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시리즈)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진보VS퇴보
재하 이번 1부 손익분기점이 750만 명인데, 가능할까요? 최동훈 감독님의 구력을 생각하면 영화가 갈피를 잡지 못해 맥을 못 추고 휘청거린다고 느꼈어요.
은영 1부 순수제작비가 300억 원을 넘으니 역시 손익분기점도 높네요. <탑건: 매버릭>도 아직 쟁쟁하고, 다음주에는 <한산: 용의 출현>도 있는지라 문제는 입소문을 잘 타야 하는데요. 아직 개봉 전이지만, 반응이 좋지는 않아요.
금용 이렇게 극명하게 전문가 평이 갈리는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8점 이상 준 분도 있고 그 절반을 준 분도 있을 정도예요. 호불호가 갈릴 건 예상한 부분인데요, 전 재미있게 봤어요. 개인적으로 7점은 주겠어요. 감독님의 전작 <전우치>(2009)를 좋아하는 분은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요. 왜냐하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또 B급 코미디 감성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좀 더 포용적이지 않을까 해요. 그런데 별로라고 하는 의견도 납득은 가요.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좀 떨어져도 전체적으로 재미있으면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장르적인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 다른 요소는 상대적으로 밑으로 두는 편이라 <외계+인>이 SF, 코미디, 액션, 활극 등의 복합장르라 전 좋았어요.
은영 개인적으로 <전우치>를 재미없게 봤지만, 저도 평점을 매긴다면 높게 줄 것 같아요. 금용씨와는 다른 이유지만요. (웃음) 일단 전 재미, 특히 ‘코믹’은 실패했다는 생각이에요. 대표적으로 신선 ‘흑설’(염정아)&’청운’(조우진) 커플요. 게다가 초반에 늘어져서 살짝 지루한 면도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한다고 느꼈어요. 덕분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게 다 보고 나서는 끄덕끄덕으로 바뀌는 거죠. 630년 전 고려와 현재를 오가며 살짝 시간을 비틀어 놓은 점이 흥미로웠고, 현재에서는 외계인의 구현과 거리에서 벌이는 액션 씬 등은 나름 스펙터클했어요.
재하 어? 저는 흑설과 청운이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대체 그들이 없었다면 누가 숨통을 터줄까 싶었어요. ‘무륵’(류준열)과 두 고양이가 웃음을 주기에는 좀 약해서… 어떤 캐릭터이든 웃음을 생성할 필요가 있는데 딱 도사 커플이 그 역할을 한 거예요. 그중에서도 ‘흑설’을 연기한 염정아 배우는 보면서 진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도 제 몫을 하는구나 싶었거든요. <전우치> 때도 그랬지만, 이런 코믹한 캐릭터에는 정말 독보적이라는 생각이에요.
금용 저도 흑설-청운 커플 좋았어요! 편하게 얘기하자면 대놓고 쌈마이 느낌이라서요. (웃음) 주성치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약간 주성치 영화삘도 나고요. 각 잡고 웃기려고 만든 캐릭터라 뻔한데 그래도 웃겼어요. 신선 커플이 어떤 면에서 별로였나요?
은영 흑! 저도 주성치 영화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이 달라요. 연출된 쌈마이라고할지, 대놓고 웃기려는 의도가 너무 읽혀서 별로였어요. 딱 웃음을 노린 대사라고 할까요. 근데 타율이 높진 않은 듯요. 후반에는 그래도 좀 터지나 초반에는 반응이 별로 없던데요. 저도 후반으로 가니 그나마 눈에 익으면서 괜찮았거든요.
재하 전 <전우치>를 좋아하거든요. 도술을 쓰는 도사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이런 한국적인 활극의 틀을 구축했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그런데 전우치와 마블, 아바타를 한 영화 안에서 보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웃음) 등장인물도 많은 데다 여러 장르가 혼재돼 있으니 그 어느 장르도 선명하지 않은 인상이에요. 결혼식 뷔페같다고 할까요.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봐야 하는 면이 있어요. 이런 영화는 (<전우치>가 그랬듯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괜찮아야 하는데 이해하면서 봐야 한다는 게 좀 힘들었어요. 게다가 2부도 있다니!
금용 장르 간의 화합이 서걱거린다는 말도 하는데 저는 특별히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어요. 또 보면서 딱히 이해하는데 무리 없이 따라간 거 보면 연출적으로 튀거나 너무 복잡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에요. 1부는 아무래도 세계관을 설명하거나 소개하는 면이 있으니 좀 장황하고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면이 있죠. 개인적으로 2부가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과연 1부를 본 사람들이 2부를 보러 갈 것이냐는 거죠. 그게 걱정이에요. 동시에 찍어서 2023년에 개봉한다고 하니, 다른 연작 영화보다 텀이 짧기는 하지만요.
은영 장르의 혼합이 문제가 아니라 각 장르의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한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잘 만든 서사 안에는 단일 장르이든 혼합 장르이든 코믹, 슬픔, 감동이 다 들어있고 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정서든 분위기든 스타일이든 아니면 주제의식이든 그 무언가요. 그런데 <외계+인>은 정서는 물론 장르도 왔다 갔다 하는데 이를 관통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거죠. 1부에서는요. 그래서 전 2부도 봅니다!
