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쟁쟁한 세 배우를 망가뜨린(혹은 같이 망가진) 장본인 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그리고 영화 <광복절 특사>의 촬영은 흡사 극기훈련과도 같이 진행되었다. 쉴새없이 강력 모기약을 옷 위에도 뿌려야 버틸 수 있는 살인적인 모기떼, 손과 발이 끈적대게 만드는 찐뜩찐뜩한 습기, 거기에 강우기가 뿌려대는 인공비에다가 만들어낸 가짜 번개까지, 전주공업고등학교의 교도소 오픈 세트에서 여름 밤과 새벽까지 이어진 <광복절 특사>의 촬영현장의 풍경이었다.
변심한 애인의 맘을 되돌리기 위해, 빵 하나 훔쳐먹었는데 감옥으로 끌려온게 억울해 탈옥을 결행한 재필(설경구)과 무석(차승원). 그러나 아침 신문에서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두 남자의 눈물겨운 교도소 재입성 분투기라는 영화의 내용상 전체 50퍼센트를 차지하는 교도소 씬을 소화하기 위해 전주시의 전주 공업고등학교 6천 여 평 부지에 총 제작비 8억원을 들여 교도소 2개 동과 교도소 담, 망루 초소 등으로 이루어진 교도소 세트가 만들어졌다.
이날 촬영된 교도소 근처의 씬 29는 장대비가 빗발치는 밤, 숟가락 하나로 6년 동안 탈옥 루트를 만들어온 무석과 재필이 땅굴을 뚫고 드디어 탈옥에 성공하는, 영화 내에서 중요한 장면. 김상진 감독과 정광석 촬영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경구, 차승원 두 배우는 흙구덩이를 힘겹게 뚫고 나와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가 연기한, 자유를 맞이하는 환희어린 포즈를 패러디한 듯 포효하였고, 강둑 진창에서 둘이 얼싸안고 구르며 탈옥의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고생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작가 박정우의 '주옥 같은 다이알로그'와 그에 지지 않는 두 짝패 설경구와 차승원의 연기 호흡과 애드립 그리고 빛나는 흥행 감각을 자랑하는 김상진 감독이 연출하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에 이어지는 장르형 코미디 영화의 결정판 <광복절 특사>는 맹렬 촬영중이며 10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취재 : 구인영 / 촬영 : 신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