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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리뷰] 그때 그사람들
어처구니없는 삽질성 희비극이 전해주는 재미! | 2005년 2월 3일 목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근 25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한국 현대사의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는 미증유의 10.26 사태를 다룬 <그때 그사람들>을 드디어 맞닥뜨렸다. 것두, 고인의 명예를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박지만씨와 중간도 아닌 앞뒤 잘라먹은 필름상태로 개봉을 허한다는 수미쌍관법적 판결을 내린 법원 덕에 아주 환장할 만한 환경에서 봤으니 이래저래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여튼, 정치적 파장을 아니 의식할 수 없는 민감한 소재로 인해 모든 촬영 일정을 철저하게 비밀을 붙이고 아니나 다를까 충무로를 술렁인 후 사회적 이슈로 확산된 당 영화, 공공연히 들려오는 귀차니즘 필의 “지루해~~에”라는 관람평과 달리 예상외로 훨 재밌었다는 게 본 필자의 소견이다.

● 삽질성 희비극이 전해주는 재미!

무려 18년 동안이나 절대적 권력을 휘두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을 저격이 촉발된 궁정동 만찬장을 기둥 삼아 코미디로 포장해 장르적으로 풀어놓는 <그때 그사람들>은 전대미문의 정치적 사안을 한껏 풍자한다. 혹은 작심하고 놀아보자는 듯 조롱한다. 물론, 이것은 조소가 아닌 역사의 실체를 드러내려는 임상수라는 감독의 집약된 태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운동의 기치 아래 못도 모르고 무작정 피빠지게 일만 해대는 국민을 긍휼히 여기사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만이 살길이라며 유신의 심장에 총부리를 겨눈 그 사건이, 사실은 부조리한 당대의 상황 속에서 본의 아니게 발생된 어처구니없는 삽질성 희비극이었다는 것이다.

자정 12시 땡! 치면 집 안에 칩거해야 하는 통행금지 시대, 애국가 울려 퍼지면 얼음 땡! 하듯 제 자리에 멈춰 먼 산 바라보며 경례 하던 시대, 본 영화 상영 전 궁금해 하는 이 없어도 알아서들 땡!전 뉴스와 유사한 구성으로 대통령 하루하루 스케줄 알려주는 대한 늬우스 관람 등 당시의 풍경을 현재에서 바라보자면 이거 넘 웃기다는 거다. 그러한 공기로 자욱했던 시대를 선도하신 분들의 암묵적 금기의 거사를 영화적으로 기술한 것이니 족히 그럴 만도 하다. 때문에 당 영화 상당히 흥미로우며 재밌다.

영화는 마초적 근성과 추악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 군상을 제대로 묘파한 캐릭터와 그네들의 존재감에 입체감을 덧입히는 살아있는 대사로 밀도 있는 긴장감을 지속시킨다. 세련된 조명과 미술은 영화의 디테일에 힘을 불어넣으며 보기 드문 공간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더불어 그 공간을 탁월하게 운용하는 방식의 묘를 선보인다. 특히, <해피엔드> <바람난 가족> <얼굴없는 미녀> 등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김우형 촬영감독의 유려한 촬영은 눈여겨 볼 만한다.

중앙정보부의 고문실들을 트래킹숏으로 잡아낸 장면과 비밀 요정에 다름 아닌 궁정동 만찬장을 벗어나 주변에 놓인 인물들을 천천히 이동하며 연민의 시선으로 물끄러미 응시하는 롱테이크 신은 가히 압권이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지리멸렬한 군상들을 다양한 공간과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포착해내는 빼어낸 솜씨는 박진감 넘치는 활기를 영화에 더한다

● 남는 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남는 게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허탈함을 넘어 버럭! 화가 치민다는 분들도 계셨더랬다. 역사의 맨 얼굴을 드러내려 했던 어쨌든 감독의 시선자체가 그 시대와 그 자장 안에 놓인 인물들을 희화화시키며 비아냥거리는 데만 집중돼 모든 에너지를 소모할 뿐더러 실화를 뼈대로 한 블랙코미디로서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진한 그 무엇을 던져주지 못했다는 게 많은 이들이 쏟아내는 불만이다.

