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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따라 중국, 라오스, 한국으로.. 영화가 보여주는 어떤 세상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처음에는 고향(북한)에 꼭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중국)서 일 년 돈을 벌었는데 많지 않은 거예요. 큰아들부터 한국으로 보내자…”

괄괄하고 거침없는 성격인 듯 보이던 탈북 여성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지난 15일(목) 개봉한 다큐멘터리 <마담B> 에서다.

그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탈북 여성 ‘마담B’다. 돈을 벌기 위해 2003년 겨울 북한 압록강 부근 경계를 넘었다. 당시 나이 37살이었다.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중국 시골의 한 남자에게 팔려간다. 북한에 두고 온 남편과 두 아들에게는 딱 1년만 돈을 벌고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킬 수 없었다.

젖소 농장에서 일하고, 술집에 아가씨를 소개해가며 앞뒤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불안정한 신분으로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기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중국인 남편에게 마음을 내주게 된 ‘마담B’는 산둥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서 10년을 더 산다.

그사이 ‘마담B’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탈북자를 중국으로 데려오는 브로커가 됐다. 자신도 곧 먼저 한국으로 보내놓은 아들을 뒤따라갈 예정이다. 그곳에 가서 자식을 번듯하게 교육하고, 자리를 잡으면 중국인 남편을 불러 남은 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리라.

다큐멘터리 <마담B>는 탈북 이후 중국에서 맞은 예상치 못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마담B’가 십 수년 만에 한국으로 향하는 길을 뒤따른다. 중국 공안의 감시망을 피해 라오스, 태국 등지를 거쳐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는 궤적을 동행하는 동안 카메라는 하염없이 이어지는 산길과 도로 위에 스민 적막과 긴장을 담는다.

이 실제 이야기는 지난 21일 개봉한 이나영 주연의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토대가 됐다.


<마담B> 만큼 험난했을 과정 끝에 한국에 정착해 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탈북 여성(이나영)이 어느 날 중국에서 자신을 찾아온 아들 ‘젠첸’(장동윤)과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변주됐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엄마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젠첸'은 짧은 만남 끝에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엄마가 넣어둔 일기장을 읽으며 차마 알지 못 했던 그의 신산한 삶을 깨닫게 된다.

장르는 다르지만 소재와 이야기 면에서 강한 연속성을 가진 두 작품 <마담B>와 <뷰티풀 데이즈>는 모두 윤재호 감독 손에서 나왔다.

파리 유학 생활 도중 우연히 9년째 아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던 조선족 여인의 사연을 들은 그는 2011년 여인의 아들을 대신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탈북자들과 인연이 생겼다.

지난 21일(수) 무비스트 인터뷰에서 윤 감독은 “중국 청도의 청양이라는 도시는 LA의 한인타운 다음으로 한인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중국으로 이민 온 한인, 중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중국인, 일본에서 이민 온 한국계 일본인, 탈북인까지 한국이라는 땅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때로는 아무 쪽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그 시간을 거쳐 <약속>(2010) <북한인들을 찾아서>(2012) 등 단편을 내놓았고 최근 <마담B>와 <뷰티풀 데이즈>를 한 주 간격으로 연이어 개봉시켰다.

윤 감독은 “대부분은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왔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들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제대로 다가서기 힘들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며 말을 이었다.

이어 “다큐멘터리 <마담B>가 씁쓸한 감정을 안긴다면 <뷰티풀 데이즈>에는 그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가족에 관한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언급했다.

<마담B>는 2016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그해 취리히국제영화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15일(목) 개봉해 서울과 지역의 일부 독립, 예술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뷰티풀 데이즈>는 지난 21일(수) 개봉했으며 일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한마디
영화가 보여주는, 만나볼 만한 가치 있는 어떤 세상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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