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감독: 요아킴 트리에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 스텔란 스카스가드, 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 엘 패닝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3분
개봉: 2월 18일
간단평
연극 무대에 오르기 직전, 이유 모를 답답함에 공연장을 뛰쳐나갈 뻔했던 주연 배우 ‘노라’(레나테 레인스베). 다행히 막은 무사히 오르고 관객의 찬사 속에 극을 마무리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엔 여전히 정체 모를 공허가 뒤따른다. 심리 치료사였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동생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와 오랜만에 옛집을 찾은 그녀는, 그곳에서 소원했던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와 재회한다.
영화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경험한 두 자매의 서로 다른 오늘을 비춘다. 성공한 배우가 되었음에도 사랑을 믿지 않고 깊은 관계를 회피하는 노라와 달리, 아그네스는 아홉 살 아들을 둔 단란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됐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노라가 문득 엄습하는 내면의 진동에 휘청거릴 때, 든든하게 그 곁을 지켜주는 건 아그네스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의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는가이다. 아그네스는 말한다. 무섭고 혼란스럽던 시기, 자신을 감싸주었던 언니의 손길이 있었다고. <센티멘탈 밸류>는 우리가 때때로 잊고 사는 사실, 즉 '손을 내밀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트라우마에 잠식되지 않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점을 환기한다.
<라우더 댄 밤즈>(201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를 통해 차세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요아킴 트리에는 2025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센티멘탈 밸류>에서 다시 한번 상실과 치유의 서사를 꺼내 들었다. <라우더 댄 밤즈>에서 종군 기자였던 어머니의 죽음 후 남겨진 이들의 균열을 응시했다면, 이번에는 회복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안고 성인이 된 아버지와 그의 닮은 꼴인 노라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십수 년간 작품을 내지 못했던 영화감독 아버지가 “너를 위해 쓴 글”이라며 노라에게 주인공 역을 제안하는 순간, 영화는 본격적으로 추동 된다. 절대 못 한다며 밀어냈던 노라가 결국 카메라 앞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촬영하며 끝나는 엔딩은 이 작품의 요체다. 감독은 극적인 과장 대신 일상의 언어로 이들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포착한다. 특히 엔딩에서 단 하나의 감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노라의 복잡 미묘한 표정과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얼굴은, 부녀가 각자의 심리적 파고를 비로소 다스리기 시작했음을 넌지시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족의 역사가 담긴 100년 넘은 ‘집’이라는 공간을 하나의 캐릭터처럼 활용해 극의 문을 열고 닫는 점도 인상적이다.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