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권 영화인들에겐 금단의 지역이라고 불리었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천여 명이 넘는 영화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한 불가사의한 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장이모의 <영웅>이다. 순 중국 자본으로만 3천 5백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영웅>의 기자회견과 리셉션이 그곳에서 열린 것이다. 때마침 벽안의 영화인들도 중국의 영화사에 오랜 동안 남을 이 작품을 축하해주고 싶었던지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등재시킴으로써, 그들에게 기쁨을 건넸다. 거부할 수 없는 이러한 대세에 중화인민들은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극장을 찾았고, <영웅>은 진시황 못지않은 흥행의 위업을 쌓으며 또 다른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일 대륙에서 일제히 개봉한 <영웅>은 하루 동안 1천 2백만 위엔을, 3일 동안엔 4천 4백만 위엔을 벌어들여 중국 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 스코아는 얼만 전 대박을 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를 이미 넘어선 기록이며, 해리포터와는 거의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이러한 위력적인 흥행몰이는 같은 날 개봉한 홍콩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장이모 감독에게 등을 돌린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은, 여전히 그와 그의 영화들에 대해서 마뜩찮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이모 감독 역시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영웅>은 내년 1월 24일,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