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상당수의 분들은 '몰카'데미 시상식 라는 할렐루야스러운 신조어를 맞닥뜨린 순간, 경건한 마음과 함께 환호작약 했을 터이고, 그와 맞물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이 불편한 국적불분명의 조어로 인해 심히 불쾌감을 느꼈으리라 사료되는 바이다. 하여, 이에 관한 짧지만 굵은 출사표의 변을 밝히고자 한다.
'몰카'데미 시상식은 아시다시피 MOVIST의 접두어와 아카데미의 철자를 혼합한 조어로서,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선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무비스트만의 혜안으로 오스카의 주요부분 주인공을 솎아내고자 하는 고육책에서 비롯된 영화제 이름에 다름 아니다. 물론, 철자 그대로 발음하자면 모카데미이겠지만, 그들의 시선과 관계없이 후보작들을 관음증적인 자세로 무비스트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뒤돌려 쳐 보고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강건한 의지를 천명하려 하다 보니 뭐 좀 발음이 오바됐다. 우좌지간, 몰카데미 시상식이 이런 산고를 거쳐 잉태됐다는 점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각설하고, 미국이 지들 맘대로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일촉즉발의 최종국면이 당도한 지난한 이 시기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고, 무비스트 역시 얘들과 관계없이 몰카데미 시상식을 지금 이 자리에서 거행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영화라는 매체의 주체이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네티즌 여러분들은 주는 대로 읽고 보기만 하는 핫바지란 말인가?
당연 그렇지 않다. 무비스트 독자제위들 역시 아래의 의견게시판과 OCN이 주관하는 이벤트(밟아주시라)를 통해 여러 분들 마음대로 수상자를 골라 네티즌들의 기개를 만천하에 떨치시길 바란다. 상품도 있다하니, 이야말로 똥 먹고 뒤집어 또 똥쌍피 먹는 일타이피의 기회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소년가장인 본인 역시 플레이스테이션2를 마련하고자 이 이벤트 참여하고 싶었지만, 무비스트 관계자는 원천봉쇄 기회박탈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전해 받고, 필자 이틀째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중이다. 부디, 금할 길 없는 이 섭섭함을 윗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몰카데미 시상식의 서문을 이것으로 갈음하고자 하는 바이다.
<시카고>는 현실의 토대위에서 영화의 환상성을 발랄하고 화려하게 무대 전면에 걸쳐 드리운다. 게다가, 캐서린 제타 존슨의 관능미와 <브리짓 존슨의 일기>에서 뚱땡이 노처녀로 나왔던 르넬 제위거의 위험스럽지만 미치도록 매혹적인 환골탈태는, 가히 신화의 여신의 재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저 없이 만장일치로 <시카고>를 작품상으로 모셔드렸다. 한편, 스콜세지의 <갱스 오브 뉴욕>은 미국의 한 자락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미국의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배부른 놈이 "나 사실 옛날에 이런 적도 있었다"라고 착한 척하는 것 같아... 결국, 이러한 지 잘난 모습은 무비스트 심사위원들의 심기를 치명적으로 건드렸다고 생각되는 바, 아쉽지만 영화를 아차상으로 짤없이 누락시키기로 결정했다. (서대원)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짐싸들고 집에 가야 할 후보작들
<갱스 오브 뉴욕> 마틴 스콜세지 | <디 아워스> 스티븐 달드리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피터 잭슨 |
[감독상]
<갱스 오브 뉴욕>의 마틴 스콜세지
뿐만 아니라, 스콜세지는 좋은 작품이 한 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카를 이고 휘파람을 불으며 집으로 금의환향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시쳇말로 그간 오지게 상복도 지지리도 없는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단신이라고 해서 마냥 쓰러졌다 일나고 또 자빠졌다 우뚝 서는 오뚝이로 취급받아야 하는가! 그도 이젠 노쇠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콜세지에게 감독상을 안겨다 준 것은 간짜장 한 그릇으로 동네 통반장 되던 시절처럼 인간적인 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결과물을 수없이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서대원)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짐싸들고 집에 가야 할 후보들
<시카고> 롭 마샬 | <디 아워스> 스티븐 달드리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 <그녀에게> 페드로 알모도바르 |
[여우주연상]
<파 프롬 헤븐>의 줄리안 무어
