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비스트 박꽃 기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과 그의 필모그래피를 간략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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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자산 된 프랑스 파리 유학 생활
부산 출생인 윤재호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미술, 사진, 영화를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던 중년의 조선족 여인에게서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9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애달픈 사연을 전해 들은 그는 실명을 밝힐 수 없는 그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마담B>(2016)를 연출한다. 이 영화는 그해 열린 제28회 모스크바영화제, 제12회 취리히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쥔다. 윤재호 감독은 이후 남북 주민을 주인공으로 한 20분간의 단편 영화 <히치하이커>(2016)로 제6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도 공식 초청된다. 윤재호 감독은 <마담B>와 <히치하이커>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간을 거쳐 자연스럽게 탈북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밝혔으며, 이 경험이 이나영 주연의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연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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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감독 마르테 볼과 <레터스> 실험적인 공동 연출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영화 작업을 시작한 윤재호 감독은 2015년 한 영화제에서 만난 노르웨이 출신 감독 마르테 볼과 <레터스>(2017)라는 다큐멘터리를 공동 연출하기로 한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업을 시작한 두 사람은 영상 펜팔을 주고받으며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지 협의했다. 마르테 볼 감독은 아침에 일어나 이 닦는 장면을, 윤재호 감독은 고양이와 함께 노는 장면을 촬영해 서로에게 보내는 등 다소 실험적인 방식으로 영화의 골격을 잡아가던 중, 두 사람은 ‘어머니’라는 공통의 주제의식을 찾으며 작품의 접점을 마련하게 된다. 윤재호 감독은 존경해 마지않는 자신의 헌신적인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았고, 마르테 볼은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인 동시에 강인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다. <레터스>는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 창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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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감정
<레터스> 촬영 도중 윤재호 감독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지울 수 없는 인장처럼 새겨진다. 장르는 다르지만 <마담B>와 <뷰티풀 데이즈> 역시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 4일(목)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유학 생활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다 보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많다. 그런 공허함이 영화에 표현되는 것 같다.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존재다. 가족을 위해 앞장서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 의식적인 건지 무의식적인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내 작품에 어머니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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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주연 <뷰티풀 데이즈>로 대중 앞에 공식 데뷔
그의 첫 장편 극영화는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하울링>(2012) 이후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진 이나영이 6년 만에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이나영)를 찾으러 온 조선족 대학생 아들(장동윤)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어머니를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윤재호 감독은 브로커의 중개를 거쳐 가까스로 탈북해 중국 땅을 밟은 여인이 경험하게 되는 거칠고 야만적인 삶을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묘사한다. 11월 중 극장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뷰티풀 데이즈>로 윤재호 감독은 더 이상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 일반 대중과 첫 만남을 갖는다.
● 한마디
한국 영화계가 주목할 새로운 이름 중 하나, 윤재호 감독.
2018년 10월 5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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