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을 신고,
병든 부인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도
교회에서는 검은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계율도 모두 잊고
소녀는 춤을 추었다.
그러나 분홍신이 이끄는 춤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가시덤불에 다리가 찢겨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춤을 추다가 결국 소녀는 자신의 다리를 자르고 춤을 멈춘다.
촬영 현장을 찾아가는 날씨는 공포영화의 촬영장을 가는 것을 아는지 실로 변화무쌍 하였다. 아침의 맑고 시원했던 봄의 날씨는 버스 출발지에 도착을 하자 오전인데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많은 취재진이 몰린 이날 촬영현장공개는 약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촬영 장소의 협소로 인원을 통제해 이 정도였으나 김혜수의 변신을 확인 하려는 취재진의 관심을 뜨거웠다. 양수리로 향한 버스는 예정된 시간을 한참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차창 밖은 흐린 날씨인가 싶더니 금세 맑은 하늘로 바뀌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로 바뀌는가 싶더니 금세 강한 바람이 풀기 시작했다.
양수리 종합 촬영소 5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촬영현장은 2평 남짓 되는 공간에서 진행되어 취재진은 2팀으로 나뉘어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 팀에 30여명이 되었으니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0여명정도로 그것도 조금의 틈도 없이 서로 딱 붙어 있어야 가능했다. 그래서 나머지 10여명은 세트위에 설치된 나무 구조물로 올라가 장애물 훈련을 하듯 유격을 하듯 몸을 아끼지 않고 위험 천만 취재를 했다. 인원 제한으로 1인 다역으로 취재와 사진을 병행을 하였기 때문에 사진이 잘나오지 못한 점을 밝혀둔다.
세트에는 김혜수가 아닌 이상한 뚱뚱한 여인네가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물에 빠져 죽은 모양처럼 몸이 불어있었고 이곳저곳 이상한 모습들을 보였다. 위층에서 살펴보던 기자는 그녀가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극중 김혜수의 후배로 분홍신을 신었다가 죽은 자의 귀신이었다. 그녀는 죽음을 당할 때 눈을 다쳐 앞이 안 보인다고 한다. 그녀에게 관한 궁금증이 풀리자 세트에 눈이 갔다. 작은 아프트의 문은 녹이 나 있었고 방도 퀴퀴한 느낌의 이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여러 공포영화에서 보여 주었던 흔한 분위기였다. 감독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김혜수의 딸 태수 역을 맡은 7살인 박연아가 등장하고 뒤를 이어 김혜수도 나타났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들이 몰려 당황스런 모습이 역력한 그녀는 뒤에서 감정을 잡고 왔는지 상당히 몰입해 있는 모습이었다. 곧바로 리허설에 들어갔고 김혜수는 연습인데도 실제 촬영을 하는 듯 진지하게 연기해 나갔다. 이날 장면은 죽은 후배의 시신을 확인하고 온 선재가 집에 돌아온 후 죽은 후배의 귀신을 보게 되고 분홍신을 들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 그 신발을 빼앗는다는 설정이었다.
김혜수는 멋지게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딸과 신발을 놓고 다투는 장면에서 선재가 딸 태수를 때리는 장면에서 김혜수는 차마 7살짜리 아이를 진짜 때릴 수는 없었는지 그저 살짝 밀기만 했다. 몇 차례 계속해서 같은 씬에 대한 리허설이 진행되면서 김혜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감싸 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했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모습으로 가득했다.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잠시 휴식을 가진 김혜수는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촬영장 밖에 박연아와 함께 나와 서로 소근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김혜수: 이번에는 진짜 때릴 꺼다. 아플 거야. 미안해 알았지?
박연아: 괜찮아요. 언니가 미안해 안 해도 되요. 아까 안에서 언니가 말한 대로 하면 되는 거죠?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내꺼 신발을 엄마가 뺏으려고. 해서 싫다고 하는 거. 감독님이 그렇게 하는 게 더 무섭다고 좋다고 했잖아요.
김혜수: 그래. 근데 막 째려보면 안 예쁘잖아. 그러니까 진짜 화가난거야 연아가. 알았지. 아파도 한번만 참어?
