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만>은 2009년 개봉했던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 비밀의 문>의 제작사 라이카 스튜디오의 두 번째 작품이다. 라이카 스튜디오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아드만 스튜디오보다 늦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그들이 내놓은 작품만 놓고 봤을 때 완성도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파라노만>이 동일 형식의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했을 때 높이 평가되는 부분은 바로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이다. 라이카 스튜디오는 약 20만 가지의 얼굴 표정을 표현해 냈던 <코렐라인 : 비밀의 문> 때와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150만 가지의 표정을 만들어냈다. 생생한 표정연기가 가능해진 영화는 3D 입체감까지 더해져 인물들의 감정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솔직히 <파라노만>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영화다. 1960, 70년대 B급 호러 영화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괴기스러운 장면들은 공포 영화 마니아들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할로윈>의 메인 테마를 핸드폰 벨소리로 삽입하거나 노만의 친구 닐이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처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등 호러 영화를 향한 오마주가 줄을 잇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너무 느린 좀비의 추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판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등장하거나, 위협적인 좀비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육탄전을 벌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유쾌한 변주도 삽입된다.
공포는 <파라노만>의 세계관을 수식하는 중요요소다. 감독은 인간이 느끼는 공포심을 다각도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한다. 이는 마녀와 노만의 교감을 통해 이뤄진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된 소녀가 등장하고 노만은 억울한 누명으로 목숨을 잃은 소녀의 노여움을 풀어준다. 귀신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한 노만이 자신이 처지와 비슷했던 마녀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순간 공포도 사라진다고 말한다. “인간이 잔인하게 변하는 건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때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다”라는 대사 또한 공포심을 심도 있게 다루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난다. 이야기의 기본 맥락이 단순하고 교훈적인 결말이 상투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공포의 대상인 마녀와 좀비를 따뜻하게 끌어안은 영화의 시각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라이카 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013년 2월 6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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