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연인이었던 페넬로페 크루즈와 얼굴 한가득 미소를 담고 주변 곳곳에 인사를 하는 그의 적극적이면서도 친절한 모습은 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리는지 조금 이해가 될 정도로 약간의 감동까지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왜 그에게 그토록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이나 혹은 바른 생활 사나이 캐릭터가 어울리는 지도 알았다. 실제로 그의 그 해맑은 미소를 보고 나서도 그에게 악의적인 발언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그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질투나 혹은 다른 감정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언론에, 공식석상에서 포장된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완벽 그 자체다.
아름다운 청춘 이름 – ‘톰 크루즈’
1962년 뉴욕에서 출생한 ‘톰 크루즈’는 알려진 것과 같이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다. 그의 일그러진 귀가 그 과거를 증명하고 있다. 이후 무릎부상 이후 연극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마치 조각을 보는 듯한 완벽한 마스크와 예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금새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1981년 ‘부룩 쉴즈’ 주연의 청춘 영화 <끝없는 사랑>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았고,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관계자들은 그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생도의 분노>, <야망>, <러브 아카데미> 등의 고만고만한 작품으로 프로필을 쌓아가다 <위험한 청춘>과 <아웃사이더> 두 편의 주연을 연거푸 맡으면서 청춘 아이콘으로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다.
브레이크 한번 없이 정상을 향해 조금씩 전진해 나가던 ‘톰 크루즈’에게 드디어 시련이 닥쳤던 것이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여기서 주춤 하지 않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인 ‘토니 스콧’과 손잡은 ‘톰 크루즈’는 <탑건>에 출연하며 드디어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성장하는데 성공한다. 매력적인 마스크와 더불어 정의감에 불타는 청춘상을 연기한 ‘톰 크루즈’는 건강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각인 되었고 할리우드 캐스팅 보드 1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다.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톰 크루즈는 이어 <좋은 친구들>,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의 ‘마틴 스콜세이지’감독과 함께 <컬러 오브 머니>라는 ‘나인 볼’ 소재의 영화에 등장해 <탑건>의 완벽한 외모에 약간의 반항기를 더하는 새로운 이미지 변주를 시작한다. 연거푸 <노 웨이 아웃>의 ‘로저 도날드슨’ 감독과 조우해 <칵테일>을 흥행 시키며 진정 80년대 후반 최고의 ‘청춘 스타’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변신! 배우란, 이미지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했지만 영리한 ‘톰 크루즈’는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배우들의 수명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함을 그는 일찍부터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모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연기로 다시금 재정비를 다짐하는 ‘톰 크루즈’는 <내추럴>, <벅시>의 ‘베리 레빈슨’ 감독과 당대 최고의 연기자로 칭송 받고 있던 ‘더스틴 호프만’을 만나 <레인맨>에 출연을 결심한다. <레인맨>은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더스틴 호프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부분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한다. 영화의 성공은 결국 ‘톰 크루즈’라는 배우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졌고, 영화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그의 연기와 더불어 영화를 고르는 심안은 팬들과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이어 <어 퓨 굿 맨>, <파 앤드 어웨이>, <폭풍의 질주>등에 출연하며 박스오피스에서 걸출한 두각을 나타내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톰 크루즈’는 사생활에 있어 연상의 여인 ‘미미 로저스’와 이혼하고 새로운 동반자 ‘니콜 키드먼’을 받아들이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의 이혼과 재혼 소식은 그간의 정의롭고 반듯한 이미지에 흠집을 가하는가 했지만 ‘니콜 키드먼’과의 다정스럽고 행복한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커플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스캔들 한번 없이 완벽한 결혼생활을 연출해 갔다.
이제는 뭔가 다른 것을 해야 할 때
악동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 출연하고, 적은 출연료와 작은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메그놀리아> 같은 작품에 얼굴을 드러낸 ‘톰 크루즈’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 보이며 계속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배우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위치에 우뚝 선 그런 그가 새롭게 눈을 돌린 것은 다름아닌 ‘제작’이었다. 직접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 라는 그의 의지는 <미션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2> 같은 흥행작과 더불어 <바닐라 스카이>, <라스트 사무라이> 등 개성 강한 작품들을 양산 한다. 이 중 완성도 면에서 빼어난 작품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함량 미달의 영화는 만들어 내지 않는 그의 영화적 감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톰 크루즈’의 프로필을 보자면, 어떤 영화가 되었건 그 작품들 속의 ‘톰 크루즈’는 배역의 이미지 보다 더 큰 자신의 아우라로 스스로를 감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건 혹은 변호사나 스파이, 흡혈귀나 베트남 참전용사가 되었건 간에 그 배역에는 ‘톰 크루즈’라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은 조금 다르다. 이전의 이미지를 벗어버렸다는 것 뿐만 아니라 ‘톰 크루즈’라는 자신의 이지미 보다 극중 배역인 ‘빈센트’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스크린을 달구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리한 배우는 자신의 완벽한 외모를 바탕으로 시작해 항상 다른 것을 추구하며 이제는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에게 있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작품이 될 것이다.
‘톰 크루즈’의 변화무쌍한 인생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배우, 연기자, 제작, 기획 등 다양한 방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선보이는 그의 삶은 영화 보다 더 흥미롭고 진지하며 재미있다. 그는 스스로를 재단하며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동시에 자신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 지를 알고있는 진정한 스타임에 분명하다. 당분간은 그의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