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시그널 뮤직이 맞춤처럼 어울리는 범죄 없는 마을 무위면은 날라리 형사 최철권에겐 천국이요, 열혈 순경 고정식에겐 지옥이다. 서로 정반대의 야심(?)을 품은 두 남자가 맞닥뜨린 셈이니 이건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더구나 최형사와 고순경을 연기할 배우가 시골마을보다는 느와르 식 트렌치 코트와 쌍권총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남자 양동근과 황정민임에랴. 일없는 파출소를 지키려는 날라리 형사와 일없는 파출소를 없애려는 열혈 순경의 격돌을 코믹하게 담아낸 <마지막 늑대>(감독 구자홍)가 어제 크랭크업했다.

마지막 날 촬영은 탄현의 동화 경모공원에서 다시 양수리 종합촬영소로 이어졌다. 고정식 순경(황정민)은 각목과 검은 양복으로 무장한 보기에도 흉흉한 폭력배들을 현란한 몸놀림으로 제압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저 고순경의 행복한 상상임을 어찌하랴. 실제로 주민 통틀어봤자 서른명도 안 되는 무위마을에서 그의 주업무란 짐승들이나 돌보고 풀이름 외우고, 촌로들 말상대 해주는 일이 다인 것을. 촬영현장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로드 무비>의 대식이나 <바람난 가족>의 변호사 영작의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황정민의 편안해 보이는 모습. "너무 편안해 보여서 놀랐다"고 슬쩍 말을 건네니 "아, 영작이나 대식이 좀 심하게 불편한 사람들인 거죠."라며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한 때 귀신도 때려잡을 만한 용맹한 강력계 형사로 통했지만 이젠 주구장창 놀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골로 내려온 최철권 형사(양동근)는 그야말로 포부에 걸맞는 날라리 냄새를 팍팍 풍긴다. 삐딱하게 걸쳐 입은 유니폼이며,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자세하며 이건 뭐 공무수행 중인 시골 경찰이라기보다는 코스프레의 한 장면 같다. 뭐 원래 풀린 듯한 눈이 매력포인트긴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치여 양동근의 눈에는 피곤이 가득하다. 그러나 황정민의 증언에 따르면 반항아 이미지와는 달리 말 잘 통하는 좋은 동생이라고. 마주앉아 자주 술잔도 기울이지만 술에 대한 애정은 황정민 쪽이 월등한 탓에 "형, 술 좀 그만 마셔요!"라는 핀잔도 자주 듣는단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럴듯한 비주얼 만큼 두 배우 사이에는 흐뭇한 단란함이 흐른다.

촬영을 마친 <마지막 늑대>는 후반작업을 거친 후 내년 3월 중순 경 관객들을 찾아온다. 연출은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구자홍 감독이 맡았다. 크랭크업 현장과 황정민, 양동근과 가진 인터뷰 장면은 곧 무비스트 멀티미디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

취재: 임지은
촬영: 이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