바람난 게이 남편 때문에 울며 흑인 정원사와 바람이 날 뻔 하지만 꿋꿋이 참아내는 1950년대의 가정주부, 그녀 말고 그 누가 맡을 수 있으리오! 고전적인 연기를 구현하는 듯 하면서도 실상은 굉장히 전복적인 역할을 소화해내는 줄리언 무어가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두 부문에 동시 노미네이트된 관계로 표가 갈려 수상을 놓친다면 그건 전적으로 아카데미 협회 노친네들의 오락가락 정신에 책임을 물어야지. 물론, <언페이스풀>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아 위험한 욕망에 눈을 뜨는 다이안 레인의 실제로 덜덜 떨리는 허리의 에로틱함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구인영)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쓸쓸히 돌아갈 후보자들
<프리다> 셀마 헤이엑 | <언페이스풀> 다이안 레인 |
<시카고> 르네 젤위거 | <디 아워스> 니콜 키드먼 |
[남우주연상]
<갱스 오브 뉴욕>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데이 루이스는 광기어린 도살자 빌로 분하여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선 보였다. 백년의 영화사에 있어 나쁜 넘 캐릭터에 있어 족적을 남길 만큼 말이다. 착한 역을 맡았던 인물들보다 외려 더 심정적으로 와 닿을 정도의 발군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고 누구에게 주연상을 줄지 지지부진하게 고민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어쨌든, 몰카데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감축드리며 빡빡 밀은 까까머리 어서 빨리 물 많이 줘 다음 영화에 차질이 없었으면 한다. (서대원)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짐싸들고 집에 가야 할 후보들
<피아니스트> 애드리안 브로디 | <어댑테이션> 니콜라스 케이지 |
<조용한 미국인> 마이클 케인 | <어바웃 슈미트> 잭 니콜슨 |
[여우조연상]
<시카고>의 캐서린 제타 존스
비록 이번이 오스카 후보 지명 첫 번째의 아카데미 새내기지만 영욕이 엇갈리는 카바레 댄서를 연기하는 <시카고>에서 보여주는 광포함과 에너제틱함이 결합된 춤과 노래의 퍼포먼스는 남녀노소 누구라도 눈을 떼기 힘들다. 아카데미 협회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마음이 동해버리고 말걸. (구인영)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쓸쓸히 돌아갈 후보자들
<어바웃 슈미트> 캐시 베이츠 | <디 아워스> 줄리안 무어 |
<시카고> 퀸 라티파 | <어댑테이션> 메릴 스트립 |
[남우조연상]
<시카고>의 존 C 라일리
그는 항상 부드러운 우직함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심지 깊은 양초처럼 자신의 곁에 있는 대상을 밝혀주면서 자기 자신은 서서히 사그라드는 캐릭터로 존재의 이유를 낮은 자세로 이어온 배우다. 풀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의 지고지순한 경찰로 분하여 나올 때부터 그러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기는커녕 왼발가락 오른발가락까지 추켜들며 나대는 인간들이 난립하는 이 시기에 소금과 같은 존재로서 영화를 빛내는 존 C 라일리. 보기엔 미천하고 맛은 짜기만 하지만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그대에게 무비스트는, 보이진 않지만 실로 고결한 몰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를 남우조연상이라는 명명아래 드리는 바이다. (서대원)
2열 종대로 헤쳐 모인 짐싸들고 집에 가야 할 후보들
<어댑테이션> 크리스 쿠퍼 | <디 아워스> 에드 해리스 |
<로드 투 퍼디션> 폴 뉴먼 | <캐치 미 이프 유 캔> 크리스터퍼 월켄 |
[애니메이션 작품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쓸쓸히 돌아갈 후보작들
<아이스 에이지> 크리스 웻지 |
<릴로 & 스티치> 딘 데블로이스 / 크리스 샌더스 |
<스피릿> 켈리 애스베리 / 로나 쿡 |
<보물성> 론 클레멘츠 |
아카데미측으로부터 말썽을 일으키지 말아달라는 경고를 받은 바 있는 문제아 에미넴이 코닥 극장에서 또 하나의 해프닝을 벌이며 아카데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함과 동시에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을지, 그리고 과연 고분고분 감사의 멘트를 날릴지는 의문이지만. 'One Shot, One Opportunity'를 내뱉는 이 서슬 퍼런 랩 앞에서 노장 폴 사이먼(<와일드 쏜베리>의 'Father and Daughter')이나 골든 글로브를 가져간 유투(<갱스 오브 뉴욕>의 'The Hands that Built America') 모두 꼬리를 내려야 할 듯. 하지만 무서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뮤지컬 <시카고>의 위풍당당한 뇌쇄적 킬러 커플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불러제끼는 'I move on'도 무시못할 존재. (구인영)
쓸쓸히 돌아갈 후보작
I Move On <시카고> |
Burn It Blue <프리다> |
Father and Daughter <와일드 쏜베리> |
The Hands that Built America <갱스 오브 뉴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