병영국가라 해도 그리 큰 무리 없는 철권통치가 배태한 무기력한 시대의 흐름을 영화는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한다. 융통성은 없고 꼬장꼬장한 완고함으로 그득한 역사의 강박을 떨쳐버린 거까지는 좋지만 그 반대급부로서의 등가에 준하는 의표를 찌르는 상상력이나 이야기를 단단히 옭아맬 수 있는 신중하면서도 꼼꼼한 연출력의 자세가 결여됐다는 말이다.

박통이 피살되기까지의 전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이 같은 아쉬움은 더더욱 커진다. 국가 그 이상의 제왕적 존재로 군림하던 그가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후 그에 대처하는 권력층과 그 하수인들의 행동은 점입가경 그 자체고, 반복적 설정은 조응하지 않는 맥락 위에서 덜컥거리며 영화의 호흡을 늘어지게 한다.

무엇보다 10.26 사태의 주체자가 아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내던져야만 했던 주변인 ‘그때 그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주최측의 주장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다. 영화는 시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우화적으로 그렸을 뿐 권력을 쥐지 못한 그들에의 모습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게다, 종반부에 그네들의 말로를 내레이션으로 드러낸 설정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 같아 얼기설기 매듭을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작위적 측면으로 와 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사람들>은 분명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전언했듯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이 발산하는 재미와 함께 강단 있게 버무려 놓은 어두운 시대를 나름의 시선으로 추슬러 볼 수 있게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드라마임과 동시에 상업성이 역력한 대중영화고, 역사를 전용하되 스릴러, 누아르,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뒤섞으며 다양한 스타일을 은근슬쩍 과시, 꽤나 박력 넘치는 흥분을 영화는 던져준다.

박통 정권을 꼴통으로 부르대는 사람들과 유신의 수혜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냉소로 일관했기에 임상수는 여전히 선정적 소재를 좇고 두터운 자의식 없이 태도만을 내세우는 감독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끊임없이 주류의 심기를 건드렸던 <처녀들의 저녀식사> <눈물> <바람난 가족> 등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더라도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니다. 일리 있다.

‘떡’치는 3부작과 함께 그 연장선상에 있는 <그때 그사람들>까지 임상수 감독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징하나 그것으로 그쳤지 그 이상의 파장이나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허나, 그것이 그의 내공의 한계이든 과도기든 아니면 진심이든 삐딱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그의 배짱 두둑한 태도는 추켜세워 줄 만하다.

뭐 또 그 덕에 생산적인 논쟁에 불을 지폈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한석규와 젊은 배우 열 부럽지 않은 백윤식의 저력도 다시금 확인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더불어 근엄하신 울나라 법원의 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도량이 아직까지 지지리 궁상이라는 유치찬란한 사실을 만방에 알렸으니 고것 또한 당 영화의 미덕?이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기실 10.26 사태에 대한 전말이 당연 궁금하긴 하지만.....사실 본 필자, 수봉 누님의 캐릭터로 김윤아가 왜 낙점됐는지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왜곡이다”라는 멘트를 날리시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좀 오바고....... 어쨌든 궁금하다.

16 )
ejin4rang
그런대로 좋았다   
2008-10-15 14:20
callyoungsin
그닥 재미는 없는데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어느정도 괜찮게 연출한듯   
2008-05-16 11:30
bjmaximus
이거 의외로 재밌다는..   
2008-04-29 16:08
mckkw
픽션이지만 잘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 영화   
2007-12-28 22:29
qsay11tem
소재가 맘애 안 드네요   
2007-11-23 13:12
ldk209
임상수의 영화는 아주 시니컬하다..   
2007-01-14 10:09
cat703
기타 치는 여자 자우림이죠? 출연한다고 하던데..   
2005-02-14 11:56
skalet
임상수감독이 한다고 했을 때 알아봤다..   
2005-02-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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