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장르: 범죄,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0분
개봉: 3월 23일
간단평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를 기점으로 이른바 ‘조폭 영화’라 불리며 2000년대 초 부흥한 한국형 누아르 영화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 장르적 변주를 준 <미옥>(2017), 베니스 영화제에 진출한 <낙원의 밤>(2020)까지 최근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래’, ‘고령화 가족’ 등으로 문단을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감독의 연출 데뷔작 <뜨거운 피> 역시 이러한 조폭 누아르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실세 '손영감'(김갑수)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 돈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에 회의감을 느낀다. '손영감'을 떠나기로 결심한 ‘희수’에게 ‘구암’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접근하기 시작한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뜨거운 피>는 1993년, 부산의 가상 항구 도시 '구암'에서 벌어지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다. 먼저 영화는 90년대 부산의 모습을 그대로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을씨년스러운 부둣가, 요즘엔 보기 어려운 올드한 관광 호텔과 허름한 판잣집 등 그 시절의 부산을 경험한 이들에겐 향수를 일으킬 만한 배경을 잘 구현해냈다. 그러나 배신과 잔혹한 복수,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득한 유대와 브로맨스 등 장르의 전형성을 따르는 내용과 연출에서 신선함을 찾기는 어렵다. 주연 정우를 비롯해 지승현, 최무성 등 웃음기 쫙 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내공도, 흠 잡을 데 없는 진한 부산 사투리도 훌륭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밋밋함은 감추지 못한다. 남성 중심의 서사에 여성 캐릭터를 기능적으로만 활용하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결론적으로 기존 조폭 누아르물의 팬에게는 반가운 작품이겠으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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