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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1일,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던 ‘민감한’ 영화니만큼, 시사가 열린 용산 CGV는 떼거지로 동원된 보안요원들이 몇 겹의 철통같은 수색(?)을 벌였다.
동영상, 스틸 카메라 등은 영화 보기 전, 미리 제재를 당한 가운데, 당초 없다고 알려진 무대인사,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도 ‘깜짝쇼’처럼 진행됐다. 무대인사에는 MK 픽쳐스의 이은, 심재명 대표를 비롯해 임상수 감독, 주연배우 백윤식, 한석규, 김윤아 등이 영화 상영전, 단상에 올라 간단한 소감을 피력했다.
임상수 감독은 “영화와는 별 상관없이 정치적 이슈가 돼서 마뜩찮은 기분”이라며, “영화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센셔이널리즘과 제 캐리어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는 당당한 무대인사를 던졌다. 이에 한석규는 “영화 작업전, 임상수 감독에게 연기에 대해 권고를 부탁했는데, 막 해달라, 그대신 잘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그 부탁이 정확한 지적이라 좋았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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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질문들에 한치의 뜸들임도 없었던 직설적인 임상수 감독은 “영화 마지막에 보여지는 실제 다큐멘터리, 즉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 장면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영화 만든 후 반응까지 생각해 본적 없다”, “제목을 그때 그사람들로 붙인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글쎄,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인지는 생각해봐야 할듯하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결이 있다. 그중 한편으로 생각한 건 한 인간은 누구나 커다란 우주라는 거다. 그날 영문도 모른채 급작스레 사형대에 오른 사람들의 증언기이기도 하다”, "미국시장에 관심없다",“이 영화를 만들게 된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그 사건을 단순히 껍데기밖에 모른다고 생각한데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껍데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기초로 만들었고, 디테일한 부분은 순전히 나의 상상이다”등등 간단한 답변들을 이어갔다.
한편 ‘정치적 이슈가 되는 영화라 출연 결정하기 쉽진 않았을텐데, 선택하게 된 계기가 뭔가’라는 질문에 백윤식은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숙고를 많이 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고, 임상수 감독의 독특한 전작들을 봤었다. 시나리오 좋고 감독 좋으면 배우는 당연히 참여하는 거 아닌가”라는 명쾌한 답변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석규는 “조심스런 마음은 없었다. 물론 실존 인물들이나 그 유가족들에겐 그렇지만...그 사건을 바라보는 임상수 감독의 시선, 관객들에게 이렇게 이렇게 얘기해보고 싶다는 그 시선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는 답변을 전하기도.
당초 알려진 대로, 정치적 민감함 때문에 비밀리에 촬영했다기보단 한석규의 개인적인 부탁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한 <그때 그사람들>은 그 스타일상 논란의 도가니를 피해갈 순 없을 듯하다. 관객들에겐 다가올 2월 3일, 그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최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