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선배의 아내인 ‘송현’(문소리)을 좋아했던 ‘윤영’(박해일)이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충동적으로 군산에 함께 여행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주>(2013)에 이어 장률 감독이 또 다른 도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자 박해일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단편 <11세>(2000)가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입문, 장편 데뷔작 <당시>(2003) 로 주목받았다. 이후 <망종>(2005)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했고, 최근작 <춘몽>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모더레이터로 함께 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장률 감독의 영화는 초기부터 <두만강>(2009) 까지는 팍팍하고 절망적인 사람들을 그렸다면, 그 이후는 좀 더 넉넉하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장률 감독은 “일전에 목포로 특강을 간 적이 있는데,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그 공간이 매우 인상 깊었다. 목포에서 새 작품을 촬영하고 싶었고, 제일 먼저 떠오른 배우가 박해일이었다. 그가 흔쾌히 허락하고 막상 목포를 가보니 민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후 간 곳이 군산이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건물이 목포보다 더 많이 남아 있었고 목포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라 남녀가 연애하기 위해 찾을 것 같은 지역이었다. 그렇게 목포에서 군산으로 공간이 바뀌면서 영화의 서사가 상당 부분 변했다”고 연출 계기를 말했다.
장률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경주>에 이어 부국제를 다시 찾게 되어 기쁘다. <경주>때도 그랬지만, 감독님을 옆에서 자주 만남에도 항상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하다. 이번 목포에 함께 간 후 또 감독님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공간을 군산으로 바꾸면서는 더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률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주변 많은 분이 궁금해한다. 감독님은 섬세한 감정을 보듬어 주는 데 탁월하시다. 5년간 세 작품을 함께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향한 호기심이 관심으로 변하면서 내 특징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내시더라. 감독님이 공간에 색깔을 입히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앞으로도 (내 예상이지만) 지명에 따라 계속 작업을 하실 것 같다. 무한한 상상력을 지니셨고, 잘 알 듯하지만 속을 잘 알 수 없는 분이기도 하다”고 장률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밝혔다.
장률 감독은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죄송하다”는 표현에 대해 “특정 집단을 향한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보면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좀 감정적인 완벽주의자인 것 같다. 박해일 배우가 보통 그 표현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시에 대해 “중국에서 유치원생 정도면 다 아는 시다. 극 중 ‘윤영’(박해일)이 화교 학교를 2년 다녔기에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특별히 상징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박해일이 그 시를 읊으면 재미있고 웃길 것 같아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조선족이 등장하는 것은 내가 그쪽 출신이라 조선족이 한국에서 겪는 일상의 디테일과 정서를 잘 안다. 특별히 조선족 문제를 다루고자 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해일 배우에 대해 “그는 한국에 있으면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어떤 배우들은 그 방향이 하나다. 박해일의 경우 그 방향이 여러 갈래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잘 모르겠는 리듬을 잘 표현해 준다. 또, 그가 생활면에서 다소 시인 같은 면이 있다. 시인들이 좀 이상한 면이 있지 않나.(웃음) 자기만의 리듬을 가진 배우이고, 일상에서든 작업에서든 궁금증을 주는 친구”라고 박해일에 애정을 드러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월드 프리미어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다.
● 한마디
상대에게 극진한 애정 드러낸 장률 감독과 박해일 배우
2018년 10월 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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