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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만 보이는 이별의 카운트다운 (오락성 5 작품성 5)
넘버원 | 2026년 2월 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김태용
배우: 최우식, 장혜진, 공승연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5분
개봉: 2월 11일

간단평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눈앞에 숫자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영화 <넘버원>은 이 서글프고도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부산, 고등학생 ‘하민’(최우식)은 엄마 ‘은실’(장혜진)이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머리 위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목격한다. 그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엄마와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잔혹한 유효기한을 알게 된 하민은, 역설적으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를 멀리하는 길을 택한다.

<거인>(2014)으로 한국 영화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태용 감독과 배우 최우식이 10년 만에 재회했다.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손수 각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부산 출신인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든 영화 <넘버원>이다. 판타지적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휴먼 드라마의 궤적을 그린다.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자명한 진리를 '숫자'라는 직관적인 장치로 시각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경상도식 소고깃국과 콩잎장아찌라는 지방색 짙은 '소울 푸드'를 통해 집밥이 지닌 온기를 시각과 미각으로 치환한 연출은 영화의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한다.

영화의 미덕은 비극적인 설정을 다루는 태도에 있다. 신파의 늪에 빠져 슬픔을 강요하기보다, 유쾌하고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며 감정의 무게를 조절한다. 여기에는 장혜진의 공이 크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속에 깊은 속정을 숨긴 은실을 귀엽고도 친근하게 그려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생충> 이후 다시 모자로 만난 최우식과 장혜진은 투닥거리는 현실적인 호흡으로 극의 안착을 돕는다. 최우식은 낯선 사투리 연기와 상실을 예감한 아들이라는 정서적으로 까다로운 설정 속에서도,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힘을 뺀 채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

그러나 영화가 품은 따스한 정서와는 별개로, 극적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민과 그 여자친구 ‘려은’(공승연), 엄마라는 단출한 인물 구조 안에서 전개되는 서사는 지나치게 평이하다. 인물 간의 갈등은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다소 안일하고 밋밋하다. 특히 중후반부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로 급회전하다가 서둘러 봉합되는 과정은 서사의 탄력을 떨어뜨린다.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는 분명 유효하지만, 갈등과 해소의 과정이 너무 쉽게 넘어가는 탓에 관객의 감정을 뜨겁게 달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화 전체를 감싸는 온기는 충만하나, 정작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되어야 할 절절함은 애매한 온도에 머물고 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버원>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모처럼 만나는 무해한 영화다. 엄마의 밥 한 끼가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이나, 가족이라는 안온한 품이 절실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건네는 소박한 위로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2026년 2월 9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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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집밥, 명절 고향이 그리운 당신의 심금을 울릴 수도 + 언제나 그립고 애틋한 엄마라는 이름
-소소한 이야기, 절절한 슬픔과 동시에 웃음을 기대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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