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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도 전략이다,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 (오락성 7 작품성 7)
디거 | 2026년 9월 30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배우: 톰 크루즈, 산드라 휠러, 존 굿맨, 제시 플레먼스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9분
개봉: 10월 3일

간단평
삽 한 자루로 땅을 파다 거대한 유전을 터뜨린 할아버지 때부터 석유 재벌로 군림해온 록웰 가문. 그 손자 ‘디거 록웰’(톰 크루즈)은 38세 고양이 ‘매기’를 애지중지 돌보는 것으로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얼마 전 엄청난 양의 석유를 매일같이 시추하는 그린란드에서 빙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디거. 그러나 결국 거대한 빙하가 떨어져 나가고 시추 시설마저 날아가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디거는 허겁지겁 대통령 콤슨(존 굿맨)과 대책 마련에 나서지만, 이들의 관심은 인류의 안위보다 책임을 피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쏠려 있다.

<버드맨>(2014)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톰 크루즈와 손잡고 <디거>로 돌아왔다. 이냐리투를 비롯해 <버드맨>의 핵심 각본진이 다시 뭉친 <디거>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실험적인 형식과 ‘디거’로 분한 톰 크루즈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 거대한 연극으로 빚은 과잉의 풍자

배우와 공연 자체를 극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디거>는 자연스럽게 <버드맨>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슈퍼히어로 스타였던 배우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따라갔던 <버드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거>는 영화 대부분을 거대한 ‘극중극’으로 만들어버린다. 처음 관객 앞에 펼쳐지는 것은 탐욕스러운 석유 재벌 디거가 자신의 시추 사업으로 기후 재앙을 불러오고도 책임을 회피하는 블랙코미디다. 환경 위기와 정치·자본 권력의 결탁을 과장된 조롱과 풍자로 밀어붙인다. 디거를 비롯해 대통령과 관료들까지 하나같이 실제 인물이라기보다 만화적으로 과장된 캐릭터에 가깝다.
그러다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일순 전환된다. 지금까지 관객이 지켜본 일련의 사건이 사실은 ‘Fossil Fools’라는 연극의 리허설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디거’를 연기하는 사람 역시 디거가 아니라 배우 ‘커티스 마크슨’(톰 크루즈)이었다. 영화는 무대 뒤로 카메라를 돌리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풍자극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것은 커티스가 자신이 연기하는 디거의 묘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파악한 실제 디거는 조용하고 계산적인 인물에 가까웠지만, 무대 위에서는 떠벌리고 소리 지르는 악당으로 희화화됐다. 커티스는 이런 과장이 인물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실제로 <디거>는 좀처럼 힘을 빼지 않는다. 환경과 기후 재앙에 대한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고, 인물들을 극단적으로 희화화한다. 톤도 연기도 과잉의 연속이다. 풍자의 의도는 선명하지만 은근한 맛이나 관객이 스스로 발견할 여백은 부족하다. 그만큼 호불호도 크게 갈릴 만하다.

그런데 <디거>는 이런 과잉마저 의도한 듯하다. 극 중 한 인물을 통해 ‘풍자든 조롱이든, 드라마든 비극이든 관객이 이 연극을 보고 실컷 디거를 욕하며 후련해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한마디가 <디거>의 태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탐욕스러운 디거를 마음껏 조롱하고 욕하게 만드는 것. 이냐리투가 노린 것도 그 카타르시스인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또 한 번 판을 뒤집는다. 디거가 불러온 재앙의 실체를 마주하게 하는 마지막 반전은 과잉으로 질주해온 영화에 묵직한 마침표를 찍는다.

◆ 액션스타를 벗어 던진 톰 크루즈

실험적인 형식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톰 크루즈의 변신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매버릭>으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온 그는 벗겨진 머리와 늘어진 얼굴, 불룩한 배까지 특수분장으로 외형부터 뜯어고쳤다. 디거는 탐욕스럽고 돈밖에 모르는 석유 재벌이지만, 38세 고양이 매기에게만큼은 편집적일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자신이 불러온 재앙 앞에서도 또 다른 이익을 궁리하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는 자기 확신에 찬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톰 크루즈는 걸음걸이와 말투, 몸짓까지 바꾸고 쉴 새 없이 방대한 대사를 쏟아내며 우스꽝스럽고 불쾌하면서도 묘하게 눈을 뗄 수 없는 디거를 완성했다.

두꺼운 특수분장 사이로 익숙한 톰 크루즈의 눈빛과 표정이 불쑥 드러나는 순간도 있다. 파격적인 변신을 보는 재미가 큰 만큼, 디거보다 ‘톰 크루즈’를 먼저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한계다. 촬영은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이냐리투와 호흡을 맞춘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맡았다. 영화 전체를 35mm 필름을 수평으로 사용하는 고해상도 촬영 포맷인 비스타비전(VistaVision)으로 담았다.



2026년 9월 30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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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맥케이가 연출한 <돈 룩 업> 같은 풍자 블랙 코미디를 선호한다면 + 새로운 형식과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
-은은한 풍자의 묘미를 기대했다면, 걍 난장판 같다고 느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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