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질주하는 말처럼, 이야기 전달하기에만 급급 (오락성 6 작품성 5)
그랑프리 |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그랑프리>는 김태희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항상 드라마에서의 성공이 영화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평가에 시달리던 김태희.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호흡을 맞춘 양윤호 감독과의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불운을 씻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영화는 이러한 기대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김태희 자체로는 털털한 이미지와 편안한 느낌을 줬지만 영화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았다.

경기 도중 사고로 말을 잃고 부상을 당한 주희(김태희)는 자신감마저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죽은 말의 유골함을 들고 제주도의 목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우석(양동근)을 만난다. 주희의 주변을 맴돌며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용기와 사랑을 전하던 우석은 주희가 기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탐라라는 명마를 남기고 떠난다. 탐라를 통해 다시 그랑프리 우승의 의지를 불태우는 주희. 탐라와 함께 연승을 하던 주희는 마침내 마지막 무대에 서게 되고, 그곳에서 우석을 다시 만난다.

<그랑프리>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게 경마를 소재로 한 영화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각설탕>이 기수와 말의 각별한 인연을 소재로 했다면 <그랑프리>는 한 기수의 재기를 배경에 깔고 멜로드라마를 앞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멜로 외에도 말에 얽힌 사연을 비중 있게 다루며 여러 인물들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한정된 시간 안에 풀어낸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가 결국은 경마 대회로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약속된 전개의 틀 안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여 <그랑프리>에는 몇 군데 무리수가 보인다. 특히 경주마 ‘무패재왕’과 ‘탐라’에 얽힌 박근형과 고두심의 에피소드는 영화의 주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설프게 구성되어 있다.

시합 중에 말을 잃고 자신감까지 잃은 기수의 재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통해 느끼는 사랑과 그를 통해 얻은 용기, 명마에 얽힌 이야기, 마지막 그랑프리 도전 등 영화는 대중들이 좋아할 코드를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경주에만 집착하거나 멜로드라마에만 집중하지 않아 균형은 잘 맞췄지만, 전개 방식은 아쉽다. 특히 편집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급급해 감정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대사와 상황만 이어 붙였을 뿐, 관객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 틈마저 편집해버렸다. 배우들의 움직임, 그들의 대사, 전개되는 사건, 밝혀지는 진실 등등 객관적인 사실을 연결하는 것에만 편집이 기능한다. 호흡이 빠른 것과는 다른 문제다. 관객에게 감정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여유마저 빼앗아 버렸다.

물론 이렇게 급한 편집은 다른 장점을 주기도 한다. 경주 장면의 경우는 카메라 앵글과 다양한 편집으로 긴박감을 준다. 주변을 포커스 아웃해서 집중감을 높이기도 하고, 화면 사이즈를 다양하게 연결해 현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묵직한 중저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운드는 말발굽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각 장면에 힘을 실어준다. 직접 말을 타고 연기를 한 김태희와 양동근은 경주뿐 아니라 제주도에서의 장면에서도 사실감을 준다. 또한 영화에서 항상 논란이 됐던 김태희의 연기 역시 상당히 자연스럽다. 기쁨이나 슬픔 등 극단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캐릭터를 힘 빼고 편하게 연기하니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랑프리>는 대중이 원하는 공식대로 조직된 영화다. 사랑과 용기, 희망과 용서 등 보편적인 긍정의 가치들을 나열하고 여기에 양동근의 개인기로 웃음을 첨가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중심이 되는 감정선을 잡아가지 못했으며, 말에 얽힌 사연을 다루면서도 흥미롭게 펼치지 못했다. 그랑프리 대회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려는 시도는 감지되지만 그 결과물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승부를 통한 감동, 사랑, 과거에 대한 용서, 새로운 희망 등 긍정적인 감정이 가득하다.
-김태희가 등장하는 장면은 모조리 CF 같다. 진심으로 화면이 예쁘다.
-경기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마지막 그랑프리 대회도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편집의 좋지 않은 예.
-제주도 사투리에 자막 좀 넣어주지. 대충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뭐..
-활주로에 말 타고 들어오심 안 됩니다.
12 )
moviepan
재미는 있엇던   
2010-09-13 15:00
bjmaximus
제주도 말은 정말 다른 나라 언어나 외계어같다는..   
2010-09-13 13:56
mooncos
활주로씬은 말이많넼ㅋ   
2010-09-13 13:10
smileuna
낙마한듯한 부상 투성이 이야기   
2010-09-13 12:22
1 | 2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