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맷 본두란의 소설 <웨티스트 카운티>를 원작으로 한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은 1930년대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인적 드문 숲속에 설치된 수많은 증류 시설, 알게 모르게 유통되는 밀매 현장,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갱단과 경찰들의 혈투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법망을 피해 일어나는 살인, 약탈 등 잔인한 범죄 장면을 삽입해 1930년대가 무법천지시대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 남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겨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대 안에서 본두란 형제들은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의 폭력은 살기 위한 마지막 방어라는 면죄부를 얻으며, 더욱더 잔인하게 표현된다. 찰리와의 대결이 심화되면서 폭력의 수위는 점차 강해지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독한 놈들의 전성시대로 관객을 안내한다.
안내자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톰 하디는 음울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극을 이끌고, 가이 피어스는 악랄한 연기를 내뿜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포레스트와 연인 사이가 되는 매기(제시카 차스타인), 잭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베르사(미아 바시코브스카), 갱단 두목 플로이드(게리 올드만)도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공권력에 대항하는 본두란 삼형제의 핏빛 전쟁에 집중한 영화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사람들의 고뇌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마치 증류가 덜 된 술처럼 시대상을 관통하는 진한 맛이 덜하다. 만찬과도 같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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