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는 안드레스 무시에티와 바바라 무시에티 남매의 탁월한 단편에 이야기를 불어넣은 장편이다. 단편에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호러의 기본 뼈대와 유령을 운용하던 방식에 판타지와 스릴러를 겸비하면서 살을 붙였다. "우주에서 가장 타협하지 않는 힘은 어머니의 사랑이지만 그것이 삐뚤어지기 시작했을 때 최고로 강력한 공포가 된다"는 제작자 길예르모 델 토로의 말처럼 21세기 호러 장르에서 모성애 공포는 일종의 하위 장르로서 자리 잡은 상태다. 스페인에서 출격한 이 모성애 공포 영화는 할리우드에 뿌리를 내리고서 할리우드의 도식을 비껴가려한다. 뒤틀려있지만 강력한 존재 마마와 점차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성장형 엄마 애나벨, 두 유사 엄마가 충돌하면서 공포와 연민의 정서가 묘하게 결합한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마마라는 원혼에게도 5년 동안 함께 한 아이들과의 유대를 강조하면서 장르 문법을 깨는 신선한 엔딩으로 인도한다. 끔찍하면서도 서글픈 인상을 주는 유령 마마는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 <링>이나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시리즈, 태국산 <셔터> 등 성공적인 동양 호러물이 잘게 분해되고 소화된 흔적들이 엿보인다. <장화 홍련>의 향수가 동시에 물씬 느껴지는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는 <마마>의 주효한 기둥을 설립한다. 여기에 나방, 안경 등 소품을 이용한 공포 미술은 심리 스릴러의 디테일을 살렸다.
가계 도산이라는 낯설지 않은 현대 사회의 공포가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리하게 출발하지만 후반부 판타지로 이어지는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겠다. 편안한 도식이냐 신선한 결말이냐에 대한 기대치에 대한 반응이 첫 번째요, 초반부 쥐락펴락하는 공포몰이 후반부 연민의 드라마로 이어지는 흐름이 두 번째가 될 것이다. 공포를 위한 공포를 즐긴다는 목적이라면 판타지로 빠져드는 후반부가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친화적인 관객에게는 예상 외 결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유령 마마에 대적할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 애나벨이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동기 부여가 약한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첫째 빅토리아가 섬세하게 변화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성장이 뒷받침한다. 연기인가 실제인가를 가늠하기 힘든 아이들의 연기가 유령 마마와 함께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미터가 넘는 성장 장애를 가진 배우 하비에르 보탯(골룸, 스미골의 앤디 서키스와 같은 스페인의 움직임 배우)이 뒤틀린 마임으로 공포를 연주하고, 두 아역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강점을 극대화시킨다. 동양 호러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21세기 호러 장르 신대륙이 발견됐다.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