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정은경, 장선, 김태희, 김준배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07분
개봉: 4월 23일
간단평
홀로 씩씩하게 산에 올라 양팔 활짝 벌리며 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젊은 여성을 담은 <바람의 언덕> 오프닝 시퀀스는 흔히 볼 법한 황토 빛 언덕을 특별한 공간화 한다. 태백의 공기와 인물의 에너지가 합쳐져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람부는 언덕’을 각인한다.
필라테스 학원을 오픈한 ‘한희’(장선)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며 회원 모집에 열심이다. 어느 날 저녁 한 중년 여성 ‘영분’(정은경)이 학원을 방문해 1호(아마도) 회원이 된다. ‘한희’는 이름도 모르는 회원을 성심껏 지도한다. 때론 수강료 반환 요청 전화를 받아 곤란하기도, 무언가 억울한 일이 생겨 속상해 보이지만 항상 웃고 있다.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크게 웃고 살라는 의미에서 지어줬다는 ‘한희’라는 이름 때문일까. 한편 1호 회원 ‘영분’은 학원의 전단지를 몰래 가져가 태백 시내 밤거리를 누비며 이곳저곳에 붙인다.
영분이 딸인 ‘한희’를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갔다 의도치 않게 회원이 된 것이기에 관객은 이미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 때문에 한희가 영분의 정체에 대해 언제, 어떻게 알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딸을 버린 엄마와 버림받은 딸의 재회는 어떤 모습일지에 주목하게 된다. 결론은 상당히 의외적인 상황으로 흐르는데 순간 납득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수긍되는 장면을 그린다. <바람의 언덕>이 지닌 묘한 매력이다. 좋지만, 어디가 좋냐고 묻는다면 딱히 짚기 어렵다. 영분과 한희 모녀 외에 태백 택시기사(김준배), 영분의 양아들(김태희)까지 등장인물이 전하는 말과 감정을 느끼나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규정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들꽃>(2015), <스틸플라워>(2016), <재꽃>(2017) 꽃 3부작을 연출한 박석영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 전 지방에서 먼저 프리미어 상영을 시작하고, 상영 후 관객과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로 새로운 독립영화 배급 방식을 선보였다.
2020년 4월 24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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