가 결혼 전 마지막 촬영을 한 영화이자 결혼 후 첫 개봉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맞아요. 또, 저 혼자 고군분투 한 게 아니라 뱃속의 아이랑 같이 한 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외롭지 않게 촬영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다행이, 영화 자체가 워낙 유쾌하고 흥겨운 영화라 제 상태에도 여러 가지로 좋았죠.

<걸프렌즈>는 배우들이 내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영화더군요. 클럽씬, 파티장 난투극 씬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대화도 요가를 하거나 (불상 앞에서) 절을 하면서 나누죠. 임신 중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피겨도 배웠는데, 그 때 힘들긴 했었어요. 나이 다 차서 뭔가를 새로 배운다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대여섯 살 정도 하는 어린 친구들이랑 같이 배웠는데, 그 중에 여덟 살짜리 굉장히 잘 타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선생님이 없으면 저한테, “(새침한 목소리로) 어디까지 배우셨어요?” 이러면서 가르쳐 주는 거예요. 고맙긴 한데,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도 하고.(웃음) 또, 얼음이 낯설잖아요. 땅에서 운동하는 것도 힘든데, 얼음위에서 오죽했겠어요. 결국 연습하다가 심하게 넘어졌지 뭐예요. 스케이트 날을 보호하는 게 있는데, 그게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요. 그걸 끼고 빙판으로 들어가면 미끄러지는 거죠. 깜빡하고, 낀 상태로 들어갔다가 앞으로 넘어져서 얼굴을 다쳤어요.(웃음) 촬영 전이어서 다행이긴 했는데, 눈이 팅팅 붙고 장난이 아니었죠. 그 다음부터는 무서워서 배우는데 애를 좀 먹었어요.
영화 속 강혜정씨가 대사치는 걸 보면, 애드립은 아닌데, 그렇다고 대본 그대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대사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죠.
대사 앞뒤에 ‘에이씨’, 이러면서 추임새를 많이 넣었어요. 사실, 저는 대사를 바꾸거나 추임새 넣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를 깊이 곱씹어서 하는 것 보다, 즉흥성을 더 주고 싶었어요. 무겁고, 심오한 대사를 나누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통통 튀는 느낌을 더 살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나 싶네요.

뉘앙스는 최대한 살리려고 하신 거네요. 주제 면에서는 <싱글즈>가 생각났지만, 여자들의 팀플레이가 핵심이라는 점과 제목 측면에서는 김선아씨 주연의 <걸스카우트>도 생각나더군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싱글즈>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걸스카우트>는 지금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것도 상당부분 비슷하네요. 저희 영화와 <걸스카우트>의 가장 큰 특색은 인물들이 친해진다는 거예요. 중간의 다투기도 하고, 우여곡절도 겪지만 결국엔 더 끈끈해 지는 거죠. 그런데, 여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저희 영화를 <애배우들>이랑 많이 비교 아닌 비교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엄밀히 말해 두 영화는 차이가 있죠. <여배우들>이 리얼한 느낌이 크다면, 저희는 비현실적인 면이 크고. 또, 저희 영화는 우정을 다룬 영화다보니, 촬영 내내 친한 호흡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어요. 덕분에 실제로도 친해져서 영화 끝나고도 이렇게 홍보를 함께 하고 있고요.

송이는 스물아홉이죠. <싱글즈>의 나난, <내 남자의 로맨스>의 현주, <S다이어리>의 지니, 최근 <애자>의 애자 등 많은 영화들이 스물아홉의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강혜정씨가 생각하는 여자 나이 스물아홉은 어떤가요?글쎄요. 열아홉보다는 고요하고, 서른아홉보다는 불안정한 나이가 아닌가 싶기는 한데, 사실 저 개인적으로 스물아홉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어요.

왜 그렇죠?
저는 나이 먹는 게 좋거든요.

