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영화 속에서 던져진 문제를 러닝 타임 내내 머리에 쥐가 나도록 풀어야 하는 것에 있다. 특히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 내용을 계속 곱씹어 보면서 '아하~'라고 무릎을 칠 정도까지 이르는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보고나면 자신도 모르는 도전의식에 불타올라 몇 번이고 돌이켜보며 추리했던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반전 영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수많은 영화들이 관객들의 머리속에 작은 충격을 안겨다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장르인 스릴러 영화는 <주홍글씨>, <썸>을 비롯해 <나비효과>, <포가튼>까지 올해 하반기 유독 많이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를 결산하는 스릴러 영화가 될 <포가튼>의 개봉을 맞아 올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스릴러 영화를 더욱 확실하게 즐기기 위한 4가지 수칙을 <포가튼>을 포함한 몇몇 작품들을 예로 삼아 소개하니 참고로 삼아 재미의 배가됨을 절실히 느끼길 바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을 소홀히 하는 자는 아직 스릴러 영화의 초보라 할 수 있다.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만이 아니다. 음악, 장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소품들 심지어 숨은 그림처럼 감추어 놓은 설정까지 등장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모두 영화 속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키워드가 된다.
<포가튼>에서 주인공 텔리가 겪게 되는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것들이 여러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고를 실은 신문 스크랩, 사고를 낸 항공사, 주치의의 신분증은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소품들이 실마리를 푸는 키워드이자, 관객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영화 <메멘토>에서도 주인공의 온 몸에 새겨진 문구들은 모두 영화를 쫓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스릴러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적과의 동침> 클라이맥스장면에서 잘 정리된 부엌 찬장 속 통조림들과 음악 하나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남편이 줄리아 로버츠에 곁에 왔음을 알리며 관객들을 전율에 떨게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제 1법칙이 얼마나 중요한 수칙인지 판단 될 것이다.
제 2 법칙: 섣불리 예측하지 마라! 범인과 결말을 예측하는 순간 뒤통수 맞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뭔가 단서를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단서들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혹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가장 흔한 반전 즉 영화 초반부터 범인을 찍어놓고 계속 추리했다가 결말에서 뒤통수 맞는 사람 많이 봤다.
<포가튼>에서 자신의 사라진 기억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마리를 찾아 헤매던 텔리와 애쉬가 찾은 단서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미쳤다고 하는 순간, 그들 앞에는 전혀 새로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은 밝히고 싶지만 너무도 중요한 부분이라 여기까지만 밝히도록 하겠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형사는 애초부터 한 사람을 범인으로 찍어놓고 사건을 풀어갔기 때문에 케빈 스페이시에게 멋지게 속아 넘어가는 장면과 최고의 반전이라 인정받는 영화 <식스센스>에서 모든 것이 깨끗이 해결된 것이라 맘 놓고 있다가 충격 먹었던 전례를 잊지 말자.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다 보면 걸리는 병이 있다. 바로 ‘의심병’이 그것이다. 하도 제작진들에게 속아 넘어가다보니 무조건 의심하는 버릇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짓말도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식스센스>에서 영악한 꼬맹이 할리 조엘 오스먼드가 초반에 했던 말 "그들은 자신이 죽었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 말은 영화가 끝날 무렵 우리의 머리를 스쳐가며 왜 그냥 흘려들었는지 혀를 차게 만든 대사라는 점에서 중요한 수칙이다. 보다 직접적인 것으로는 <샤이닝>에서 지겹게 들리던 "레드럼(REDRUM)" 의미를 깨닫자마자 심장 멎는 줄 알았다는 사람 많았다. <포가튼>에서도 이런 주옥같은 명대사가 나온다. 더 나아가 대사 뿐 아니라, 영화의 촬영 방법, 조명, 장소까지도 영화의 실마리이자 단서가 된다.
제 4 수칙: 스쳐 지나간 사람의 얼굴까지 기억하고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에 집중하라!
영화 속에서 우연히 지난 친 사람,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사람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알고 보면 깊게 연관이 맺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인물들은 관객들이 추리를 하는데 혼선을 주기위한 장치로 이용된다. 유명한 조연이나 카메오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에게 시선을 맞추는 동안 화면 속 어느 구석에선가는 중요한 단서가 나타날지 모른다. 중요한 키포인트는 카메오와 엑스트라는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포가튼>에서 텔리와 애쉬 주변을 맴돌던 남자가 그러한 인물이다. 그는 바로 텔리와 애쉬의 아이들이 탔던 사고 난 비행기의 기장이었다. 이 사실은 영화의 거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아이덴티티>에서도 우연히 모텔에 모인 사람들 성별, 나이, 직업까지 가지각색에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모두 생일이 같았다는 그 우연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한 가지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감춰진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릴러 영화 감상의 영원불변의 절대적 수칙 - 스포일러 절대 금지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적 수칙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스포일러를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것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에티켓 즉 결론을 말하지도 쓰지도 말자는 것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결말을 미리 말해버리는 스릴러 장르의 얌체족이 너무 많다. 이건 너무나 큰 문제다.
선량한 관객들의 보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을 막을 권리를 뺏어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