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를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관람을 한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권상우의 어깨에 힘들어간 혹은 <천국의 계단>에서의 무게 잡는 모습을 벗고 그저 순진무구한 모습을 기대하고 본다면 참 재미있는 영화로 다가온다. 자신은 독실한 신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신뢰하고 믿어버리지만 결국 그것은 부모에 의해 강요당해버린 것을 인식하는 이야기를 통해 의외의 감동까지 안겨주고 있다.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자기 자신의 자아를 찾는다는 결론이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가볍고 코믹스럽게 다가서고 있기에 아쉬움을 안겨준다.
하지원의 연기는 <내 사랑 싸가지>에서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 연장선상에 서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어색하고 과장되어 있다. 실연에 대한 아픔 때문에 오버한다는 설정을 끌어내려 했으나 실연 당하기 전과 후의 연기에는 변함이 없으며 초지일관 직설적이고 철부지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한 연기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조금씩 수그러들며 코미디에서 로맨틱한 영화로 바뀌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좀더 연기 변화의 폭이 적었더라면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만족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신부수업>는 스토리 면에서 그리 강하거나 매력적인 부분이 적다. 하지만 영화를 살리는 몇 가지 요소들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구조를 두개의 큰 단락으로 구분지어 감독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똑바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중반부에 결혼 축가를 위해 신학생들과 주연 배우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앞부분은 경쾌하고 코믹적인 장면들로 나열 되어있어서 가벼운 느낌이 강하며 뒷부분은 진지하며 자아를 찾기 위한 세 명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날 나타나고 있어 이야기 구조가 단단해 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부수업>의 효자는 김인권이라는 배우이다. 영화 전체의 강약을 조절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으며 결론부에서의 “나 이러다 진짜 신부되면 어쩌냐?”는 대사를 통해 관객들로하여금 따뜻한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기 있는 주연 배우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실질적 주인공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모든 영화에 종교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그 안에서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세 남녀의 진솔한 모습은 눈보다 마음이 즐거운 영화로 다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