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조지 밀러
배우: 틸다 스위튼, 이드리스 엘바
장르: 멜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8분
개봉: 1월 4일
간단평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공항에서부터 이상한 남자가 접촉해 오는 등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낯선 존재를 홀로 감지하는 알리테아.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 구입한 푸른색이 도는 호리병을 닦던 중 그만 그 안에 잠든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세상에 불러내고 만다.
CG가 아닌 실사로 구현한 질주의 쾌감과 전율을 전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후 조지 밀러가 고풍스럽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은 한마디로 빼어난 비주얼로 실현한 거장의 ‘이야기’를 향한 극진한 애정과 찬사라 할 만하다. 주인공 ‘알리테아’의 직업은 서사학자로 세상 모든 이야기에 능통한 인물.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의 발전까지 인간과 문명의 진화와 영광의 근원은 서사를 통한 연결이라고 누누이 피력한다. 그가 깨워 수백 년 만에 세상에 나온 지니 역시 이야기라면 둘째가면 서러울 캐릭터. 지난 세월 동안 자기가 사랑했던 이들과 호리병에 갇힌 사연을 들려주는데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 같은 모습이다. 3000년 전 시바여왕부터 오스만 제국의 정복군주와 하렘의 풍경,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1800년대 여성 과학자까지 지니의 이야기는 서사적 흥미와 시각적 볼거리를 담보한다.
다만 두 주인공이 사랑을 깨닫는 순간은 다소 급발진하는 인상이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이후 영화는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더 고조하며 이러한 의문의 지점을 희석하고 아련한 여운과 함께 격조 있게 마무리한다. 틸다 스윈튼과 이드리스 엘바의 앙상블이 꽤 근사한 작품으로 부커상 수상자인 영국의 소설가 A.S. 바이어트의 단편 ‘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를 원작으로 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조지 밀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음악 감독 톰 홀켄보그가 완성한 음악은 비주얼만큼이나 영화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2023년 1월 3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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