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빠진 각본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꾸준히 경찰영화로 정체성을 쌓아왔다. 각본을 쓴 <트레이닝 데이> <S.W.A.T. 특수기동대>나 직접 연출한 <하쉬 타임> <스트리트 킹>까지 다양한 경찰 군상들을 만들어냈다. 범죄자보다 더 악질인 경찰(<트레이닝 데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경찰 준비생(<하쉬 타임>), 범죄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스트리트 킹>)에 이어 이번에는 생활인 경찰이다. 영화는 초반부 파운드 푸티지 방식으로 시작한다. 마이크의 손에 들린 캠코더와 넥타이핀처럼 착용한 소형 카메라 등이 화질 좋은 유투브 영상 같은 경찰의 일상을 담는다. 후반부에서는 총격전이 일상인 이들의 근무 일지를 벗어나 서로의 아내와 일상이 드러나면서 드라마가 쌓인다. 둘이 순찰을 돌며 나누는 여동생의 생일, 소개팅,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 등은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보다 더 현실적이다.
<엔드 오브 왓치>에는 블록버스터 경찰 영화의 필수항목 세 가지가 없다. 헐벗은 미녀와 섹스, 폭발 씬이 부재하다.(이미 언급했지만 마이클 만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다) 대신 제복을 입은 생활인 경찰을 보여준다. 화재 현장에 출동해 아이 셋을 구하고 무공 훈장을 받고서도 우쭐해하기 보다는 아내에게 혼쭐이 났다고 말하는 목소리, 동료 경찰들에게 유치한 장난을 거는 모습들이 목적을 향해 캐릭터를 촘촘히 쌓아간다. 파운드 푸티지와 연출이 혼재하는 의도적인 모습들이 <클로버필드>나 <크로니클>처럼 이야기와 완벽하게 화합하진 않지만 일상성에 집중한다는 부분에서 성공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 범죄물, 액션물, 스릴러물 혹은 경찰영화라는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어색하다. ‘엔드 오브 왓치’란 경찰이 업무를 마치고 근무 일지에 남기는 암호를 말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엔드 오브 왓치’다. 과도한 드라마 없이도 경찰 버디무비를 완성한 영화에게 어울리는 제목이다.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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