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은퇴 투수는 총 758명. 그 중 327명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야구계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들의 존재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이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패전투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애 가장 간절하게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이들의 이야기, <슈퍼스타 감사용>의 O.S.T는 한국 영화 음악의 새로운 기대주 박기헌 음악감독이 맡았다. 차분한 컨템포러리 음악에서부터 비트가 강한 힙합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내며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기헌 음악감독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로 음악감독 데뷔를 했다. 최근엔 <효자동 이발사>의 음악 감독을 맡아 영화 속의 상황에 비집어 들어가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의 느낌을 표현함으로써, 음악이 영화 감독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같이 묶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었다는 평을 얻으며 한국 영화의 차세대 음악 감독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다시 한번 ‘박기헌’표 음악을 선보이게 될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박기헌 감독은 '스포츠'보다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구경기 장면의 긴박함은 타악기 편곡으로 감정을 최고조를 이루는 반면 전반적인 영화 흐름에는 당시의 순박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시대상을 자아내는 애잔한 선율로 표현하고 있다.
잘 골라진 삽입곡들 역시 눈에 띈다. 엔딩 타이틀곡 ‘Fly High’는 '소원'의 주인공, 가수 김현성이 불렀다. 1997년 MBC강변가요제 금상으로 가요계 데뷔, 모던락 스타일부터 발라드, 크로스오버 느낌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그만의 창법만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김현성은 이번 O.S.T에서는 마지막 감동적인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하는 엔딩 타이틀곡 ‘Fly High’에 참여해 특유의 창법을 들려준다. 올해 초 가수 이수영의 클래식 앨범에도 수록되어 사랑받았던 1979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곡 김학래, 임철우의 ‘내가’도 주목할만한 곡. 영화 속에서 삼미슈퍼스타즈 선수들의 연습 장면에서 사용되는 이 곡은 시대적인 배경보다는 가사가 상징하는 의미 때문에 삽입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시대적으로도 이 곡이 나온 것이 몇 년 앞선다.) Twisted Sister의 추억의 명곡 ‘We're not gonna take it’ 도 반갑다. 트위스티드 시스터(Twisted Sister)는 1976년 디스코 음악의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뉴욕 출신의 헤어메틀 밴드. 키스(Kiss),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영향을 받은 밴드로 요란한 외모와 짙은 화장, 그리고 광란에 가까운 무대 매너를 선보인 대표적인 그램록 그룹으로도 유명하다. 79년 데뷔작 <Under the Blade>를 시작으로 <You can't stop Rock N' Roll>, <Stay Hungry> 등 총 5장의 정규 앨범을 남겼다. 이번 영화에 삽입된 "We're not gonna take it" 은 3집 <Stay Hungry>에 수록되어 당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던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이 영화의 모토처럼 내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음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박기헌 음악 감독. 그의 말처럼 <슈퍼스타 감사용> O.S.T는 영화 이상으로 ‘인간적인 꿈’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