어떤 면에서.
연기를 하는 면에서도 그렇고, 한 여자로서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10대 때는 성별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에 반해 20대 때는 방황, 좌절, 불안, 두려움, 그리고 공격성 등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것들이 부딪히다보니까 사건들이 많았죠. 해프닝이 잦았던 폭풍 같은 날들. 그런 것들을 다 거치고 맞은 30대는 본인의 성별 뿐 아니라 기운과 매력을 찾아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에 대해, 인지가 되는 나이. 진짜 여자다울 수도 있고, 진짜 지적일 수도 있고, 진짜 귀여울 수도 있는 나이가 30대가 아닌가 싶어요.
보통 서른을 눈앞에 둔 여배우들은 나이에 대한 불안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시네요.
20대는 피부가 탱탱한 것 빼면 내 세울 게 뭐가 있을까 싶어요.

외모가 중요시되는 여배우들에겐, 민감한 문제니까. 젊고 예쁜 역을 맡을 기회가 좁아 질 수 있잖아요.
그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이나,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역을 맡는 배우들이 있고, 반대로 나이가 많은데도 어린 역을 연기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닌 거죠. 나이에 대한 개념은 배우의 조건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고요.

그러고 보니, 혜정씨도 이번 작품에서야 본인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맡았지, 예전 작품에서는 그런 적이 별로 없네요.
네. <쓰리, 몬스터>에서는 성형중독에 걸린 30대 주부였고, 스물넷에 찍은 <연애의 목적>에서는 스물여덟쯤 된 여인이었고,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은 아예 나이가 정체불명이었죠. <친절한 금자씨>의 카메오 역할은 심지어 열여섯 정도밖에 안됐고요.

제작년에 나온 <허브>의 상은도 스무살이었네요.(웃음) 개인적으로 강혜정이라는 배우를 더 눈여겨보게 된 게, <연애의 목적>에서였어요. <연애의 목적>에서 진정한 연애의 고수는 대놓고 집적거리는 ‘유림’(박해일)이 아니라 줄다리기에 능수능란한 ‘홍’(강혜정)이라고 생각했죠. 남자에게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느낌. 이런 미묘한 감정의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사람마다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유림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감정을 속에 담아두는 홍 같은 사람도 있고. 저는 솔직히 어느 쪽에 속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홍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상당히 많이 고립되고, 외롭다고 느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과연 저 친구의 저런 연애방식, 혹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과연 맞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홍 스스로도 나중에 깨닫잖아요. 그래서 한 번도 남에게 손 내밀어보지 않았던 여자가 유림을 찾아가서 손을 먼저 내밀죠. 그걸 보면서 ‘아, 저게 저 아이에겐 나름의 발전이겠구나’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뭔가 해소해 나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던 영화이기도 해요.

<연애의 목적>도 대사가 상당히 맛깔스러운 영화였는데, 그런 시나리오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말’이 ‘말’ 같은 게 좋아요. 최근에 <뉴문>을 봤는데, 제가 10년 동안 본 영화중에 가장 별로였던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이 그거에 왜 환호하는지도 잘 이해가 안 가고. 물론, 누군가가 제 영화를 보고 이런 비난을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에요. 또 그 영화 전단지에 이렇게 써 있는 거예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과의 전쟁!’ 그런데 한 번도 안 싸우는 거예요. 말싸움만 잠깐 하고. 그게 어떻게 전쟁이야.(웃음)
(웃음)거기 나오는 대사들 듣고 손발이 오그라드셨겠네요. 누구랑 보셨나요?
남편이랑 ‘에픽하이’ 미쓰라씨랑 같이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허탈하게) 허! 허허허! 허!”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극장에 있는 관객 절반 이상의 반응이 이랬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신중치 못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할리우드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더라고요.

혜정씨에게는 여러 명의 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등 같은 얼굴로 전혀 다른 느낌의 모습을 보여줬었죠.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다중인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스무살에 죽을 것이다!’ 병에 걸려서 오래 살지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프지 않고 너무 잘 살더라고요.(웃음) 질병을 앓아 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결과적으로 다중인격이 있다고 생각한 게,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자주 썼던 말이, “당신의 다중성을 사랑하라!”

