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조조는 없다. 대신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더 나아가 천하통일의 초석이 되려는 남자가 존재한다. <조조 : 황제의 반란>은 삼국지를 소재로 한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조조를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이 아닌 개혁군주로 묘사한다. 백성들에게 한 없이 인자한 아버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관우를 비롯한 적군의 장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등 감독은 조조를 유비와 비견될 정도의 영웅으로 그린다. 죽음의 그림자에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벌벌 떠는 인간적인 모습도 드러낸다. 조조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건 영화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그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인물들의 활용도는 미비하다. 영화는 영저의 시선을 통해 조조의 말년을 그린다. 개혁군주 조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영저를 삽입한 건 좋은 시도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목순과의 애절한 사랑에 눈이 멀어 기존 역할을 잊어버린다. 영화는 조조를 죽여야 사는 이들의 운명에만 치우쳐, 조조의 고뇌를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혼탁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롭게 싸워야 했던 조조의 슬픔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강렬한 한 방이 부족한 액션 또한 패색이 짙어지는 영화의 구원병이 되지 못한다. 조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도전만 그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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