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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출격한 남미산 모성애호러 신대륙 (오락성 7 작품성 6)
마마 |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 양현주 이메일

<파라노말 액티비티> 이후로 공포 영화의 계절은 여름이라는 법칙도 무색해졌다. 한겨울 계절이 가져다주는 오한과 함께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호러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겠다. 길예르모 델 토로 사단의 <마마>는 호러 팬들을 열광 시킬 이미지와 대중을 끌어들일 이야기를 곁들였다. 출발은 2008년도 3분짜리 단편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성공적인 동양 호러의 장치들로 살을 보태면서 스페인산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한 기류를 조성한다. 미덕과 허점을 동시에 안고 가는 <마마>는 모성애 호러라는 하위 장르에 구두점을 찍는다. 이야기는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다. 2008년 미국을 몰락시켰던 금융 위기로 한 가정의 가계가 몰락한다. 아빠는 엄마를 살해하고 세 살과 한 살배기 두 딸을 유괴한 후 종적을 감춘다. 그렇게 사라진 아이들이 5년 만에 발견된다. 거미줄처럼 엉킨 머리카락, 네 발로 기는 모습, 이를 드러내고 위협하는 표정까지, 흡사 늑대소년의 그것이다. 깊은 숲 속 버려진 오두막에는 자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벽을 향해 마마라고 부른다. 5년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삼촌 루카스(니콜라이 코스터-월도)와 그의 연인 애나벨(제시카 차스테인)의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온 후에도 벽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마>는 안드레스 무시에티와 바바라 무시에티 남매의 탁월한 단편에 이야기를 불어넣은 장편이다. 단편에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호러의 기본 뼈대와 유령을 운용하던 방식에 판타지와 스릴러를 겸비하면서 살을 붙였다. "우주에서 가장 타협하지 않는 힘은 어머니의 사랑이지만 그것이 삐뚤어지기 시작했을 때 최고로 강력한 공포가 된다"는 제작자 길예르모 델 토로의 말처럼 21세기 호러 장르에서 모성애 공포는 일종의 하위 장르로서 자리 잡은 상태다. 스페인에서 출격한 이 모성애 공포 영화는 할리우드에 뿌리를 내리고서 할리우드의 도식을 비껴가려한다. 뒤틀려있지만 강력한 존재 마마와 점차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성장형 엄마 애나벨, 두 유사 엄마가 충돌하면서 공포와 연민의 정서가 묘하게 결합한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마마라는 원혼에게도 5년 동안 함께 한 아이들과의 유대를 강조하면서 장르 문법을 깨는 신선한 엔딩으로 인도한다. 끔찍하면서도 서글픈 인상을 주는 유령 마마는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 <링>이나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시리즈, 태국산 <셔터> 등 성공적인 동양 호러물이 잘게 분해되고 소화된 흔적들이 엿보인다. <장화 홍련>의 향수가 동시에 물씬 느껴지는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는 <마마>의 주효한 기둥을 설립한다. 여기에 나방, 안경 등 소품을 이용한 공포 미술은 심리 스릴러의 디테일을 살렸다.

가계 도산이라는 낯설지 않은 현대 사회의 공포가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리하게 출발하지만 후반부 판타지로 이어지는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겠다. 편안한 도식이냐 신선한 결말이냐에 대한 기대치에 대한 반응이 첫 번째요, 초반부 쥐락펴락하는 공포몰이 후반부 연민의 드라마로 이어지는 흐름이 두 번째가 될 것이다. 공포를 위한 공포를 즐긴다는 목적이라면 판타지로 빠져드는 후반부가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친화적인 관객에게는 예상 외 결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유령 마마에 대적할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 애나벨이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동기 부여가 약한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첫째 빅토리아가 섬세하게 변화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성장이 뒷받침한다. 연기인가 실제인가를 가늠하기 힘든 아이들의 연기가 유령 마마와 함께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미터가 넘는 성장 장애를 가진 배우 하비에르 보탯(골룸, 스미골의 앤디 서키스와 같은 스페인의 움직임 배우)이 뒤틀린 마임으로 공포를 연주하고, 두 아역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강점을 극대화시킨다. 동양 호러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21세기 호러 장르 신대륙이 발견됐다.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한국이고 미국이고 엄마가 화나면 제일 무서운 법
-(귀신이나 사람이나)낳은 정을 뛰어넘은 기르는 정
-귀신도 까무러칠 아역 연기
-남미 출신 감독이 만든 전설의 고향 미국 버전
-신선하지만 안락하지 않은 엔딩
2 )
taehee3725
한 겨울 호러 공포물은 정말 가뭄이 극심한 여름에 단비를 맞은 기분이랄까요. 왠지 낮설지만 신선한 느낌입니다. 한 겨울에 보는 호러 공포물 왠지 끌리고 기대가 됩니다.   
2013-01-27 09:43
risingdawn
호러 영화의 비수기인 겨울에 개봉하는 배짱을 보면, 수입사의 자신감이 조금 엿보이는 듯..
이번 주 개봉작만 따지면 제일 관심이 간다.
그래, "내가 아직도 엄마로 보이니?" 이 말이 제일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지.   
2013-01-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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