‘당신의 다중성을 사랑하라’ 좋은데요?(웃음) 어릴 때, 공상을 좋아하셨나 봐요. 드라마틱한 삶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건 아닌데요, 저희 아버지가 ‘뻥’이 조금 심하셨어요. 아버지가 저희 어릴 때,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린다”, “이건 국가의 일급비밀이다”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하셨어요. 외계인, 우주인에 대한 것도 많이 들려주시고. 그 ‘뻥’에 놀아나다보니까, 공상적으로 발달이 된 것 같아요. 아버지 덕에 상상의 체계가 발달한 거죠.(웃음)

강혜정씨 초반 연기들이 그 인물에 최대한 밀착해서 연기를 하려 했다면, <걸프렌즈>는 그 인물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연기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예전에는 그 캐릭터에 많이 미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상까지도 그 캐릭터를 끌고 와서 ‘어떤 특징들이 있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험해 보며 몰입해 살았던 거죠. 제가 머리가 좋은 애가 아니기 때문에 감각으로 키워내려고 했던 부분이 많아요. 그에 반해 <걸프렌즈>는 내가 갖고 있는 특성을 오히려 캐릭터에 심어주며 연기한 케이스예요. 지금은 머리가 조금 많이 작동하는 것 같네요.

그게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있겠거니와, 예전처럼 치열한 캐릭터를 맡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예전 캐릭터들이 되게 치열한 친구들이었잖아요.
치열한 캐릭터는 일부러 멀리 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나요?
그게 제가 하겠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건,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배우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요즘 영화계가 불황인 탓에 전체 시나리오 편수가 줄어든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줄어드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가 보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 와중에 제 마음에 와 닿는 시나리오를 이렇게 만난 거고요. 최근 제가 맡는 캐릭터가 약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당장의 상황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대중들에겐 각자가 마음대로 정해놓은 틀이 있죠. 그래서 은연중에 혜정씨에게는 독특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벗어나면 반발심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기에 미안하기도 한데, 대중이 생각하는 강혜정씨와, 본인이 생각하는 강혜정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많은 부분이 있죠. 일단 가장 큰 차이는, 저는 4차원이 아닌데 대중들은 저를 되게 독특한 4차원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는 거예요. 그게 ‘개성있다’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감사하긴 해요. 그런데 저에 대해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깨주고 싶은 개구쟁이 같은 심정이 들 때도 있죠.

최근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같아요. 올해에만 <우리 집에 왜 왔니>, <킬미>, <걸프렌즈>가 개봉했고, 미국영화 <웨딩 팰리스>, 전계수 감독의 <러브 픽션>이 개봉 대기 중이죠. 왜 이렇게 쉼 없이 몰아붙이나요?
이게 과부화가 될 정도로 빨리 간 건 아니었어요. 올해 촬영한 것은 실질적으로 <걸프렌즈> 한 편이이에요. 그런데 다른 작품들이 개봉이 늦춰지면서 올해로 몰리게 된 거죠.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작년 여름에 촬영을 마친 거고, <킬미>는 2년 전쯤 완성된 영환데, 올해 관객을 만났네요.

개봉 시기 면에서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하나의 캐릭터가 관객들과 충분히 호흡하기 전에, 다른 캐릭터가 그 위를 덮고 마니까요.
많이 아쉽죠. 다들 제 시기에 나와서 충분히 평가를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집에 왜 왔니> 같은 경우도 그렇고, 정말 많이 아쉽네요.

지금 배우가 안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홀 서빙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저희 동네에 있는 유명한 분식집에서 서빙 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런데, 그 때 제가 연기를 하고 있어서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 주셨죠.
부모님이 엄격하셨나 봐요.
아버지가 엄청.

