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 사는 시인 ‘택기’(양익준)와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그의 아내 ‘강순’(전혜진)의 일상에 외롭고 쓸쓸한 소년 ‘세윤’(정가람)이 나타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경제적인 능력도, 번식 능력(?)도 뛰어나지 못하지만 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충만한 시인 ‘택기’가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생 소년 ‘세윤’을 알게 된 후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품게 되고, 아내와 갈등을 겪는다.
남원 포구, 서귀포 앞바다 등 제주의 일상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는 현택훈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 ‘마음의 곶자왈’,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 기형도 시인의 ‘희망’ 등 다채로운 시가 등장한다.
김양희 감독은 “시인과 그의 아내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소년이 등장한다. 자기 시에 슬픔이 없다는 걸 깨달은 시인이 불우한 환경의 소년을 만나 연민을 느끼고 그와 교감하는 이야기다. 딱 동성애 영화라고만 할 수는 없고, 사랑을 비롯한 많은 부분을 포함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인 ‘택기’역의 양익준은 “아직도 <똥파리>의 ‘상훈’이라는 억센 캐릭터로 기억된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센 역할을 연기하면 에너지를 쏟아내기 때문에 재미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고 싶기도 하다. <시인의 사랑>에 출연한 건 그런 의미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라며 작품 합류 계기를 밝혔다.
또 “<춘몽>부터 이번 작품까지, 조그만 규모의 영화지만 시쳇말로 ‘주연급’이 돼 나에게는 지난해와 올해가 중요한 시점이다. 관객은 쾌감과 시원함을 주는 작품에 많은 관심을 두지만 <시인의 사랑>처럼 스며드는 영화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 ‘강순’역의 전혜진은 “대사들이 워낙 좋아서 솔직하게 표현하기만 하면 되는 작품이었다. 처음으로 잘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써주신 대로 연기했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줬고 나도 그를 믿었기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 크게 거슬리는 것 없이 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소년 ‘세윤’역의 정가람은 “세 인물의 감정이 흔치는 않은 것이라 재미있으면서도, 나에게는 시나리오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에서 한 달 동안 촬영하면서 감독님, 선배님과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사랑>은 9월 14일 개봉한다.
● 한마디
- 고요한 제주 풍경 위에 스며든 서정적인 시를 듣고 있노라면, 시는 잘 몰라도 그 감성에 은근히 젖어 든다. 시 내용과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소년을 향한 시인의 사랑과 부부의 갈등이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데, 따지고 보면 막장일 법한 이야기임에도 거부감 없이,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맛이 있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 웃고 울고 분노하고 그리워하고, 인생과 사랑 그 자체가 시임을 노래하는 시인의 영화
(오락성 7 작품성 8)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7년 9월 6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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