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대화를 위해 모인 남한, 북한, 미국의 세 정상이 북한 핵잠수함에 갇혔다.
<강철비>(2017)로 도발적인 남북 정세 시뮬레이션을 선보인 양우석 감독이 23일(목)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후속작 <강철비2: 정상회담>(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로 신작을 공개했다. 자리에는 양우석 감독과 주연배우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참석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북한 원산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세 정상이 북한 내 쿠데타를 주도한 호위총국장 ‘박진후’(곽도원)에 의해 핵잠수함 ‘백두호’에 인질로 납치되는 상황을 그린다.
비좁은 잠수함에 갇힌 세 정상은 북한 내부 강경파의 위협을 인지하고, 외교 문제 앞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자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변호인>(2013)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로 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3>이 원작이다.
대한민국 영부인 역에 염정아, ‘백두호’ 함장과 부함장 역에 각각 류수영, 신정근이 출연한다.
양우석 감독은 “미중갈등에 껴 있는 대한민국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대북(정책)과 북핵이다. 해외 석학은 한반도가 갈 길은 넷 중 하나라고 일찌감치 예언했다.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비핵화, 제재를 통한 북 체제 붕괴, 전쟁 위기 계속될 시 대한민국 핵무장. 그 네 가지 길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주는 게 (나의) 도리가 아닐까 해 <강철비> 1, 2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강철비>와 <강철비2: 정상회담>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는다. <강철비>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정우성, 곽도원의 국적과 역할도 완전히 바뀌었다.
양 감독은 “일부러 인물과 진영을 다 바꿨다. 분단을 우리 손으로 (서명)한 게 아니듯 평화체제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이다. 남과 북이 서로 입장이 바뀐다고 해도 사실상 외부 변수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걸 캐스팅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강철비>에서 무시무시한 역할로 나온 조우진이 (영화 말미에서) “대한민국 해군입니다”라는 대사를 한다”고 전했다.
후반부 잠수함 전투 신에 관해서는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해 버텨올 수 있었던 건 복합장르 덕이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잠수함 액션을 선택했다. 지형이 중요한 잠수함 전략 전술을 최대한 재미있게 보여주도록 구상했다”고 언급했다.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후’역의 곽도원은 “잠수함이라는 너무 좁고 밀폐된 공간은 연기를 크게 펼칠 수도 없고 리액션을 하기도 굉장히 어려웠다는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역을 맡은 정우성은 “영화를 두 번째 봤는데 감정이 치고 올라온다”며 소회를 전했다.
또 “우리 민족은 충분히 불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현실이 바뀌지 않은 건 분명한 것 같다. 빨리 이 불행히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고 평화의 길로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소시민으로서의 바람이 커지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한편 묵직한 소재와 달리 핵잠수함 내부 비좁은 공간에 갇힌 세 정상의 관계는 가벼운 화장실 유머와 욕설을 버무려 연출됐다.
북한 위원장 ‘조선사’역을 소화한 유연석은 “세 명의 정상이 공개 석상이 아닌 골방에 있을 때 어떤 이야기와 해프닝이 있을지 보여주고 그 나라들의 힘이나 정치적 논리를 무겁지 않게 은유적으로 잘 보게끔 그려준 영화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설정, 어린 지도자가 자기 잠수함에 납치되는 상황에서 생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7월 29일(수) 개봉한다.
● 한마디
<강철비>가 그랬듯, 묵직한 소재에 도발적인 전개다. 북한과의 관계를 상정하는 마지막 상상력은 역시나 요망하다. 핵잠수함이라는 비좁은 공간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전작보다 한층 품위 없어진(?) 유머를 구사하는데, 그 자체가 한반도에 공존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닌 이들의 처지를 직설적으로 비유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단, 이 장면들의 웃음과 공감의 농도가 누구에게나 짙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남, 북, 미, 중, 일까지 합세한 외교 정세와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쌓고 또 쌓는 초반 전개가 어쩔 수 없이 장황하게 느껴지는 한편, ‘백두호’ 부함장 역의 신정근 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후반부의 잠수함 전투신이 안기는 장르적 재미는 의외로 쏠쏠하다. 아쉬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어찌 됐든, 양우석 감독의 외교적 ‘덕력’을 먹고 자란 <강철비>와 <강철비2: 정상회담>이 그의 영화적 비전을 분명하게 구현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7월 27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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