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잔디를 깔거나, 집 내부 공사를 하는 등 제프가 벌인 일들의 근원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가 잔디를 깐 이유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함이고, 집 내부 공사를 추진한 건 2세 계획의 일환이다. 정신과 의사 친구 레베카(캐리 워싱턴)를 찾아간 것도 원만한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너구리들 때문에 망가진 잔디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 내부 공사 때문에 얽힌 옆집 여자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또한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레베카와도 불륜을 저지른다. 권태로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행동들이 정작 제프의 발목을 잡는다. 영화는 제프를 통해 현대인들이 권태라는 현실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테일스>가 말하고자하는 현실의 무서움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죄를 달게 받으려는 선택 자체가 그릇된 판단이라 여기는 마음가짐에 있다. 제프는 매 순간 불행의 신호를 감지하지만 자기 합리화를 통해 평온한 삶을 선택한다. 나름대로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현실이란 감옥에 갇힌다. 철없는 어른의 어리석은 행동은 냉소적인 웃음을 짓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비 맥과이어의 캐스팅은 절묘하다. 어딘가 유약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소년과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제프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행복한 인생이라도 균열과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감독은 균열과 갈등의 순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테일스>는 추레한 미국 중산층의 현실과 그들의 허상을 다뤘던 샘 멘데스의 <아메리칸 뷰티>만큼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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