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누가 트럼프라는 이단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이클 무어 감독은 자신의 고향 미시간주, 그중에서도 쇠락한 공업 도시 플린트 시에서 과거 벌어진 수돗물 오염 사건을 조명한다.
2014년 공화당 소속이던 당시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예산 절감을 명목으로 새로운 수로를 뚫는다. 이 공사 과정에서 수원지가 이미 오염돼 있던 플린트강으로 바뀌었다.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물이 일반 가정으로 유입되면서 성인은 물론 3천여 명 이상의 아이들이 납 중독에 걸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플린트 시 수돗물 오염 사건은 미시간 주 정부의 보건복지국장 닉 리용을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로 재판받게 할 정도로 지역 사회에 파장을 미쳤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주 정부와 시 정부 공무원만 15명에 달한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 역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플린트에 방문했다. 정작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 도중 그가 보인 행동이 분노를 샀다. “목이 마른 것 같다”는 언급 뒤 유리잔에 든 물을 마셔 보이려다가 그저 입만 조금 축이는 시늉을 한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한 플린트 시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후쿠시마산 해산물이 안전하다며 직접 시식했던 아베 일본 총리를 두고 일각에서 ‘정치 쇼’라는 비판이 일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비슷할까.
영화에 따르면 이 사건이 결국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 지지자가 소위 ‘공화당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오바마 행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치에 수차례 실망하면서 점차 당으로부터 이탈했다는 주장이다.
8년 연속 오바마를 지지한 미시간주는 결국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선택했다.
영화는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 현상’이라는 돌풍을 몰고 왔을 만큼 당원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은 버니 샌더스 후보가 미심쩍은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에게 패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한다.
인종 차별, 여성 혐오 등 자극적인 언사로 관심을 끄는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을 경마 중계하듯 보여주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던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공화당의 트럼프, 민주당의 오바마, 미국 언론까지 비판하는 ‘모두 까기’에 충실한 탓일까. 미국에서는 지난 9월 개봉했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촌철살인같은 비판력과 적절한 유머 감각을 겸비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지만 일각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사실을 취사 선택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학생 주도의 적극적인 시민운동이나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지점은 보는 이의 정치, 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그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관객의 평가는 어떨까.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는 11월 22일(목) 개봉한다. 러닝타임 128분.
● 한마디
돈 주고 볼만하냐고 물으신다면, 어쨌든 먼저 본 기자의 대답은 ‘Yes’.
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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