그에 대한 반대급부는 없으셨고요?
네. 거역했다가는 힘들어지니까. 아버님이 진짜 무서우셨어요. 경호원 출신이셨거든요. “사람 안 때렸다. 때리면 죽을 것 같아가지고”이러시는데, 그 말이 더 무섭잖아요.(웃음) “아이씨 맞으면 죽는구나, 나~” 하면서 말을 잘 들었죠. (웃음) 원래 아버지가 매를 안 드셨는데, 딱 한 번 손으로 맞은 적이 있어요. 할머니에게 까불다가. 아버지 입장에서는 ‘툭’ 친 건데, 저는 날라 갔죠. 날라 가서 손톱을 문에 ‘꽝’ 박아서 손톱이 다 빠졌었어요. 그 때 아버지도 저도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아무튼 그 후로 더 말을 잘 들었어요. 죽을까봐. (좌중 폭소)

엄격하셨는데도, 연예계 쪽 일은 허락해 주셨네요?
아버지가 엄격했어도, 그건 몇 가지 약속된 것에 불과했고요. 그 약속만 잘 지키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되게 자유스러우셨어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뒤에서 뭔가를 서포트 해 주는 게, 상대를 나약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저를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우셨어요. “네가 원하는 건, 네 스스로가 책임지고 취해야 한다!”며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가르치셨죠. 덕분에 저는 강하게 클 수 있었고요. 저희 아버지, 되게 멋있는 분이셨어요.

강혜정씨의 최근 작품(<허브>, <우리 집에 왜 왔니>, <킬미>, <걸프렌즈>) 들을 보면,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남자 주인공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에요. 여배우로서 그런 캐릭터들을 계속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본연의 이미지가 워낙에 도드라지잖아요. 묻혀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눈에 띄는 타입이에요. 그러다보니까 묻혀서 갈 캐릭터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그게 저에게 플러스일 때도 있지만, 마이너스 일 때도 있어요. 때로는 제가 드러나지 않고, 묻혀서 가는 게 더 맞는 상황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물 흐르듯 흐르며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강혜정 씨의 작품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떤 사람이 우연히 강혜정 씨의 작품을 보게 됐다고 가정하면, 그 작품이 뭐였으면 좋겠나요?
일단, 너무나 많은 분들이 <올드보이>를 봐 주셨잖아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요. 그래서 <올드보이>는 굳이 말 안 해도 괜찮을 것 같고.(웃음)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감성의 영화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제가 거기에서 했던 연기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독특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애정이 각별해요.
제가 예전에 박희순씨 인터뷰 할 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박희순씨도 <우리 집에 왜 왔니>를 꼽으시더라고요.
언제 인터뷰 했었는데요?

3개월 전 쯤에요.
아, 그러면 다행히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홍보하기 위해 한 인터뷰 자리는 아니었네요.(웃음)

<우리 집에 왜 왔나>에서 여자 감독님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었는데, 그 경험은 어떻던가요?
감독님이 여성성이 강한 편이 아니라 되게 중성적이셨어요. 그래서 큰 차이는 못 느낀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딱 잘라서 얘기하면, 여자감독이든, 남자감독이든 성향의 차이지, 성별의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 질문을 준비하면서 강혜정씨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인물정보에 ‘배우자 타블로’가 등장해 있더군요.
(얼굴이 미소가 번지며) 아~ 정말요? 서로간의 호칭도 변했지만, 밖에 나가서 “내 와이프예요”, “내 남편이예요” 라고 소개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여보’라는 말도 가끔 쓰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웃음)

강혜정씨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배우로 유명한데, 타블로가 언제 본인의 운명이라고 느꼈나요?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가 아닌가 싶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처음 만났는데, 그가 나의 운명이라고 느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천천히 잴 거 다 재고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연인’이라고 한 게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 다가왔죠. 아마, 결혼 하신 분들 대다수가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본인이 일찍 알아채지 못했다 뿐이지, ‘내가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을 거라고 봐요. 그러니까, 그런 마음을 짐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열려 있느냐에서 차이가 있는 거죠.