대략의 이야기가 이렇다는 것이고 두 여배우는 한참동안을 연기와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 촬영이 시작되면서 두 배우는 약속했듯이 진짜 때리고 진짜 화가 난 듯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한번에 OK사인이 떨어지지 못해 두 번씩이나 진행이 되었다. 촬영을 마친 김혜수와 박연아의 눈에는 모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김혜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연기에 몰입해 감정이 격해져 있었으며 박연아는 맞아서가 아니라 연기에 푹 빠져 진짜 신발을 빼앗겨서 우는 아이처럼 엄청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촬영이 끝나고 간담회를 위해 춘사관으로 이동하면서 박연아라는 신인 아역 배우에 대해 궁금해 제작사의 대표인 김광수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박연아는 영상원 단편 영화를 통해 데뷔한 7살 난 배우다. 두 편의 단편에 출연을 했으며 한편은 여성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으며 다른 한편은 칸에 초청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김광수 대표가 살짝 공개한 아이의 이력은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이번 영화에 출연할 아역 배우를 찾기 위해 2개월간 수백 명의 아역 배우들에 대한 오디션을 봤다. 감독이 아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커서 아예 영화상에서 빼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때에 김광수 대표가 박영아의 단편을 우연히 보고 감독에게 추천을 했다. 감독은 박연아의 단편을 보고 실제 만나보고는 바로 캐스팅 결정을 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이제 7살이다. 흔히들 말하는 연기 수업을 받은 연기 지망생 아이들과는 많은 부분 다르다. 연기 수업을 특별히 받은 적도 없고 그저 같은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을 뿐이다. 하지만 박연아는 <주온>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또 연기에 대한 의욕과 판단력이 엄청나다. 김혜수도 놀랄 정도의 연기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물론 김혜수는 아역부터 시작한 배우라서 그런지 기사에는 그저 착한 아이로만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연아는 스스로 시나리오 작업까지 한다고 한다. 그것도 공포영화를 준비 중이다. 어떤 작품인지 물어보니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 아이가 잔디나 풀 위를 걸어가는데 그 풀들이 걸어가는 뒤로 그 풀들이 말라가는 장면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등골이 오식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김광수 대표의 아이에 대한 신뢰는 강한 믿음을 가졌다는 것을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가진 간담회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예고편이 상영되었다. 비록 음향 시설이 부실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잠깐 동안의 영상은 기대를 하기에 충분한 비주얼 넘치는 훌륭한 느낌을 주었다. 상영이 끝나자 감독은 약간 불만 섞인 투로 ‘공포영화는 역시 소리가 좋아야 된다.’라며 ‘사실은 소리가 좋으면 진짜 무서운데 오늘은 조금 아쉽다. “ 이해를 부탁했다.
간담회에서 김광수 대표는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작년에 길을 가다가 분홍색 리본을 주었던 일이 있다. 당시 회사가 어려운 시기였는데 그 리본에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것이다.’라는 주문 같은 글귀가 적혀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지갑에 넣어 사무실로 왔다. 직원들에게 그 리본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자 의외의 반응들이 나왔다. 대부분 무섭다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그래서 다시 리본을 보며 생각을 하니 근원도 모르는 물건을 줍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에 등골이 오싹해 졌다. 그래서 그때의 그 기분을 풀어보기 위해 제작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그때의 리본을 직접 보여주었다.
김혜수는 “한 3년 전부터 개인의 이익이나 이미지를 위해 영화를 선택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이제 영화를 위해 연기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출연하게 되었다. <쓰리: 메모리즈>부터 <얼굴 없는 미녀>와 이번 영화까지 오게 되었고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분홍신>에서 멜로적인 부분을 담당할 인철역을 맡은 김성수는 “공포보다는 멜로 쪽에 치중을 많이 하는 캐릭터다. 흔한 공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점 때문에 흔쾌히 작업에 동참 했다.”고 밝히며 “감독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면 어디든 출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양대 연극 영화과 출신의 김용균 감독은 단편을 6편을 만든 실력파 감독으로 전작인 <와니와 준하>로 장편에 입봉 했었다. 이날은 장르의 특성상 감독에게 많은 질문이 이어졌는데 느낌이 다른 공포영화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는 질문에 “그렇게 느껴 질 수도 있다. 공포영화도 엄청나게 만들어 지고 이런 상황에서 어딘가에서 나왔던 이런 이미지나 장치들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왕 그것들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 최대한 살려보자고 생각했다. 특히 오늘 촬영한 부분이나 영화 전반적인 느낌은 <검은 물 밑에서>와도 비슷하다.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것도 비교 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홍신>은 다르게 나올 것이고 그것이 나의 의도이다.”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간담회를 마치고 배우들은 간단한 사진 촬영을 마친 후 바로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공포영화의 특성상 많은 것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품격의 공포를 선보일 <분홍신>을 여름더위가 기승을 부릴 7월 8일 경이면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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