금용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데 개성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조화롭지도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단품보다 뷔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나, 줄곧 하나의 장르만 밀어붙이는 영화에 식상한 분이라면 <외계+인> 같은 새로운 영화는 정말 반가울 거 같아요. 이런 장르를 개척하고 꾸준하게 시도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누군가 해야 했는데 최동훈 감독이니까 이런 규모와 캐스팅으로 (OTT가 아닌) 극장에 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이런 평을 썼더군요. ‘<외계+인>을 싫어하는 건 마블밖에 없을 것’이라고요. 반면 ‘<승리호>에 이어 한국형 SF 장르의 퇴보’라는 평도 있는데요. 이런 평가와 상관없이 SF, 가족, 모험 요소가 모두 들어간 영화이니 경험적인 면에서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티켓값이 오르면서 체험적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특별한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재하 저도 감독님과 배우들이 참 애썼다 싶었어요.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을 뽑아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눈높이가 올라가서 그렇지, 유려하게 잘 뽑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헤어질 결심>을 정말 좋게 봤지만요, 부모님과 함께 보러 간다면 <외계+인>을 볼 것 같아요. 화려한 CG도 마블도 전우치도 한 영화 안에서 다 만날 수 있으니, <탑건: 매버릭>에 이어 가족 단위 특히 부모님 세대를 유입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마블도 부럽지 않아!
은영 (아까도 말했지만) 국내 CG와 VFX 기술력이 놀랍다고 느꼈어요. 최동훈 감독 말씀이 로봇 등 캐릭터 디자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요. 이전에는 한국에서 만든 적이 없으니 경험한 인력도 없었던 거죠. 해외 스튜디오의 힘을 빌릴까도 했지만, 시간이 걸려도 국내 기술로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사실 처음에 외계인을 보고 <아이언맨>부터 <아바타>까지 온갖 영화가 떠올랐는데, 익숙해지니 의외로 고 퀄리티로 잘 뽑았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400억 정도로 이렇게! 뭐 이런 생각이… 감독님 참 고생했다 싶더군요. 후반부 외계인 간의 거리 액션씬은 마치 진짜 그 거리에서 찍은 듯해서, 인터뷰하면서 여쭤봤는데 드론과 여러 장비를 동원해 충분하게 거리를 촬영한 후 후반작업을 거쳤다고 해요.
재하 일단 이 정도의 CG 수준을 구사할 수 있다는 데 놀랐고요. 더욱이 CG를 배우와 어색하지 않게 입혔다는 게 신기했어요. 마블에서나 봤던 배우와 CG 사이의 어색하지 않음을 한국 영화에서도 느낀 거죠. 한편으로는 한국 배우들에게 있어 또 다른 기회, 그러니까 연기의 영역에 있어 어떤 새로운 장르가 개척된 게 아닐까 해요.
금용 이미 CG는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됐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특별히 눈에 거슬린 면도 없었지만, 막 더 좋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흑설이 거울을 이용해서 손바닥 등을 커지게 하는 장면 있잖아요. 전 이때 예전 <미이라>(1999) 느낌이 좀 났어요. 올드하다고 할까요.
아쉬움도 큰!
금용 아쉬운 점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쓰는 감독님인데 이번에는 특출나게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어요. ‘가드’와 ‘썬더’로 1인 4역을 한 김우빈 배우도 그렇고, 무륵도 마찬가지고요.
재하 김대명 배우의 ‘썬더’(수정) 목소리가 좋았어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전화 협박범으로 나올 때 목소리에 묘한 서늘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 서늘함이 기계와 잘 맞았다고 느꼈어요. 가드와 썬더, 그러니까 김우빈, 김대명 두 배우가 영화의 시작을 잘 열어줬다고 생각해요.
은영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과거에서 현재 또 현재에서 과거로 넘나드는 데다 인간과 외계인 그리고 여러 도사가 등장하는 등 중구난방(?)이라 캐릭터 하나하나에 눈이 잘 안 가게 되더군요. 게다가 ‘이안’(김태리)은 너무 늦게 등장해서…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나오니까요. 그리고 말했듯 배우들도 ‘와 새롭다’ 이런 면은 없었어요.
재하 전 무륵-이안 간의 케미가 좀 안 살았던 것 같아요. 둘이 약간 연인 같은 케미도 있을 법한데 류준열, 김태리 배우가 정말 친한, 찐친 같은 느낌이에요. 또 서울 시내에서 외계인이 가져온 가스가 하나 터지잖아요. ‘지방이’ 캐릭터가 연상됐는데, (웃음) 그 정도 터져서 해당 구역이 폐쇄되는 걸 보고 ‘도대체 인간은 뭐지, 사람은 뭘 할 수 있지’ 이런 생각과 더불어 ‘이안은 총 하나가지고 뭐 어쩌자는 걸까’ 싶기도 했어요.
은영 그 총알은 도대체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는 거야? 뭐 이런 생각을 전 했습니다.
금용 그렇죠! 10년 동안 총을 쐈으면….
사진출처_<외계+인>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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