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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그들이 왔다. 그러나 금방 갔다
‘영웅’ 기자시사회 | 2003년 1월 15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오래 동안 자신의 가슴 속에 매혹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를 실제로 대면한다는 것은 이팔청춘이나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신사나 똑같이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어제 장만옥을 보러 가기 전날, 아득한 떨림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시황제를 암살하려는 자객이자 기구한 운명의 연인이기도 한 <영웅>의 양조위와 장만옥이 감독인 장예모와 함께 기자시사회에 맞춰 무대인사를 하고자 저 멀리 대륙에서 와이어 없이 가뿐히 날아왔다. 세계적인 두 배우의 내한으로 인해 시사회를 찾은 기자들은, 행여나 엄동설한에 문전박대를 당하지는 않을까, 혹시나 안 그래도 부실한 하체를 지탱하며 서서 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했는지 이른 시간에 와 좌석을 배정받은 뒤 점심식사를 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여주었다.

문전성시를 이룬 시사회장을 가로지르며 입성한 그들은 우선 2층에 있는 회견장으로 가 포토타임을 따로 갖고 이어 영화상영에 앞서 무대에 올라섰다. 순간, “아이 러브 유”를 비롯해 국적 불분명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요란한 환대가 장내에 울려 퍼지고, 이에 장만옥은 당연, 화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으니. 햇병아리의 그것처럼 진한 노란색 상의에 까만 자켓, 그리고 청치마로 꽃단장 한 장만옥은 옷도 옷이지만 얼마 전부터 선보인 까맣게 부풀린 번개머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양조위는 언제나 그랬듯 수수한 차람으로 무대에 나섰고, 감독인 장예모는 빠박 머리에 옆집 아저씨와 같은 스타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간단한 인사말을 부탁하자 감독은 “<영웅>을 많이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운을 띄웠고, 이어 장만옥은 한껏 자신의 미소를 드러내며 “맛있는 음식 대접과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말을 이었다. 양조위는 한결 여유가 있는 듯 “오래간 만이다. 반갑다”며 짧게 인사를 건넸다.

아쉽게도 이들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당일날과 다음날로 나누어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고 해 기자회견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조위와 장만옥을 실제로 대면한 영화기자들은 직업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시종일관 좋다며 후레쉬를 터뜨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필자도 한몫 거들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영웅>의 장대한 위용은 24일부터 공개된다.

Q: <영웅>이라는 영화를 소개하자면.
장예모: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영웅>은 영상이 뛰어난 영화이다. 기존의 무협 스타일과도 다르고. <영웅>이 무엇보다 중요시 했던 점은 ‘무협’의 무가 아닌 ‘협(俠)’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무술영화처럼 대결 신을 육박전처럼 다루지 않고, 협객들의 마음의 교류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

Q: 맡은 역할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장만옥: 난 비설로 나오고 양조위는 파검으로 나오는데, 우리는 연인사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그리 순탄치 않다. 물론, 결국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양조위: 배우들이 자기가 맡은 배역을 온전하게 살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영화이다.

취재: 서 대원
촬영: 안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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