강혜정씨도 결혼을 일찍 꿈꾸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네. 저는 되게 독립적이었어요. 결혼에 대한 판타지도 별로 없었고요. 어떤 여성분들은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과의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정말 결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 얘기 같아요. 제 주변에 결혼을 안 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결혼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것저것 따지고 재는 게 많아서 그런 거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분도 계신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제가 보기에 그분들이 결혼을 서두르지 하는 건, 꿈꾸는 게 많아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저 같이 이렇게 짝궁을 만나면, 혼자 꾸던 꿈 자체가 그 사람이 돼 버리죠. 언제가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해요.

강혜정씨를 보면, 단순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본인이 존경할 수 있고, 함께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존 레논’과 ‘오노요코’ 같은 관계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아, ‘존 레논’과 ‘오노요코’는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데.(웃음) 피드백은 남편이 주로 주는 것 같고, 저는 남편에게 줄 만한 게 없네요. 남편이 훨씬 똑똑해서. 하하하. 아! 어제 남편이 이런 얘기를 하긴 했어요. 자기 취향과 가장 닮아 있는 게, 바로 저라고.(웃음) 저도 남편도 수다를 되게 좋아하는데,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혜정씨는 지금 기적을 이루고 살고 있군요.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 보면 왜 수강이 이런 말을 하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반갑다는 듯 중간에 함께 대사를 외며)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이야”라고 했죠.(웃음)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일’은 주변에 되게 흔하잖아요. 그래서 이게 중요하게 생각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 생각엔 이게 진짜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다행이다 싶어요. 저는 제가 ‘남편을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를 절실하게 느끼거든요.

태교 음악은 타블로씨가 들려주나요?
네. 우리 남편이 아이가 들으라고, 배에 대고 힙합을 블라블라 불러줘요!

그러다가 아가가 “마더! 파더! 기브미 어 원 달러!!”(무한도전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에픽하이’와 ‘정형돈’이 팀을 결성해 부른 캥스터랩 <전자깡패> 중 일부)를 부르며 태어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이 아이가 ‘전자깡패’를 듣고 있지는 않고요.(웃음) 이 아이는 오빠 앨범도 오빠 앨범인데, 더 정통 힙합을 들어요. 오빠네 회사 신인가수 중에 도끼라는 친구 음악인데, 정말 흑인 간지 나는 힙합을 하는 가수예요. 요즘 그걸 듣고 있죠. 제가 음악을 장르 안 가리고 다 좋아하긴 하지만, 힙합으로 태교를 하게 될 줄은 차마 상상을 못했네요.(웃음) 강한 아이가 나올 것 같아요.

아기가 태어나면, 두 사람의 어떤 부분들을 각각 닮았으면 좋겠나요?
저희 오빠의 모든 면을 닮았으면 좋겠고요, 저에겐 눈썹만 닮았으면 좋겠어요. 성격도 저희 오빠가 더 낫고, 많은 면에서 저희 오빠가 더 낫거든요. 눈썹만 제가 오빠보다 조금 괜찮고.

길을 가다가 절대자를 만나서 그가 소원을 하나 빌어 보라고 한다면, 뭘 빌고 싶으세요?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는 빼고요.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처럼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는 신이 되게 해 달라고 했죠, 아마? 그래서 되게 피곤한 삶을 살았잖아요. 매일 기도가 들리고. 저는, 남편이 하는 일이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하는 일이 잘 돼서, 스트레스 안 받고 건강해 졌으면 좋겠어요. 아! 우리 남편이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대답의 종착점이 남편이군요. (웃음)
세상의 모든 와이프들은 남편을 위해 살고, 남편은 자식과 아내를 위해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도 사시겠죠?
아이도 남편을 위해 사는 거예요. 아기보다, 저는 남편이 더 좋아요. (웃음)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6 )
again0224
감사   
2010-03-23 00:55
kisemo
잘봤어요   
2010-03-06 20:48
ldh6633
잘봤어요   
2010-03-02 09:52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27 20:34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00
gidso1
잘 보고 가네요   
2010-01-31 17:45
h6e2k
이영화별로던뎅ㅠㅠ   
2010-01-30 23:47
wodnr26
이뻐요   
2010-01-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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