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에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으로서의 알렉산더가 아니라 그의 정서와 주변인물들 그리고 동방원정의 뒷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세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존경하는 그런 모습이 아닌 감추어진 이면의 삶에 대해 올리버스톤 감독의 특유의 스타일인 화자 서술의 방식을 빌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알렉산더의 성장에 대한 부분은 왜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과 왜곡된 성격의 형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알렉산더에게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을 항상 이야기하며 강해지기를 요구하고 가르치는 아버니 필립 왕과 아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려는 어머니 올림피아 사이에서 정서적으로 삐뚤어진 인격의 형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너무 깊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거리를 두고 보여주고 있다. 이런 한 점은 흔히 주인공의 심적 괴로움이나 영웅담에 맞추어져 있던 기존의 전기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알렉산더>는 흔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담한 스타일로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알렉산더의 철학적 이상의 가르침이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받은 3년간의 교육의 결실이라는 점은 그러한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립왕의 암살 뒤에 올림피아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을 하지만 결국 왕위를 이어받고 모든 미개한 국가에게 문명을 전파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이루고자 13년간의 동방원정에 나서는 알렉산더의 모습은 흔히 알고 있던 정치적 야망과 정복자로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왜곡된 삶을 살아왔던 알렉산더는 성에 대해서도 양성애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어느 교과서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다루어 주겠는가? 이러한 잘 알려지지 못한 혹은 과장되고 미화된 부분들을 중립적 입장에서 전개하는 이것이 <알렉산더>의 좋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던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 <알렉산더>의 최고의 매력은 엄청난 장비와 인력, 자금이 투여된 전투 씬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두 번의 전투 씬은 극장을 가득 울리는 거대한 인도의 코끼리 부대 행군 소리처럼 관객들의 가슴과 눈을 자극시키고 기분을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또한 전투에 참가한 인물들의 관계의 묘사는 흔한 전투 씬으로 흐를 수 있는 부분들을 조율 해주고 있다. 비록 13년 동안의 전투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특징을 살린 전투 장면은 교과서나 위인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전달해 주고 있다.
모든 미개인들에게 문명을 전파 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붙이는 모습에서는 다른 야망이 넘치는 독재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 또한 영화는 잘 잡아내고 있다. 단지 그 안에서 보여주는 동방의 나라들에 대한 모습들은 실로 미개한 모습들로 표현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부하들의 다른 문명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역겹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알렉산더가 결국에는 그들은 미개하고 자신이 전하는 문명은 위대하기 때문에 해방시킨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들에서 기존의 영웅으로 인식되던 알렉산더의 이미지와는 많은 괴리감이 생겨 관람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또한 175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단 두 번의 전투 씬은 화려하고 만족감을 주긴 하지만 아쉬움도 남기며 전투장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너무 잔잔하고 무겁게 진행돼 자칫 꿈속에서 알렉산더 대왕을 만나고 오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역사에 관심이 있고 올리버 스톤이 만들어낸 웅장한 스케일에 마음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적극 권할만한 작품이다.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