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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릴러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 (오락성 7 작품성 7)
아르고 |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 양현주 이메일

<아르고>는 와이어드 매거진에 실린 한 기사에서 출발한다. 2007년 조슈아 베어만은 약 3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미국 정보국의 비밀 구출 작전을 대서특필한다. 일명 할리우드 작전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1979년 미국의 야욕으로 물든 이란, 성난 혁명군이 미 대사관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모조리 납치한다. 그 중 6명이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망쳤고 이들을 영화 스탭으로 위장시켜 구출한 작전이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실제 사건에 조지 클루니가 흥미를 보였고 벤 에플렉이 감독으로 가세했다.

크레인에 시체가 매달려 있는 살풍경한 분위기 속에서 성공한 첩보 작전,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택한 영화에서 실화는 어려운 관문이 되기도 한다. 시작부터 반전의 쾌감을 버리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르고>는 애초에 성공한 작전의 마지막에 희열을 줄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데 영화적 재미를 올인 한다. 우선 첫 번째 재미는 가짜 영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해가는 과정이다. CIA 구출 전문 요원 토니 멘데스는 <스타워즈> 분장가와 거장 감독 출신 제작자를 대동해 4일 만에 제작사를 뚝딱 설립한다. 할리우드 리포터와 버라이어티에 기사와 광고를 게재하고 그럴싸한 제작발표회까지 연다. 배우도 감독도 심지어 작가도 없지만 뜬소문만으로도 기자들이 몰려든다. 당시 <스타워즈>가 몰고 온 SF 광풍을 등에 업고 있던 휘황한 할리우드의 세태를 풍자하면서 유연한 코미디를 싣는다. 작전을 완성시켜야 하는 첩보 작전과 관객에게 허구적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영화의 속성이 정확히 오버랩 된다.

<아르고>는 초반부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통해 첩보 작전을 짜고, 이란에 잠입하는 순간부터 구출작전이라는 촬영에 들어가는 형식이다. 가짜 영화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쌓은 블랙코미디적인 재미는 본격적인 구출작전에서 능수능란한 서스펜스로 폭발한다. 여권을 위조하고 대사관 직원들을 감독과 스탭으로 위장시키는 살 떨리는 메소드 연기까지, 긴장과 이완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여기에 영화의 모든 재미가 방점으로 찍힌다. 시위 군중 안으로 정면 돌파하는 장면부터 구출 작전의 생명인 공항 탈출 씬 전체를 하나의 허들 넘기로 설정하면서 말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위기감을 중첩시키면서 긴박감을 쥐락펴락한다. 턱 밑까지 숨이 막히도록 서스펜스를 연주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곤 바이 곤> <타운>에 이어 세 번째 장편을 연출한 벤 애플렉은 <아르고>를 통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줄 아는 감독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가 이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몰두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인을 피해자 시각으로 감정이입하도록 유도한다. 성난 군중과 무고한 미국 시민이라는 흑과 백의 대치상황에서 관객의 감정은 자연히 구출에 힘이 실린다. 정치성을 따지자면 불편한 부분이다. 영화는 얼룩진 역사의 이면을 파고드는 르포가 아닌 오락영화라는 틀 안에서 정체성을 확실히 한다. 또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짧은 프롤로그를 통해 최대한 공정한 태도를 취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서스펜스를 유려하게 연주하는 두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이 버겁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소위 '쪼는' 맛이 아주 그냥
-에필로그,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 비교하는 재미
-벤 에플렉, 레드포드·이스트우드를 잇는 배우 출신 명감독 반열
-이란에게 있어서는 통한의 역사적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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